감시자들

| 2013. 7. 14. 03:20

한효주 짱! http://twitpic.com/cpks79

좋았던 점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카메라워크. 카메라워크라는 단어의 의미를 스크린에 보여지는 장면을 구상하는 행위 전반으로 확장한다면 더더욱 칭찬할 수 있을 만한 수준급의 촬영이 돋보였다. 단순히 기술적인 의미에서의 카메라워크를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장면, 배우에게 직접 카메라를 달아서 현장감을 극대화했던 추격 신, 정우성의 격투 신 등 지금 당장 생각나는 인상 깊었던 장면들만 꼽더라도 한 손이 모자라는 정도다. 감각적인 카메라워크는 분명히 《감시자들》의 흥행 포인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 같은 촬영 덕후들이라면 다른 단점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도 될 것.

하지만 전반적인 부분에서 바라보자면 《감시자들》은 아쉬운 점 투성이다. 절대적인 관점에서 저점(低點)을 집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이런 부분을 조금 더 보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문자 그대로의 아쉬움을 표출하는 것이다.

첫째로 아쉬운 점은 영화의 컨셉 자체가 진부한 첩보 액션물이기 때문에 장르의 태생적 한계에 못이겨 구태의연한 장면들이 불가피하게 삽입되었다는 점. 자신의 임무에 투철하고 냉혈한적 성격이 짙은 악당, 허술하고 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굉장한 실력파이기도 한 "착한 쪽" 보스, 그리고 그 형사를 돕는 천부적 재능의 "착한 쪽" 신입. 진부하다. 이런 컨셉에 대해 진부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진부한 소재다. 아쉽게도 《감시자들》은 그 태생에 있어서부터 이 진부함을 피해갈 수는 없는 영화였던 것이다. 엔딩 장면을 포함해 손발이 약간 오그라드는 수준의 장면도 있으니 아무래도 그런 방면에 히스테릭한 사람들이라면 《감시자들》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로는 세부적인 내용들의 카타르시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한효주의 손 버릇이다. 영화 초반에는 마치 한효주의 그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 듯한 인상을 잔뜩 심어줘놓고서는 그 이상의 언급이 더 등장하지 않는다. 설경구와 진경의 러브라인이나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한효주의 성격이나 뭐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 그 이상의 가치가 없을 영화의 자잘자잘한 디테일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은 채 넘어가버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이를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 정도가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고 끝낼 거였으면 장면의 중요성 자체를 덜었어야 했고,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였다면 확실히 이야기를 매듭지어줬어야 했다.

셋째는 어떻게 보면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를 적당히 섞어놓은 맥락인데 캐릭터들의 성격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채 영화가 시작했다가 끝나는 느낌이 강하다. 가장 애매했던 캐릭터가 정우성이 연기했던 악당(?)이다. 영화를 통틀어서 대체 왜 저 장면이 들어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던 복수 신이 아마 정우성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애매하게 정의되어 있었는지에 대한 방증이 될 것이다. 사실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세련된 화면으로 눈길을 끄는 딱 한 편짜리 드라마, 이것이 《감시자들》에 대한 나의 한 줄 정리가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한 편짜리 드라마, 당연히 시리즈물이어야 흐름이 이해가 되는 드라마인데 그걸 달랑 한 편만 보고 나온 찝찝함이 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영화에서 캐릭터의 매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정도로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가장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저 아쉬운 점들이 빛나는 한효주 때문에 상당 부분 커버가 된다는 것이다. 이래서 영화는 히로인의 캐스팅이 가장 중요하다. 한효주 짱짱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