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Himmel über Berlin

| 2013. 12. 29. 19:59

독일어 제목을 영어로 직역하면 "The heavens over Berlin", 베를린 상공의 천국, 베를린 위 천국, 뭐 이 정도로 번역이 되겠다. 하지만 영어 제목은 막상 "Wings of desire"로, 이를 번역하자면 욕망의 날개 정도일 것이다.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다시 한 번 예상을 뒤엎고 《베를린 천사의 시》라고 달려 있다. 이 영화를 기반으로 미국식으로 각색된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멕 라이언이 열연(했으나 똥망)한 《시티 오브 엔젤》이다. 직역하면 "천사의 도시"가 될 텐데, 이 네 가지 제목 모두 적당히 영화의 일면을 묘사하는 것 같다. 그 무엇 하나 완벽한 제목이라고 꼽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 최고의 명장면은 역시 (...) http://www.blu-ray.com/movies/Wings-of-Desire-Blu-ray/6373/

내 취향에 맞는 담론이 되기는 어렵지만, 나를 제외한 상당수의 사람에게는 두고두고 생각해 볼 만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영화다. 흑백의 시각으로 대변되나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로서의 천사와, 총천연색의 감각을 가지고 있으나 "mortal"함(필멸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제일 적당한 번역이려나)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의 삶이 이뤄내는 대비, 그리고 결국 인간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 닝겐들에게 당신들의 세계야말로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결론으로 이끄는 감독 빔 벤더스의 부드러운 손길에 자연히 관객들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개인마다 각각 다를 어떤 감상에 젖게 된다. 배우들의 중후한 연기, 특히나 피터 포크의 능구렁이 같은 연기는 그런 감상에의 몰입을 한층 심도 있게 만든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각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식도 훈훈했다. 과연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고뇌에 빠져 있는지, 길 가는 여자를 보고 음란한 생각이나 떠올리는 것이 결국 닝겐들의 일상이 아닌지 하는 괜한 생각도 들었지만.

"Ich weiss jetzt was kein Engel weiss."라고 마무리되는 천사의 시에서 빔 벤더스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는 분명히 알았다고 생각하나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속편의 영화가 존재한다고 하니 언젠가 그 영화를 감상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어바웃 타임》에서도 한 번 언급된 닉 케이브의 음악을 한 번 찾아 들어볼 생각이고, 엔딩 장면에서 언급된 세 명의 천사들 ㅡ 오즈 야스지로와 프랑수와 트뤼포, 그리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작품도 하나하나 감상해 볼 예정이다.

개인적인 의미를 조금 더 담아보자면, 매우 모호한 형태이긴 했지만 3년 전에 가봤던 베를린의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아 좋았다. 비록 예상치 못한 피곤에 영화를 잠시 멈춰두고 낮잠을 쿨쿨 자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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