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John Malkovich

| 2011. 9. 28. 19:04

오랜만에 영화를 볼 시간이 생겨서 무슨 영화를 볼지 꽤 오래 ㅡ 맥주를 마시면서 ㅡ 고민했다.
그러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인상적이었던 포스터가 갑자기 머리를 스쳤다.

존 말코비치 되기
감독 스파이크 존즈 (1999 / 미국)
출연 존 쿠색,카메론 디아즈,캐서린 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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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존 말코비치 되기'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존 말코비치가 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려주자면 말 그대로 존 말코비치가 되는 것이라고밖에 해줄 말이 없다.
이 영화는 우연한 기회에 존 말코비치의 뇌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해 여러 등장 인물들이 존 말코비치가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존 말코비치는 실제로도 존재하는 배우로, 이 영화에서는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으로 출연하여 다른 사람이 빙의되는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어째서 '존 말코비치 되기'의 출연에 존 말코비치가 카메론 디아즈 다음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존 말코비치는 이 영화에서 맡은 비중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정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위키피디어는 이 영화를 블랙 코미디와 판타지 장르로 구분하고 있는데, 참 뭐라고 말하기 애매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 그런지 장르 구분이 정말 애매하다.
판타지라 함은 누군가의 머리 속으로 다른 사람이 기어들어가 자신의 삶을 산다는 비현실적인 전제에서 나온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시크릿 가든'이 생각났다.
내가 '시크릿 가든'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현빈과 하지원과 김사랑이 나왔다는 것, '길롸임!'하는 장면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감수성'에서 그 OST가 너무 많이 쓰여 원래 드라마를 보다가 그 음악이 흘러나오면 꽤 웃긴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 정도밖에 없어서 '시크릿 가든'과 '존 말코비치 되기'를 비교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겠다.
공중파 드라마에 비해 '존 말코비치 되기'가 더 부각되는 점은 다소 야하고 개그 코드에 검정색이 많이 묻어 있고[각주:1]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간단하게 던진다는 것이랄까.
인형을 조종하는 것과 사람을 조종하는 것 사이의 메타포 역시 글쎄, 별로 생각할만한 건덕지가 없다.

블랙 코미디 영화라면 꽤 재밌게 보는 편인 내가 이 영화에서 그런 검은 개그 특유의 맛을 잘 읽지 못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7과 1/2층의 특수성, 여자인 카메론 디아즈가 존 말코비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느낀 성 정체성의 방황,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캐서린 키너의 성적인 취향, 마지막까지 키너에의 사랑을 버리지 못한 존 쿠삭의 집착 같은 것 정도가 쓴 웃음을 짓게 하는 부분이지만 그렇게 질이 좋지는 못했다.
훌륭한 평을 받은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기대가 영화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을 수도 있겠고 영화 이면에 깔린 의미를 너무 간과했거나 반대로 너무 깊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살면서 한 번쯤은 봐둘만한 영화 축에는 못 끼는 것 같다.

그래도 전제의 신선함에 많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 신선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하지만 이 영화에도 정말 눈에 띄게 뛰어난 것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바로 OST.
비요크의 트랙을 하나 링크하면서 짧고 밋밋한 리뷰를 마친다.

  1. 블랙 코미디를 우리나라 말로 순화해서 표현해 봤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