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단이 되다

언제인지 잘 기억도 안 나는 걸 보니 최소한 3주는 흐른 것 같다.
3주 전쯤이라고 추정되는 그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네이버에서 2011 네티즌 선정위원단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알려준 소식이었지만 왠지 그의 의도가 나보고 한 번 지원해보라는 것처럼 읽혔기 때문에 관심있게 관련 정보를 읽어보았다.

지원 방법은 간단했다.
기본적인 자기 소개서와 앨범 리뷰 2개를 작성하는 것.
자기 소개서는 대충 끄적이면 되겠다 싶어서 리뷰의 대상으로 올라온 앨범들이나 살펴보자 했는데 이럴 수가 눈이 띠용.

띠용!

두 번째 그룹에 내가 입이 닳도록 혀가 닳도록 칭찬하던 자미로콰이의 신보 'Rock Dust Light Star'가 있는 것이다!
'오오미, 자미로콰이라면 한결 성님이 갑이었제'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이 앨범 하나만 보고 이 공모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역시 나 같은 음악 초보에게 그 뒤로 펼쳐지는 길은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처음으로 맞닥뜨린 관문은 도무지 첫 번째 그룹에서 어떤 앨범을 골라야 할 지 감이 오질 않았다는 것.^[각주:1]
감이 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첫 그룹에 속한 앨범의 아티스트들 자체가 흔히 '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르의 아티스트들 뿐이었고, 보통 그런 음악을 잘 듣지 않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옆구리를 푹 찔린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그나마 내가 여태까지 조금 들어봤던 아티스트의 앨범을 찾는 것.
그래서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에이브릴 라빈을 골랐다.
그나마 나의 6번째 밴드의 선곡을 위해 그녀의 1집과 2집 앨범을 들었다는 경험을 기반으로 한 선택이었다.

자, 그럼 준비는 끝났다.
먼저 작업할 글은 제일 무난한 자기 소개서로 정했다.
이름, 성별, 나이 등 다들 괜찮았다.
오히려 음악을 평하는 것은 그 평을 하는 사람의 취향 문제가 가장 많이 관여하는 법인데 그 평하는 사람에 대해 이렇게 적은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판단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될만큼 항목이 쉬웠다.
자기 소개와 지원 동기 같은 부분은 어차피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거 그냥 허세나 잔뜩 부려보자 싶어서 거만거만열매를 5개 정도 먹고 글을 써내려갔다.
뽑아볼테면 뽑아보라는 식이었다.
처음으로 음악을 접했던 시기와 그 곡에 대해서 쓸 때도, 관심 있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 장르를 쓸 때도, 이 주의 앨범 선정 시 기준으로 삼고 싶은 것과 그 이유를 쓸 때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기존에 유지하던 그 자신감 과도의 모습과 현학적인 태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두 번째 문제에 봉착.

국내의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2명이나 써야 한다는 것!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이유는 수많은 목록 중에 고작 두 팀을 뽑아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국내의 아티스트 중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본 아티스트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전문성을 보일 필요가 있는 글을 쓸 때 도무지 누구를 골라야 할 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었다.
여러 후보들이 떠올랐지만 고심 끝에 '못'과 '국카스텐'을 골랐다.
그래도 그 등장부터 꾸준히 지켜봤던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오디오를 틀어둔 환경에서 글 작업을 할 수 있게 음반을 가지고 있던 아티스트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했으나 바로 다음 란에서 최종 보스가 나타났다.

드래곤볼의 끝판 보스, 마인부우의 인자한 미소가 연상되는 그녀.

최근 관심이 가는 '신인' 아티스트로 국내 한 팀, 국외 한 팀을 골라서 글을 쓰라니!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지만 나는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특별히 절대 '신인'의 음악을 찾아듣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못과 국카스텐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들이 신인일 무렵 접할 수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저 두 팀이 유일할 정도로 나는 신인 아티스트에 관심이 없다.
이 세상에 얼마나 들을 음악이 많은데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의 음악을 들으며 나의 마음의 드는 것과 들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랴.
멍하게 나의 CD들을 바라보다가 의외로 국내의 신인 아티스트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바로 '검정치마'가 나의 선택.
일요일에 태어나 이름이 휴일이 된 '조휴일'의 음악은 예전부터 좋아하고 있었고 공연에도 한 곡 올려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떠들어댈 말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신인 해외 아티스트에 대해 많은 인터넷 검색을 했다.
데뷔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사람들일지라도 나만의 개똥철학을 펼쳐^[각주:2] 신인이라고 우길 준비까지 되어있었으므로 많은 장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신인 밴드, 신인 싱어송라이터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두 이름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다.
'티아고 요르크'와 '브루노 마스'.
주요 곡을 들어보니 둘 다 느낌이 괜찮았다.
더 들어보다가 호감이 가는 쪽으로 골라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일단 보류.

이제 진짜 중요한 앨범에 대한 평을 쓸 차례가 되었다.
아니 근데 이게 뭐야.
내가 제법 괜찮은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브루노 마스의 데뷔 앨범이 내가 울며 겨자먹기로 에이브릴 라빈을 골랐던 그 첫 번째 그룹에 떡 하니 올라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문제가 다 풀렸다.
상당히 진기가 빠지는 작업이었지만 나는 기간 내에 무사히 글을 마쳤고 담당자 메일로 자기 소개서와 리뷰를 보냈다.
처음 메일을 보낼 때 제목에 오타가 나서 빨리 발송 취소를 하고는 다시 보냈다.
정성을 들인 작업이었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지난 주 금요일이 발표인줄 알았는데 하루가 다 가도록 메일이 없길래 역시 무리였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을 빨리 잊었다.
그런데 오늘 메일을 확인해보니 또 띠용!

띠용!!

내가 되었단다.

카투사 합격 문자가 왔을 때부터 생긴 의심병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도졌다. 나는 네이버에 올라온 공지사항을 보고서야 확신했다.

이메일 알파벳순 정렬도 아니고 지원자 이름순 정렬도 아니면 내가 선발 결과 1등이라는 뜻인가?
단순히 내가 뽑힌 사람들 중에 가장 먼저 메일을 보냈다는 뜻이겠지.

어쨌든 나는 꽤나 얼떨결에 1년간 간간히 의무감을 가지고 글을 쓰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혹시나 내가 쓴 글이 네이버에 올라오게 되면 참 기쁜 일이므로 다시 블로그에 올릴 예정.

네이버에 보냈던 앨범 리뷰는 조만간 글의 내용을 조금 손보고 블로그에 포스팅할 계획이다.^[각주:3]
당사자는 왠지 기억하지 못할 것 같지만, 만약 이거에 뽑힌다면 내가 쓴 자기 소개서를 블로그에 올리겠다는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문을 아래에 공개한다.
나는 다시 읽을 자신이 없다.
쓱 보고 태그가 될만한 것만 뽑아 태그 등록만 시켰다.
제출했던 원본에서 달라진 것은 1도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에서 진행하는 ‘오늘의 뮤직’

이 주의 발견-국내 앨범 선정 ‘네티즌 심사위원단’ 응모 신청서

 

l  이름 : 이한결

l  성별 : 남자

l  나이 : 24세

l  직업 : 대학생(휴학)

l  Blog or homepage 주소 :
http://www.cyworld.com/mrrays
http://mrrays.tistory.com

l  자기 소개 :
서울 연희동에서 태어나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재학하던 중 잠시 학업에 뜻을 잃고 휴학을 결정했다. 키는 176cm에 몸무게는 63~64kg을 넘나든다. 태양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실상은 고영욱과 판박이다. 통기타를 처음으로 잡은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로 고등학교부터 동아리를 통해 밴드 활동을 시작, 약 7년간 꾸준히 합주를 했으나 지금은 방구석 기타리스트로 전락하고 말았다. 술과 여자를 좋아한다. 담배는 끊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자유 분방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좋아하며, 그 누구보다 강한 자존감과 굽힘이라고는 모르는 직설적인 말투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타입이나 대부분의 사람에게 호감형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음악 감상하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취미 이상으로 즐기는 사람이다.

l  지원동기 :
가장 마지막으로 하던 밴드는 나름 대전(대학교가 위치한 곳)에서 적은 양이었지만 돈을 받으면서 공연을 했다. 카피곡만으로 입장료를 받는 공연을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기에 자작곡의 공연은 필수적이었다. 밴드에서 주로 노래를 하는 사람이었던 나 역시 얼마 안 되는 내공을 가지고 신곡을 쓰는 것에 여념이 없었는데, 문제가 있었다. 다소 딱딱하지만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한자어를 사용하거나 말을 시작하면 자꾸 다른 할 말이 생각나 대개 만연체가 되어버리는 나의 말과 글 습관은 가사를 쓰는 것에는 최악의 조건들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여태까지 한글로 만들어진 음악에, 그 독특한 언어에서 우러나오는 고유의 감정에, 그런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한국의 밴드 음악에 소홀했다는 사실을. 네이버에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면서 그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나한테 최적화된 작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지원을 하는 바이다.

l  처음으로 음악을 접했던 시기와 곡 (ex. 1995년. 서태지 ‘난 알아요’)
이 질문(?)은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답변을 하기에 앞서 개개의 단어가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나의 입장에서 판단하도록 하겠다. 이 질문은 단순히 실재하는 사실 관계를 묻는 것이 아님에 분명하다. 만약 문자 그대로 이 질문을 받아들인다면 나의 대답은 1988년 10월 말 ‘코리아나-손에 손잡고’가 될 것이다. 1988년 10월 19일 생인 내가 처음으로 접한 음악으로 저 노래보다 가능성이 큰 노래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질문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질문이 묻고자 하는 바는, ‘내가 인정하는 범위에서의’ 처음으로 음악을 접했던 시기와 곡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최근에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위기로 뜸해졌지만 나의 취미 중 하나는 음반을 사 모으는 것이었다. 내가 듣는 음반만큼은 내 돈으로 사자는 주의가 있어서 지금껏 고작 100여장의 CD 정도만 소유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 콜렉션이 내게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고 본다.
바로 이 음반을 수집하는 계기의 첫 시작이 되었던 음반을 내가 처음으로 접한 음악으로 정하고 싶다. 중학교 2학년, 즉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 듣게 된 칸노 요코의 총 지휘하에 만들어졌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OST CD 세 장(OST1, No Disc, Remixes-Music for freelance)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그 당시 카우보이 비밥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다. 막 보급되기 시작한 초고속 인터넷 망을 이용해 인터넷 서핑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음악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검색을 통해 어떤 음악인지 정체를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직접 애니메이션을 보게 된 것은 처음 OST를 들은 지 6년이 지난 때였다.) 당시는 일본 음반의 직수입이 허가되지 않은 때였기 때문에 아마 이 CD 세 장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데 당시 돈으로 약 6만원을 썼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이의 나에게는 굉장히 큰 돈이었지만 내가 그렇게 아끼는 음악에 투자하는 돈은 절대 아까운 것이 아니었고 그 뒤로도 한 번도 나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l  관심 있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 장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선호하는 음악 장르가 비슷한 유형으로 수렴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인즉슨, 음악 감상을 즐기는 사람 중에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재즈에, 기타를 치는 사람은 블루스에 심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연하게 비밥으로 시작된 나의 선호 장르는 제이팝, 하드락, 헤비메탈, 익스트림메탈, 프로그레시브락을 거쳐 결국 블루스에 정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적당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 ‘장르 상대주의’라는 말을 쓴다면, 장르 상대주의에 입각한 사람으로 음악의 장르에 있어 개인적인 호불호는 존재할 수 있으나 우열의 관계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입장에서 R&B, 힙합, 뉴에이지, 일렉트로니카 등 거의 대부분의 장르를 섭렵하고 있다. 하지만 ‘관심 있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 장르’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블루스를 꼽을 것이다.

l  이 주의 국내 앨범 선정 시, 본인이 기준으로 삼고 싶은 것과 그 이유
(ex. 가창력, 독창적인 멜로디, 녹음 퀄리티 등, 복수 응답 가능)
좋지만 어려운 질문이다. 글로벌 시대라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써서 세계 각 국의 노래를 들어보면 더 이상 어떤 음악의 내셔널리티(nationality)를 따지는 일이 썩 의미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의 음악 판도는 몇 가지의 거대한 흐름으로 수렴해가는 추세가 있다. 그 거대한 흐름을 벗어나고자 애를 쓴다면 물론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야생으로 뛰쳐나온 아티스트는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는 것이 요즘의 음악 세계이다. 결국 어느 정도의 대중적인 성공을 보장받으려면 아주 구체적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주류의 음악 문화에 편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추세를 이끌어나가는 트렌드 세터가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주류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역발상이 요구되는 것이다. 요새 유행하는 노래와 비슷한 노래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만큼 눈에 띄는 노래가 나오기는 힘들다. 2000년 이후로 세계적인 솔로 싱어송라이터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그 수많은 음악인 중에 주류의 음악으로 살아남는 사람은 몇 사람 되지 않는다. 하나 둘 스러져간 그들의 음악을 찾아서 이리저리 듣다 보면 사실 대부분의 노래가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중에서 다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들의 음악을 골라 들으면, 그들의 음악엔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조건을 뛰어넘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쉽게 알 수 있다.
서론이 길었지만 나는 어떤 앨범을 평가할 때 바로 이런 양극단의 이중 잣대를 사용한다. 일반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기가 막힌 중용을 찾는 음악, 또는 그런 음악인을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국내 앨범’이라는 조건이 추가된다면 나는 단순한 일반성과 특수성 외에, ‘대한민국’ 고유의 분위기를 어떤 식으로 음악에 녹여냈는지, 그 여부 또한 나의 심사 기준으로 고려한다. 음악의 국가적 정체성이 상실되어가는 시대에, 바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한국 음악의 세계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l  좋아하는 아티스트 (국내/국외 각 2명씩)와 그 이유
국내 아티스트 중에 내 취향과 상당히 잘 맞아 들어가는 밴드는 못(MOT)과 국카스텐(Guckkasten)이다. 사실 못이야말로 위에서 언급했던 기준에 가장 잘 맞아 들어가는 밴드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1집을 더 선호하는데 처음 이들의 음악을 들었던 때의 충격은 여전히 생생하다. 다소 침침한 분위기에 깔리는 트립-합 비트와 흐느끼는 듯 호소력 짙은 이언의 목소리는 결국 영국의 영향을 받은 따라하기 밴드의 하나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멜로디 라인과 가사를 하나하나 음미하면 분명히 이들은 한국의 음악을 하고 있는 친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5년 데뷔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하고, 2008년 2집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앨범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못의 하이브리드적 음악이 훌륭한 음악이라는 나의 의견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리라.
국카스텐 역시 메인스트림에 합류하되 그 안에서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문제를 훌륭히 해결한 밴드다.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그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단어를 뭐라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그들만의 장르로 표출한다. 강렬한 기타 리프와 폭발하는 보컬이 심장을 울리다가도, 경쾌한 비트에 잔잔히 깔리는 아르페지오 기타 반주, 그 위로 청아한 보컬이 흘러나와 변화무쌍한 곡 진행을 보여주는 것이 이들 음악의 특징이다. 2008년 헬로루키에서 그 톡톡 튀는 개성으로 올해의 헬로루키를 수상하고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상과 록부문 최우수 노래상을 받는데, 이것은 마치 올해 갓 데뷔한 루키가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상과 실버슬러거를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성과다.

국외 아티스트로는 자미로콰이(Jamiroquai)와 벤 폴즈(Ben Folds)의 음악을 좋아한다. 여전히 재주 많고 춤 잘 추는 청년으로만 인식되는 제이슨 케이는 어느새 데뷔 18년차, 정규앨범 7집의 중견 노장이 되어버렸다. 일렉트로닉한 애시드 재즈를 주로 추구하던 4집까지는 곡이 대체적으로 단조로운 느낌이 있으나 앨범이 자주 나오는 편이라 괜찮았고, 자미로콰이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되는 5집부터는 각각 곡의 개성이 하나하나 살아 숨쉬지만 앨범이 느릿느릿 나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자미로콰이의 음악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고 이 사실은 2010년 5년만에 발매된 그들의 신보에서 어김없이 증명되었다. 자미로콰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 앨범의 리뷰에서 마저 하기로 하고 줄이겠다.
다가오는 6월에 첫 내한 공연이 내정된 벤 폴즈 역시 언제나 벤 폴즈 파이브 시절의 개구쟁이로만 남아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데뷔 16년차에 2010년 신보까지 7집 가수가(벤 폴즈 파이브의 앨범까지 포함하면) 되었다. 피아노를 위주로 하는 락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벤 폴즈는 자신이 창조한 신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벤 폴즈 파이브가 해체되고 자신의 이름만 가지고 발매한 2001년 앨범에서는 그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 이후로 특유의 재치 있는 가사와 촉촉한 듯 담백한 목소리, 아름다운 멜로디라는 큰 틀에서 쉴 새 없이 약동하는 음악을 듣고 있자면 이 사람의 팬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l  최근 관심이 가는 신인 아티스트 (국내/국외 각 1명씩)과 그 이유
정규 앨범이 1장인 아티스트를 신인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나의 기준이다. 이 다소 애매한 기준에 따르면 내가 국내에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아티스트는 검정치마이다. 조휴일의 원맨 밴드인 검정치마는 국카스텐과 굉장히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앨범을 냈고, 한국대중음악상에서도 국카스텐이 올해의 신인상을 받은 2010년에 역시 최우수 모던록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사실상 두 밴드 중 어떤 밴드를 위 질문에 언급하는지, 여기에 언급하는지는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다. 다만 검정치마의 음악 스타일이 더 풋풋하게 들려 신인다운 느낌이 더 많이 나기 때문에 그를 신인 아티스트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국카스텐의 노래가 진지한 쪽으로 치중한다면 검정치마의 음악은 그에 비해 더 밝고 경쾌하고 소소하다. 미국의 포스트 펑크 분위기와 기가 막히는 가사가 한데 어우러진 데뷔 앨범은 충분히 그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게 만든다.
같은 기준에서 국외 아티스트 중에는 티아고 요르크(Tiago Iorc)를 꼽을 수 있다. 2008년에 데뷔 앨범을 낸 이 브라질 출신의 훈남은 ‘제 2의 제이슨 므라즈’라는 평을 받으며 차세대 솔로 싱어송라이터의 계보를 이을 아티스트다. 제이슨 므라즈가 티아고 요르크의 음악을 접했더라면 그에게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이라는 말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사람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단지 밝은 가사와 통통 튀는 기타, 부드러운 목소리 일색인 노래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기타를 연주하는 방법이나 반주에 들어가는 디테일한 소리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이면 그의 음악적 감각은 평범하게 묻히고 말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이제 슬슬 다음 앨범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1. 정해진 리스트 중에 두 앨범의 리뷰를 쓰는 것이 미션이었는데 아무 앨범이나 떡떡 집을 수는 없었다. 각각 12개의 앨범이 포함된 2개의 그룹에서 하나씩 앨범을 뽑아야만 했다. [본문으로]
2. 발매한 정식 앨범이 하나라면 모두 신인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 골자다. [본문으로]
3. 최종 제출을 하기 전에 한 번 검토를 하리라고 마음을 먹었으나 에너지가 바닥이 되어서 그냥 보내버렸다. 그래서 지금 다시 읽어보면 손발이 퇴갤할지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