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 걸스

| 2011. 6. 13. 14:44

어제의 즐거운 모임 중에 누군가 일본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자연스럽게 등장한 이름은 '아오이 유우'.
오랜만에 떠오른 그녀를 기리는 의미에서 아오이 유우의 출연작을 하나 골랐다.
한국 제목으로는 '훌라 걸스', 일본 제목은 '후라가-루'.

화질이 구리구리하지만 실로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다른 영화는 '스윙 걸즈'와 '꽃 피는 봄이 오면'이었다.

스윙 걸즈 상세보기
꽃피는 봄이 오면 상세보기

물론 '빌리 엘리어트'라는 훌륭한 발레 영화가 훨씬 더 비슷한 플롯 구조를 가지고 있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아직 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소녀들이 등장해 메인 플롯이 진행됨에 따라[각주:1] 스스로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전자의 영화와 닮은 것 같고, 비운의 교사가 탄광촌으로 가 가망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감동적인 아름다움을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후자의 영화와 닮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 '훌라 걸스'에는 이 영화를 다른 영화로부터 구분되게 하는 요소가 몇 가지 존재한다.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훌라 춤을 추는 여인들과 대비되는, 광부들의 몰락하는 삶과 그로 대변되는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의 갈등이다.
비록 시골 탄광 도시로 경계를 한정짓고는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패망을 맛본 전후의 일본 기성세대들이 변해가는 시국 속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이 영화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육체적 노동이 상징하는 근면함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모든 삶이 기반하는, 그러나 사양하는 조짐이 분명한 탄광 산업을 지키고, 지역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관광 산업을 배척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이 영화는 묘사하고 있다.
이 글은 그런 기성 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을, 감독인 이상일의 출신과 연관지어 훌륭하게 설명한다.
전통적인 여성상과 대비되는 여자 훌라 댄서와 신여성의 길로 나아갈 모색을 하고 있던 아오이 유우와 전통적인 여성상을 가지고 있는 아오이 유우의 어머니, 이 셋이 빚어내는 갈등의 장 또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리라.

이상일 상세보기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어설픈 코믹 신이다.
앞서 언급한 두 영화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마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특히나 스윙 걸즈의 경우 일본다운 엉뚱한 캐릭터를 조연에 끼워넣으면서 상황 자체가 갖는 웃음을 유발하는 아주 유쾌한 영화이다.
훌라 걸스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이 두드러지는 거대한 소녀나 호들갑 떨기를 좋아하고 수다스러운 남자 담당자[각주:2]의 모습은 이 영화가 너무 진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을 막아주는 요소다.
어느 영화에나 존재할 수 있고, 특히나 다수의 대중들에게 어필할 영화를 만들 때 이런 코믹한 요소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존재이므로 나 역시 이들의 존재에 대한 비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어설픈 장면이라 함은 마치 '기쿠지로의 여름'에나 나올 것 같은 생뚱 맞으면서도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그런 장면이다.

기쿠지로의 여름 상세보기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다른 점과 구분되는 것은 바로 '우.유.빛.깔.아.오.이'[각주:3]의 존재다.
동양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로 유려한 라인의 이마와 목을 소유한 이 여배우는 영화 내내 뭇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스윙 걸스'의 우에노 쥬리도, '꽃 피는 봄이 오면'의 장신영도 이 영화의 아오이 유우만큼의 포스는 없었다.
원래 발레를 배웠던 전력이 있다는 아오이 유우는 '하나와 앨리스'의 엔딩 부분에서도 숨막히는 발레 신을 보여주었는데 또 다른 춤 영화 '훌라 걸스'에서도 아주 훌륭한 춤 실력을 선보인다.

하나와 앨리스 상세보기

 살랑살랑거리는 저 엉덩이를 보면 '오오모리 나오 개객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나.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과연 이 영화가 일본 아카데미에서 11개나 되는 상을 휩쓸만큼 훌륭한 영화인지 약간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비록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는 있지만 플롯이 뻔하고 갈등 상황이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일까.
아니면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어설픈 코믹 장면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허술한 구성이 작용한 탓일까.
평균 이상의 영화이나 평균 이~상의, 훌륭한 영화라고 평가하기엔 확실히 부족한 영화 정도라고 평해두고 싶다.

그럼 평균 이~상의 여자 아오이 유우의 사진 몇 장 올리면서 끝.

  1. 스윙 걸즈에서는 콘서트 준비가, 이 영화에서는 춤 공연 준비가 메인 플롯으로 작용한다고 가정하자. [본문으로]
  2. 이 남자를 집중해서 보지 않는 바람에 사실 이 사람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3. '우윳빛깔'과 '우유빛깔'을 고민하다가 다음의 글을 보고 후자로 마음을 굳혔다.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11&dirId=110801&docId=6199848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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