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약속대로 공개하는 두 번째 앨범 리뷰.
네이버 뮤직에 제출한 그대로이다.
사진과 제목만 후에 첨부.
언젠가 네이버 메인에 뜬 ‘이 주의 발견’ 문구를 보고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
‘거장의 귀환’이라는 글귀 위의 썸네일에 자미로콰이의 프론트맨, 제이 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 케이와 거장이라는 단어가 같이 배열되어 있으니 왠지 어색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미로콰이는 여전히 말쑥한 트레이닝 복을 차려입고 현란한 몸 동작을 선보이는 제이 케이의 모습 때문에 ‘거장’이라는 진지한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뿐이지, 그들의 음악적인 성취를 훑어보면 충분히 ‘거장’의 자리에 오른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올해로 데뷔 19년차를 맞는 자미로콰이는 지금까지 총 7개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발전하고 성숙해가는 음악을 한다는 추이를 느낄 수 있다.
5년만에 발매된 신보 'Rock Dust Light Star'는 바로 그런 변화의 정점에 서있는 앨범임이 분명하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의 5년이라는 시간은 나 같은 자미로콰이의 팬에게는 굉장히 긴 기간으로 느껴졌다.
소니와의 계약이 끝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제이 케이의 은퇴 소식은, 비록 하루만에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마치 이대로 자미로콰이의 활동이 영영 멈출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마치 2001년의 5집과 2005년의 6집 제작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음악적 재능을 소진하여 더 이상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을만큼 지쳐버린 것 같았다.
'High Times'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의 싱글 컴필레이션 음반에서도(비록 곡 제목이긴하나 다른 이름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아우디 프로모션차 있었던 내한 공연에서의 그 무기력하고 신물이 나는 제이 케이의 모습에서도 나는 이들이 이렇게 저물어 가는구나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랬던 자미로콰이가 신보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규 앨범이 발매되기 이전에 싱글이 하나 툭툭 튀어나왔다는 소식도 들었다.
나는 그토록 열렬한 자미로콰이의 팬이었지만 당시에 그 곡을 찾아 듣지 않았다.
꼭 듣고 나면 실망해버릴 것만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규 앨범이 발매되고 그 앨범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 나의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
자미로콰이는 여전히 약동하고 있었고, 그들의 음악은 다시금 한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우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미로콰이의 이번 앨범이 다른 앨범들과 비교해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기존의 그 어떤 앨범에서보다 노련미와 여유가 앨범 곳곳에 배어있다는 것이다.
5집부터 가속되기 시작한 임팩트함과 콤팩트함을 동시에 극대화 하려는 시도는 6집 'Dynamite'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하지만 신보의 음악은 그런 추세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고도로 농축되어 있던 그 팽팽한 긴장감에 다소간의 여유를 두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을 나는 노련미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며 이들의 음악적 성숙도가 완성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방증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보에 포함된 곡 중에 빠른 16비트의 드럼과 화려한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She’s a fast persuader' 정도의 트랙만 제외하면 5집의 'Main vein'이나 6집의 'Starchild'에서 보여주던 빠릿빠릿한 긴장감은 없다.
그렇다고 이들의 음악이 느슨해지고 심심해졌다는 말은 아니다.
활 시위는 조금 풀었지만 이들이 쏘아대는 음악은 청자들의 고막을 향해 쏜살 같이 날아가 환상적인 울림을 만들어 낸다.
마빈 게이나 빌 위더스 스타일의 6, 70년대 소울 풍의 분위기를 구사하는 'Blue skies', 후렴구의 재치있는 박자 변화가 듣는 이의 흥미를 불러오는 8비트의 팝 넘버 'Lifeline', 역시 복고적인 훵크 리듬을 기반으로 자미로콰이 식의 경쾌하고 이국적인 양념을 얹은 'Two completely different things'를 들어보면 여기서 내가 말하는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꼭 제목에서 유추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 앨범의 첫 트랙 'Rock dust light star'는 정말 반짝이는 별빛 같은 신디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유쾌한 댄스 곡이다.
드럼과 베이스, 기타, 신디, 4개의 악기로만 모든 반주를 소화해내는 이 트랙에서 집어낼 수 있는 이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 기타가 반주의 전면으로 나서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Little L', 'Love foolosophy' 같은 노래에서 잠깐잠깐 ‘잽잽이’ 수준으로 등장하던 기타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 같은 경향은 'All good in the hood'나 'Hurtin’', 'Goodbye to my dancer'에서도 지배적으로 나타나는데, 이 세 트랙은 얼터너티브 락이라고 불러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만큼 락적인 요소가 강하다.
어쩌면 매 앨범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 자미로콰이의 다음 앨범의 향방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취향의 문제지만 이 정도 완성도의 앨범이라면 역대 자미로콰이 앨범 중 단연 최고로 꼽는다고 해도 무리는 없다.(상업적인 성공은 다른 문제로 차치하자면 말이다.)
이들의 음악적 재능이 이처럼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한 다음 앨범을 위한 또 다른 5년을, 아니 5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린다고 해도 기쁜 일이다.
네이버 뮤직에 제출한 그대로이다.
사진과 제목만 후에 첨부.
왕이라고 하기엔 좀 품위가 떨어지나.
언젠가 네이버 메인에 뜬 ‘이 주의 발견’ 문구를 보고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
‘거장의 귀환’이라는 글귀 위의 썸네일에 자미로콰이의 프론트맨, 제이 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 케이와 거장이라는 단어가 같이 배열되어 있으니 왠지 어색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자미로콰이는 여전히 말쑥한 트레이닝 복을 차려입고 현란한 몸 동작을 선보이는 제이 케이의 모습 때문에 ‘거장’이라는 진지한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뿐이지, 그들의 음악적인 성취를 훑어보면 충분히 ‘거장’의 자리에 오른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올해로 데뷔 19년차를 맞는 자미로콰이는 지금까지 총 7개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발전하고 성숙해가는 음악을 한다는 추이를 느낄 수 있다.
5년만에 발매된 신보 'Rock Dust Light Star'는 바로 그런 변화의 정점에 서있는 앨범임이 분명하다.
어(리고 구)린 제이 케이.
2005년부터 2010년까지의 5년이라는 시간은 나 같은 자미로콰이의 팬에게는 굉장히 긴 기간으로 느껴졌다.
소니와의 계약이 끝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제이 케이의 은퇴 소식은, 비록 하루만에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마치 이대로 자미로콰이의 활동이 영영 멈출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마치 2001년의 5집과 2005년의 6집 제작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음악적 재능을 소진하여 더 이상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을만큼 지쳐버린 것 같았다.
'High Times'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의 싱글 컴필레이션 음반에서도(비록 곡 제목이긴하나 다른 이름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아우디 프로모션차 있었던 내한 공연에서의 그 무기력하고 신물이 나는 제이 케이의 모습에서도 나는 이들이 이렇게 저물어 가는구나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지옥 같았던 내한 공연의 현장. http://shevranko.thoth.kr/?mid=blog&category=985777&document_srl=988671
그랬던 자미로콰이가 신보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규 앨범이 발매되기 이전에 싱글이 하나 툭툭 튀어나왔다는 소식도 들었다.
나는 그토록 열렬한 자미로콰이의 팬이었지만 당시에 그 곡을 찾아 듣지 않았다.
꼭 듣고 나면 실망해버릴 것만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규 앨범이 발매되고 그 앨범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 나의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
자미로콰이는 여전히 약동하고 있었고, 그들의 음악은 다시금 한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우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미로콰이의 이번 앨범이 다른 앨범들과 비교해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기존의 그 어떤 앨범에서보다 노련미와 여유가 앨범 곳곳에 배어있다는 것이다.
5집부터 가속되기 시작한 임팩트함과 콤팩트함을 동시에 극대화 하려는 시도는 6집 'Dynamite'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하지만 신보의 음악은 그런 추세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고도로 농축되어 있던 그 팽팽한 긴장감에 다소간의 여유를 두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을 나는 노련미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며 이들의 음악적 성숙도가 완성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방증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보에 포함된 곡 중에 빠른 16비트의 드럼과 화려한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She’s a fast persuader' 정도의 트랙만 제외하면 5집의 'Main vein'이나 6집의 'Starchild'에서 보여주던 빠릿빠릿한 긴장감은 없다.
그렇다고 이들의 음악이 느슨해지고 심심해졌다는 말은 아니다.
활 시위는 조금 풀었지만 이들이 쏘아대는 음악은 청자들의 고막을 향해 쏜살 같이 날아가 환상적인 울림을 만들어 낸다.
마빈 게이나 빌 위더스 스타일의 6, 70년대 소울 풍의 분위기를 구사하는 'Blue skies', 후렴구의 재치있는 박자 변화가 듣는 이의 흥미를 불러오는 8비트의 팝 넘버 'Lifeline', 역시 복고적인 훵크 리듬을 기반으로 자미로콰이 식의 경쾌하고 이국적인 양념을 얹은 'Two completely different things'를 들어보면 여기서 내가 말하는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내가 바로 자미로콰이에서 기타를 치는 랍 해리스랑께.'
꼭 제목에서 유추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 앨범의 첫 트랙 'Rock dust light star'는 정말 반짝이는 별빛 같은 신디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유쾌한 댄스 곡이다.
드럼과 베이스, 기타, 신디, 4개의 악기로만 모든 반주를 소화해내는 이 트랙에서 집어낼 수 있는 이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 기타가 반주의 전면으로 나서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Little L', 'Love foolosophy' 같은 노래에서 잠깐잠깐 ‘잽잽이’ 수준으로 등장하던 기타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 같은 경향은 'All good in the hood'나 'Hurtin’', 'Goodbye to my dancer'에서도 지배적으로 나타나는데, 이 세 트랙은 얼터너티브 락이라고 불러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만큼 락적인 요소가 강하다.
어쩌면 매 앨범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 자미로콰이의 다음 앨범의 향방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색다른 변화를 꾀한 자미로콰이는 자신들의 본분(?)에도 충실했다.
자미로콰이 고유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디스코 곡 'White knuckle ride', 데릭 특유의 화려한 하이햇 터치가 일품인 'Smoke and mirrors', 이 앨범 유일의 정통 애시드 재즈 곡이라고 할 수 있는 'Never gonna be another'까지, 자신들의 정통성과 과거의 모습을 선호하는 팬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취향의 문제지만 이 정도 완성도의 앨범이라면 역대 자미로콰이 앨범 중 단연 최고로 꼽는다고 해도 무리는 없다.(상업적인 성공은 다른 문제로 차치하자면 말이다.)
이들의 음악적 재능이 이처럼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한 다음 앨범을 위한 또 다른 5년을, 아니 5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린다고 해도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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