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yper - Always there for you

| 2011. 9. 13. 11:09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을 맞아 띵한 머리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다가 문득 이 노래가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음병 환자들의 불멸의 보컬리스트 마이클 스위트가 이끄는 스트라이퍼의 'Always there for you'.

중학교 3학년 창의적 재량 시간이었나 아니면 도덕 시간이었나, 자기가 관심 있는 아무 주제에 대해서 몇 시간에 걸쳐 글을 쓰는 수업이 있었다.
나는 그 때 스트라이퍼에 대한 글을 썼다.
원본을 찾을 수 없어서 아쉽지만 그 글은 아마 내가 처음으로 쓴 음악에 대한 글이자 음악평이겠다.
모든 아이들의 글이 완성되었을 때 잘 썼다고 뽑힌 작품을 본인이 직접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의 글은 '당연히' ㅡ 내용도 다른 아이들의 글에 비해 좋았겠지만 그것보다 분량 자체가 남달랐다 ㅡ 뽑혔는데, 왠지 그런 덕후스러운 글을 소리내어 읽는다는 것이 상당히 오글거려서 나의 글이 뽑힌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 아이들의 순서에 밀려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수업이 끝나버렸고, 낭독 시간은 그 뒤로 다시는 오지 않아 다행히 나의 음악글 처녀작은 세상 빛을 보지 못했다.

마이클 스위트의 보컬이 어린 나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나의 버디버디 아이디가 '【스위트】'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세상에 이 사람보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난 24살이 되어 저 라이브를 보고는 같은 생각을 했다.
라이브에서 저런 고음을 별 부담 없이 성공시키다니 ㅡ 3분 30초부터 ㅡ 이건 뭐 거의 인간이길 포기했다.
이제는 100장을 훌쩍 넘는 나의 CD 콜렉션에 거의 7~8번째 멤버로 합류한 스트라이퍼의 베스트 앨범이 구석에 박혀있는 것을 보니 왠지 마음 한 켠이 찡해진다.

9월 연휴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