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프 케핀저인가?

| 2012. 1. 29. 10:02

그래서, 정작 레이스에게 필수 불가피한 그 트레이드들은 2012시즌 중으로 미뤄진다는 의미인가?
정작 내가 그렇게 눈여겨보는 트랜스액션은 아니었으나 포럼에서는 나름 왁자지껄하게 제프 케핀저에 대해 떠들고 있고, 어쩌면 우리의 호프 이학주 선수와도 연관이 되는 내용이라 꾸역꾸역 번역했다.

원문 : http://www.draysbay.com/2012/1/26/2735874/why-keppinger

http://riveraveblues.com/2010/06/possible-trade-target-jeff-keppinger-30503


지난 주까지만 해도 루머에 불과했던 것이 어제 오후에는 상당히 뜨거워지더니 결국 밤 늦게 확정되었다.
ESPN의 제리 크라스닉에 따르자면 피지컬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우리 모두가 앤드류 프리드먼이 1월에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긴 하지만 고작 한 주만에 두 번의 트랜스액션을 성사시킨 것은, 거의 57일처럼 느껴졌던 잠잠했던 12월을 고려하자면, 정말 놀라운 페이스가 아닐 수 없다.

피지컬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고의 사구를 얻는 것과 비슷하게 당연한 일이라고 가정하고, 왜 레이스가 8년 간의 프로 생활에서 6개의 팀에서 뛴 선수[각주:1]에 관심이 있었는지 짚어보자.

표면적으로, 케핀저는 보통 좌완 투수에 강하고 컨택트 타자로서 상당한 명성이 있는 타격 위주의 선수다.
2008년 신시내티에서, 그리고 2010년 휴스턴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하는 동안 케핀저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삼진을 따내기 힘든 선수였다.
2008년에 그는 19.1타수에서 1번 삼진을 당하는 꼴이었고, 2010년에는 14.3타수로 이 부문 리그 1위를 기록했다.
좌완 투수 상대 기록만을 따로 뽑았을 때, 그는 커리어 총 660번 타석에서 고작 4%만 삼진을 당하는 기염을 토해낸다.

이 선수는 또한 특정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커리어 동안 그는 총 547타석을 주자가 득점권에 나서 있는 상황에서 맞았는데, .283/.360/.392을 기록했다.
또한 그는 대부분의 커리어를 2번 타순에서 보냈는데, 좌완을 상대하는 그의 높은 컨택트 능력과 배트 컨트롤을 고려했을 때 힛 앤 런 작전에 기용되었을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놀랍게도 2번 타순에서의 1490번 타석 동안 그는 고작 95개의 삼진만을 기록했을 뿐이다.[각주:2]

"타격 위주의"라는 수식어는 보통 잭 커스트 같은 선수 ㅡ 물론 과거에 그가 실제로 타격에 능했을 때의 이야기다 ㅡ 에게 붙이는 단어다.
케핀저는 그런 "타격 위주의" 프로토 타입 격의 선수로, 높은 컨택트 능력으로 공을 야구장 전체로 쳐낼 수 있지만 가끔은 관중석에도 하나쯤 꽂아넣기도 한다.[각주:3]
또한, 타석에서 힘이 모자라는 만큼 경기장에서 수비 범위도 떨어지는 편이다.
팬그래프의 분석에 따르면 그의 UZR/150은 2315이닝을 보낸 2루에서 -3.5, 1397이닝을 보낸 유격수 자리에서 -12.1, 761이닝을 보낸 3루에서 -4.2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는 케핀저의 수비력을 평균보다 약 3점을 더 내주는 수준으로 평가했다.
2012 빌 제임스 핸드북의 평가도 이보다 낫지는 않은데, 그는 지난 해 케핀저가 2루수로서 수비로만 팀에 12실점을 안겨다주었으며, 지난 세 시즌을 합치면 총 21실점에 맞먹는 수비력을 보여주었다고 써놨다.
전자는 최악의, 후자는 최악에서 두 번째의 기록이다.

그가 저 많은 시간을 2루수, 유격수, 3루수 자리에서 보냈다는 것과 1루수 또는 외야수 자리에서 고작 73이닝을 맡았다는 것을 대조하면, 팀이 그를 어떤 식으로 기용할지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맷 조이스 또는 카를로스 페냐[각주:4]와 플래툰을 이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로, 조 매든이 그에게 지명타자 자리를 맡기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리드 브리그낙, 엘리엇 존슨과 같은 특급 수비수를 벤치에 보유한 한 해를 보낸 뒤에 공격력 위주의 선수를 영입한 것은 사실 프리드먼이 이번 오프시즌에 여러 번 시사한 바 있는 움직임이었다.
일례로 가장 최근에 그는 루크 스캇의 영입 컨퍼런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우리는 명백히 선수의 수비력에 중점을 두지만, 분명히 어떨 때는 공격력이 수비력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고, 팀에 도움이 될 경우 우리는 그런 영입을 시도할 겁니다."


케핀저가 이 방정식에 어떤 종류의 해(海)를 가져다 줄 것인가?
올바른 답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레이스의 두 브레인, 샌디 카즈미르와 웩(Whelk)[각주:5]을 인용하기로 한다.
지난 번에 레이스 웨이(Rays Way)에 실린 샌디의 글을 보면

더 북[각주:6]에 따르면, 어떤 선수의 같은 팔 상대 ㅡ 좌투 대 좌타, 우투 대 우타 ㅡ 와 반대 팔 상대의 성적을 따로 고려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는 타자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예측하는 것에 충분한 자신이 생길 만큼의 데이터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귀 분석을 통해서 우리는 평범한 타자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는지를 고려하여 특정 선수의 상대적인 활약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데 이 방법이야말로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훨씬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이 방법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만약 우리가 다루는 대상이 적은 타석에 나선 타자라면 회귀 분석의 지배력이 훨씬 강해지기 때문에 막상 우리가 알고자 하는 그 특정 선수에 대한 정보보다 평균적인 선수들의 경향성을 알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 밤, 웩은 샌디가 자기의 글에서 설명했던 그 방법을 모두가 쉽게 따라할 수 있게끔 멋진 스프레드쉬트를 만들었다.
그가 고안한 스프레드쉬트를 사용하여, 케핀저가 로스터에 추가된 뒤로도 단 한 명도 그 로스터에서 탈락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레이스의 중앙 내야수들이 어떤 활약을 보일지에 대한 회귀 분석을 볼 수 있다.


팬으로서 우리는 션 로드리게즈의 존재와 그가 가진 좌완 상대 능력에 익숙해졌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와 케핀저가 비슷한 wOBA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받아들이는 것에 큰 무리는 없다.
전체 메이저리그를 고려한다면, 좌완을 상대로 wOBA .317 이상의 기록을 올린다는 것은 로드리게즈와 케핀저를 모두 리그 평균 이상의 선수로 자리매김하게 하고 반면 존슨과 브리그낙은 상당히 평균 이하의 선수로 치부되게 만든다.

케핀저는 과거에 조금 덜 전통적인 감독들이 이끄는 다소 실력이 떨어지는 팀들에서 반강제적으로 풀타임 활약을 하곤 했다.
이제 그에게 플래툰 시스템의 강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감독을 위해 뛸 기회가 주어졌다.
또한 타자의 타구에 대한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수비수를 최적의 위치에 포지셔닝하는 그런 근면한 팀에서 뛸 기회도 주어진 셈이다.
최소한, 이번 케핀저 계약은 팀의 수비적 공급과 공격적 수요를 정확히 충족시키는 움직임이었고 어쩌면 레이스가 사용하는 몇몇 수비 전략이 케핀저가 팀 수비력에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해로움을 상쇄할 수도 있는 일이다.


  1. 저니맨의 은유. [본문으로]
  2. 아마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듯. [본문으로]
  3. 송구 실책으로 공이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경우를 말한다. [본문으로]
  4. 맷 조이스는 외야수, 카를로스 페냐는 1루수로 모두 좌완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 두 선수의 좌완 상대 플래툰을 위해 1루와 외야 자리에서 경험이 별로 없는 케핑어를 기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5. DRaysBay.com의 한 회원. [본문으로]
  6. 다른 스포츠에도 이와 같은 표현을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야구에서는 '더 북(The Book)'이라는 고유명사를 때로 사용하는 데, 가장 정확하게 우리 말로 옮기자면 정석 또는 FM(게임 말고)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더 북"에 따라 카운트가 3-0(노 스트라이크 쓰리 볼)일 때 타자는 다음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그저 받아들인다.'와 같은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