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계의 전설의 레전드, 이푸스(eephus)

| 2012. 1. 29. 15:00

MLB 2K11을 하다가 구질 옵션에서 이푸스(eephus)라는 이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시험 삼아 선수 하나를 에디트해서 이푸스 공을 던져봤다.
구질의 특색을 잘 알아보기 위해 능력치는 최대치로 잡았다.
그리고 이푸스를 투척!했는데, 아니 이게 뭐람?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말도 안 되는 높은 궤도를 그리더니 이내 엄청난 낙폭을 보이며 땅으로 꼴아박혀버리는 게 아닌가?
MLB 2K11의 투구 시스템은 사용자가 지정하는 최초의 궤적지와 공의 최종 도달지가 같지 않게끔 구성되어 있다.
각 변화구의 특성에 맞게 공의 예상 경로를 예측하여 궤도가 변하기 이전의 지점을 향해 공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브 같이 떨어지는 공을 내가 원하는 위치를 통과하게끔 하려면 그 목적지보다 조금 더 위를 겨낭해서 공을 던져야 한다.
슬라이더라면 종(縱) 이동을 예측해야 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각설하고, 게임 고유의 특성을 감안하여 공이 제대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게 하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을 훨씬 벗어난 위를 향해 힘껏 이푸스를 던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공은 거의 허허 웃음이 나오는 정도로 솟구치더니 뚝 떨어지면서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지나갔다.
대체 이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2K 스포츠의 주최측 농간, 이스터 에그 같은 류의 공이란 말인가.
왠지 발음에서 풍기는 장난스러운 냄새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게임 시스템이 제공하는 제구 범위의 위쪽 마지노선에 커서를 놓고 세 번째 이푸스를 힘껏 던졌다.

그제서야 공이 스트라이크 존의 중간 높이쯤에 가서 꼽히더라.
구속은 50마일선.
대체 이 신비의 구질 이푸스의 정체는 무어란 말이냐.
바로 구글로 달려갔다.

eephus를 검색창에 쳤다.
검색 결과 제일 위에 뜨는 위키피디어를 보고는 바로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http://blog.naver.com/torgun/50092219634

 
이푸스(eephus)는 그 기원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말로,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어린이들 장난 같은 구질이다.
꼭 강백호의 자유투 자세 같은 그런 느낌의 이벤트성 행동이지, 정립화된 어떤 공의 종류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래의 영상을 참조하자.
이푸스를 뿌리는 것으로 유명했다는 스티브 해밀턴이 뉴욕 양키스 시절에 던진 이푸스 ㅡ 그의 이푸스는 특별히 폴리 플로터(folly floater)라고 부른단다 ㅡ 다.
선수들의 반응도, 관중들의 반응도, 해설자들의 반응도 모두 이 광경을 진지한 프로 야구 경기의 일부로보다 하나의 쇼, 하나의 꽁트, 하나의 해프닝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MLB 2K11에 있던 이푸스는 어느 정도는 이스터 에그적인 측면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푸스의 용법이 세월에 따라 차차 변하면서 굉장히 느린 커브를 포괄하는 단어가 되었고 카즈히토 타다노케이시 포섬, 비센테 파디야 같은 선수는 이를 자신의 특기 구질로 체득하여 메이저리그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푸스.
알고나면 재밌는 토막 야구 지식이다.
국내의 빡빡한 환경에서는 야구에 대한 이런 실험적인 접근이 불가능한 모양인지 어떤 구체적인 사례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어떤 한국 선수도 이푸스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무려 일본 리그에서 자랑스런 대한민국민이 이푸스를 던진 영상을 굉장히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주인공이 누구냐고?
이상훈?
선동열?
아니다.
확인된 한 최초의 한국산 이푸스를 던진 장본인은 무명의 용병 이정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