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 thyself

| 2012. 1. 5. 18:40

어제 낮에 참 답답한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사무실 복도에 서서 한 15분, 아니면 한 20분 정도 그가 토해내는 열변을 들으면서 나도 그의 심정에 격하게 공감했고 도무지 그 사람의 뉴런 구조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끝없는 의문과 회의를 던졌다.
평소, 별 것도 아닌 것을 꼬투리 잡아 흉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이번에는 분명히 누가 들어도 그 사람이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 생긴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누군가 이 말을 전해줄 3자를 물색했다.
공교롭게도 그 이야기를 전해줄 아주 적절한 대상이 바로 근처에 있었고 내가 처음 이야기를 들은 지 한 3시간 또는 4시간이 흐른 뒤에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

여러 명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엉키지 않고 전해주기 위해 차분히 인물을 정리하고 사건을 서사적으로 배치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ㅡ 그러니까 나의 입장이 개입할 여지는 최소한도로 줄이고 그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들은 그대로 전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불나불 까불까불.

까~불.


그런데 이거 듣는 사람의 반응이 영 이상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잽싸게 짱구를 굴렸다.
혹시 내가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해 잘못된 분석을 내렸고, 그 잘못된 분석을 듣는 청자가 짜증이 난 것은 아닐까.
말을 못된 방향으로 잘 뱉는 나의 습성상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였으나 이번만큼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 뭐지.
뭐 이렇게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지.

아! ㅡ 해탈의 순간.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를 엄습했던 그 불길함의 원인은 나였다.
내가 신나게 비난하던 바로 그 사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있었던 상황만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나 굉장히 편파적인 어조로 그 사람 됨됨이를 세상에 둘도 없는 정신 장애자로 몰던 바로 그 사람의 모습에 나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고 나의 말투는 몹시 흥분된 상태에서 차차 자괴감에 빠진 그것으로 바뀌어갔다.
물론 나의 상태는 그 때의 그 사람만큼 심한 정도는 아니였다.
그러나 나의 비난의 포인트들은 엄연히 내게도 실재하고 있었다.
전화에 대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상황을 설명하던 나는, '나는 꼼수다'의 유행어를 빌어오자면, 셀프 격노를 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와 다른 게 무엇인가?
정도의 차이를 운운하는 것은 비겁한 일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정도의 차이를 무시한다면 나는 결국 나 자신을 맹렬히 질타한 셈이다.
아아.
나는 아직도 얼마나 작은 사람이며,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가.

Know thyself에 담긴 자숙과 자중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던 하루.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하루.

그러나 그 이미 헛된 다짐은 간밤에 잠을 설치면서 흔적도 없이 싹 증발해버렸고, 오늘 나는 어제와 똑같은 옹졸한 두꺼비로 돌아와 있었다.
두껍두껍.

심지어, 두꺼비 역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