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ㅍㅍㅅㅅ에 올라간 글은 원래는 이렇게 재미 없는 글이었다. 글이라고 하는 것이 같은 재료를 가지고, 심지어 같은 내용을 가지고도 편집에 따라 가독성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계기라고 생각하고 다음부터는 어떻게 호흡을 끊어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더 접근성이 높은 글을 쓸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겠다. 여러가지 실패 요인이 있겠으나 이번 글에서 가장 실수를 했던 점은 아하에너지라는 부주제에 너무 많은 검색 시간을 낭비한 나머지 그들의 이야기를 뺄 수는 없겠고 찾아놓은 자료는 많아서 도저히 짧게 다루지를 못했다는 것이 되겠다. 사실 이 점은 이미 자료를 찾던 바로 그 과정에서 두 이야기 사이의 일치점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알게 된 것이긴 했으나 어쩌겠는가, 아하에너지의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말이다.
글은 짤방을 건너뛰고부터 시작한다. 제대로 편집된 글을 읽고 싶은 사람은 역시나 위 링크를 타고 가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저 우디 인형도 하나의 발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말의 소식이다. 전북대학교 환경공학과에 재학하는 학생들이 에어컨 실외기를 이용한 발전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 기사에서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학생의 말을 인용, "에너지 절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중략)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망하고 희망찬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얼핏 생각해보면 훌륭한 아이디어다. 분명히 별 이유도 없이 더운 공기나 내뱉는 것 같은 무용지물의 실외기에서 조금이나마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니,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창조경제적 사고의 대표적인 예로서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ㅡ 사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이 아이디어에 대해 이미 거부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 ㅡ 이 학생들의 발상은 "창조"적일 수는 있으나 절대로 “경제”적일 수는 없다. 없을 수도 있다 라거나 없을 것 같다 라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결국 이공계 방면에서 해질 대로 해진 논쟁인 영구기관의 이야기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기사에 실린 "발전" 시스템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상용 자석 중 자성이 가장 큰 자석과 실외기 모터에 고정된 코일 사이에서 발생한 유도 전류를 이용해 실외기가 동작하는 동안 시간 당 얼마의 전력을 생산했다고. 적당한 수준으로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친 사람이라면 이미 이들이 개발했다는 시스템에 "발전" 시스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두고 의문을 품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에어컨 실외기 모터에 발전기를 달아 발전을 시키는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봐서 발전 시스템이 아니라 "방전" 시스템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는 자석과 코일을 이용한 발전 원리에 대해 중학교 2학년 물리 시간에 배운 적이 있다. 옴의 법칙이니 V=IR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뭔가 전기와 관련된 부분을 배울 때 손을 느슨한 따봉 모양으로 만들고 왠지 모르게 야한 느낌으로 손목을 꺾는 움직임을 했다는 기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노력해서, 전선이 둘둘 말린 야심한 구멍에 막대 모양의 자석을 넣었다 뺐다 하면 연결된 검전기에서 전류가 흐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떠올렸다면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발전 시스템은 패러데이의 법칙과 렌츠의 법칙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미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내용을 물리 용어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무리가 있으므로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해 내용을 정리하면, 고정된 자석과 움직이는 코일(모터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의 상대적인 움직임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전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발전 시스템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결국 새 시스템은 실외기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전력이 생산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전력이 단순히 실외기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생산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 실외기의 움직임을 방해한다는 것에 있다. 어차피 실외기는 그냥 돌아가는 기계고, 그 실외기가 조금 방해를 받는다고 해서 무슨 큰 문제가 있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외기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열심히 만들어 낸 전력을 일부러 사용해가며 구동하는 장치이고, 이 실외기의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실외기는 물론 에어컨의 전반적인 성능에 지대한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실외기는 단순히 바람을 뿜어내는 기계가 아니다. 에어컨이 실내를 향해 시원한 공기를 뿜어내는 동안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열기를 실외를 향해 방출하는 기계다. 원래 전기를 써서 작동시키는 기계의 효율성을 떨어트리고, 그 기계의 거의 유일한 기능을 방해하면서 발전을 하겠다는 것이 최근 주최된 "대학생 종합설계경진대회에서 우수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이 발전 시스템의 원리다. 불필요한 에너지가 낭비되기 때문에 "방전"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에어컨의 오작동을 초래해 각종 사고의 위험성까지 안고 있는 이 위험한 아이디어에 "국내 최대 환경관련 학술단체인 대한환경공학회"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거기에 실제로 전력이 생산되었다느니, 생산된 전력을 환산했더니 연간 얼마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도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매체에서 전하고 있다. 실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에어컨 실외기 발전 시스템 개발은 아하에너지의 지하철 환풍구 발전 시스템 논란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지난 2008년 겨울, 서울시에서 아하에너지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환풍구 발전 시스템에 300억을 투자하겠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뉴스가 어떻게 인터넷 대중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수많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시류에 편승한 언론은 논란의 중심에 선 아하에너지 대표 허현강의 인터뷰를 따기도 하며 이야기를 공론화하려 노력했으나, 역시 정확히는 모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하에너지의 사업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때의 논란에 대해선 지금도 "아하에너지"라는 검색어를 통해 충분히 많은 자료를 검색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검색 엔진을 통해 알아보길 바란다.) 이번에 개발된 실외기 발전 시스템과 형태는 다르나 근본적으로 같은 원리로 실현이 불가능하며 (즉, 발전보다 궁극적으로 방전 시스템에 가까우며) 여러 안전 문제가 제기된 아하에너지의 환풍구 발전 시스템은 그러나 J커브의 반환점을 도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아하에너지 사장 허현강은 2010년 영국의 다국적 투자 기업인 델라모어 그룹에게서 3,7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을 체결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영 저 델라웨어 그룹이라는 이름이 낯설었던 나는 같은 그룹에게서 1,7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을 체결한 영주 산삼 테마단지 소식도 감감하고 2012년 각종 비리 연루 혐의에 스위스로 도주한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한 것을 보아 아무래도 흔하디 흔한 유사 사기꾼의 소행에 불과한 것 같다.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 지사장으로 등록된 박수찬 부장의 프로필을 검색했을 때 나온 "㈜델라모아컨설팅코리아"의 회사 정보를 보면 수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정도의 회사로는 보이지 않는다. 2011년 초의 기사를 마지막으로 아하에너지의 소식은 인터넷에서 찾기가 힘든데 기사에서 언급된 실험 보고서 또한 경제적 가치나 기술적 가치를 인정 받기엔 부족한 듯 보인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에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같은 맥락의 시스템을 꾸준히 밀어온 사람의 말로가 이렇다는 이야기다. 올해 초에 있었던 주주 총회 사진을 회사 홈페이지에서 구경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흐릿한 주주 총회 사진에서 아하에너지의 사장 허현강을 “제2의 허경영”으로 부르는 일각의 목소리에 어느 정도 수긍이 될 정도라고 하면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인생을 건 사람에 대한 모독이 되려나.
공교롭게도 아하에너지는 이번 에어컨 실외기 발전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 전북대학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해명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런 실험을 할 수 있는 풍동 설비가 갖춰진 곳이 전북대학교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지만, 두 발전 시스템이 여러 모로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쉽사리 그 연결 고리에 대한 의심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유사 영구기관의 아이디어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ㅡ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오랜 기간 논파되고도 여전히 케케묵은 논쟁으로서 각종 매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ㅡ 열역학 법칙에 의해 실현 불가능한 것이 "증명"된, 단언컨대, 전혀 완벽하지 않은 발상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이번 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을 고쳐나가야 할지 한낱 학부 공대생인 내가 알 수는 없으나, 최소한 이번 사태의 초래와 관련된 곳에는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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