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Sconosciuta

| 2011. 6. 26. 15:14

언노운 우먼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2006 / 프랑스,이탈리아)
출연 크세니야 라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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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편의 엄청난 영화를 봤다.
그 엄청난 영화는 바로 한국에서는 '언노운 우먼'으로, 미국에서는 'The Unknown Woman' 또는 'The Other Woman'으로 개봉한 'La Sconosciuta'[각주:1].

'언노운 우먼'은 이탈리아의 아카데미 어워드라고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에서 총 12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그 중 5개의 상 ㅡ 여우주연상, 촬영상, 감독상, 영화, 음악 ㅡ 을 휩쓴 영화다.
포스터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네마 천국'의 명콤비,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엔니오 모리꼬네가 다시 만나 작업을 했다는 것으로 알려진 영화.
나는 '시네마 천국'을 본 적도 없고 어떤 분위기의 영화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영화 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작품을 엔니오 모리꼬네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그 외의 정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영화를 봤다.

초반의 몇몇 장면들을 접하면서 나는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많은 상상을 했던 것 같다.
가면을 쓰고 돌아가며 심사를 받는 장면에서는 '타운'의 수녀 분장이 떠올라 범죄 영화가 아닐지 추측했고, 영화의 주인공이 골라져 옷을 벗는 장면에서는 '색, 계' 식의 미녀 스파이 영화가 아닐지 생각했다.
이후에 뭔가 불안에 쫓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과대망상증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심리극일지 생각했고, 끊임없이 어떤 특정한 사람의 집에 잠입하려는 모습에서 다시 범죄 영화, 또는 스파이 영화가 맞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도 했다.
이 영화의 플롯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영화의 초반에 나처럼 갈팡질팡 헤매게 될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정체를 꽁꽁 숨기면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는 중반 부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이야기의 핵심을 잡아간다.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넘나들기 때문에, 게다가 그 넘나드는 과거도 여러 시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를 집중있게 보지 않으면 흐름을 놓쳐버리기 쉽지만 그 간극을 아주 조밀하게 편성했기 때문에 관객들은 크게 긴장하지 않아도 영화가 보여주는 그 충격적 진실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그리고 후반 부에는 모든 사실들이 하나하나 맞아들어가면서 그야말로 충격적인 진실을 보여준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질만한 영상들.

그래서 턱을 잡고 있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에 커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서술하지 않았지만 정말 굉장한 영화였다.
사람에 따라서 보기에 굉장히 불편한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런 장면들은 그 자체로 관객의 눈을 자극하는 2류의 것이 아니고 전체 이야기에 대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그 본분에 충실하기 때문에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다.
미쟝센 자체로 긴장감을 주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세세한 디테일이 상징하는 것들, 그들이 포함하는 메타포를 음미한다면 이 영화의 참된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어마어마했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으니 그냥 한 번 맛보기로 들어보자.
엄청나다.
흑흑.


전반적으로 무슨 할 말이 별로 없다.
나의 어휘력이 오랜만에 한계에 다다랐거나, 아니면 이 영화를 본 어제 오전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시간 동안 과다한 알콜 섭취가 있었거나 둘 중에 하나의 이유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뛰어나다.
내 짧은 영화 인생을 걸고 추천하는 영화.
볼 기회가 있다면 꼭 보자.
  1. 구글 번역을 돌려보니 저 이탈리아어는 영어로 'The Unknown'이 되더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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