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은 사무실을 잡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보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간단한 과정들이지만 사무실을 처음 잡아보는 사람으로서 중간에 거치고 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과정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무실을 구하고 오늘 계약금을 넣기까지 느낀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사무실의 지리적 위치
사무실의 위치는 당연히 업종의 특성과 맞물려서 돌아가는 부분이다. 만약 실제로 영업을 많이 뛰어야 하는 업종의 경우, 자신들이 대상으로 잡은 상권 근처에 사무실이 위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우일 것이다. IT 계열 같이 사무실이 어디에 있든 자신들의 일과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업종일지라도 향후 고용하게 될지도 모르는 직원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어느 정도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 물론 직원 고용의 계획이 없고 모든 멤버들이 사무실에서 숙식을 같이 하는 형태라면 극단적으로 말했을 때 이 세상 아무 곳에나 있으면 되겠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다른 상권(어떤 의미에서든)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간편한지, 꼭 직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사무실에 방문할 때 얼마나 위치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지 등도 같이 고려할 만한 점.
2. 그 외에 사무실의 위치에 있어 고려할 만한 점
첫 번째로 주차 문제다. 회사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차가 몇 대가 있는지에 따라 주차 공간의 필요도, 나아가 주차 공간이 얼마나 넉넉한지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자동차의 크기에 따라 기계식 주차가 가능한지, 별도로 마련된 주차 공간에 주차가 가능한지 역시 따져봐야 할 것. 두 번째로 생각할 것은 주변 상권이다. 생활에 필요한 상점들이 주변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점이지만, 주변 동네의 치안이나(이는 24시간 영업하는 상점의 종류와 갯수로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동네의 분위기(퇴폐업소 등이 많이 분포해 있느냐와 같은 문제. 실제로 강남역 근처에서는 마사지 가게의 존재가 사무실의 위치를 잡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더라.)를 고려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되겠다. 주변에서 고객들을 만나야 하는 일이 있다면 괜찮은 음식점이나 찻집 등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사무실의 위치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느냐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심하게 따져보는 것이 좋다.
사무실을 차릴 때는 우선 내가 일을 하려는 건지 모닝...을 하려는 건지를 정해야 한다.
3. 사무실 내부 구조
내부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갖기 위해서는 사무실들을 직접 둘러보는 수밖에 없다. 사무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어떤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 사무실에서 밥을 해먹겠다면 조리 기구와 식탁 등이 필요할 것이고(즉, 옵션과 여유 공간 모두 고려가 필요하다는 뜻) 잠을 자겠다면 잠을 잘 공간이 따로 필요할 것이며, 다른 예를 찾지 못했지만 혹시나 그런 것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그 외에 다른 용도가 있다면 또 다른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수면을 취할 공간이 필요했고 사무실 자체의 넓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기에 작은 평수의 복층 오피스텔을 위주로 구했다. 복층 오피스텔의 경우 그 공급의 희소성 때문에 거래가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유의하자. 특히 강남역 역세권은 정말 10분 단위로 매물 상황이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내부 구조와 관련해서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부동산에 전화하고 해봤자 실제로 가서 눈으로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4. 부동산과의 거래
사실 입주 예정자가 모든 부대 조건을 다 정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부동산과 거래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요새는 부동산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져서 그런지 ㅡ 아마 그 이유는 거래 수요 저하도 있겠지만 일단 공인중개사 공급 자체가 너무 넘쳐나는 것 같다 ㅡ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 느꼈다. 우선 부동산을 적당히 잘 골라서 그들이 사기를 친다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해봤자 사실 계약 조건에서 중개업자가 이익을 볼 만한 상황은 잘 없다.)만 가져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입주 예정자가 쇼부를 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보증금을 조정해 월세 조건을 바꾸는 것, 그리고 입주 시기를 조정해 월세 조건을 바꾸는 것이다. 당연히 보증금은 올릴 수록 월세를 낮출 수 있는데 업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실소유자의 금전적인 상황에 따라서 어떤 것이 항상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예정 기간보다 빨리 방을 빼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보증금이 낮은 쪽이 좀 더 유리하다고. 입주 기간은 빠를 수록 쇼부 가능성이 생긴다. 방이 오래 빠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또는 상황상 주인이 빠른 거래를 선호하는 경우라면 입주 시기만으로 월 5만원 정도 세를 깎을 수가 있다. 물론 케바케다. 그 외에 굳이 여러 업자들과 연락해가면서 가격 조율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어차피 같은 지역의 업자들은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을 가지고 있고 서로 정보료와 소개료 등을 퉁쳐서 갖는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업자만 만난다면 가격 비교를 하는데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
이런저런 것들을 고려하고 여러 부동산과 연락을 거치고 또 적지 않은 시간 여러 방을 돌아다닌 결과 사무실의 위치는 신용산역 근처로 잡혔다. 주변 입지 조건도 괜찮은 편이고 무엇보다 사무실 내부 구조가 우리 팀이 원하던 구조와 굉장히 비슷한 편이었다. 입주 예정일은 다음 주. 입주까지 남은 일주일은 더 바빠지기 전에 봐야 할 사람들을 만나고, 프로토타입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제로도 개발을 조금 해가면서 보내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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