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학교 때 그 이름을 처음 접해본 영화다. 당시에 이 영화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고티카》인 줄 알고 《고티카》와 같은 호러 스릴러물인 줄 알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참 호러 스릴러와는 거리가 먼 SF영화였다.
2. SF 영화는 대체적으로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미래라는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 "미래학"이라는 학문의 분야까지 존재할 정도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한두가지가 아니게 복잡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가타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의외로 좋은 ㅡ 영화를 보기 전까지 여전히 《고티카》류의 호러 스릴러라고 알고 있었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ㅡ 출연진에 조금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3.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대로 기대 이상이었다. 대략적으로 말해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로의 진행이기 때문에 ㅡ 아무래도 이 영화의 진행에서 디스토피아적 엔딩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ㅡ 엔딩을 예상하는 것이 그럽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충분히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점, 연출이 여타 수준급의 SF 영화와 비교했을 때 뒤떨어지는 면이 없었다는 점, 엔딩이 예상됨에도 긴장감이 넘치는 플롯을 써냈다는 점에서 《가타카》는 내 기대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4.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배우인 에단 호크는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돋보였던 배우는 제1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주드 로로 그의 연기에서 처음으로 "연기력"이라는 어떤 종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우마 서먼 또한 예상 외의 청순함을 선보였는데 그녀의 젊은 시절 이미지가 섹시함의 아이콘이 아니었을까 하는 가능성 높은 추론을 해보았다. 아마 내 예상이 맞을 것이다.
5. 하지만 과학은 영화와는 사이가 좋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영화의 내용에서 드러나는 여러가지 과학적 오류에 대한 지적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SF "영화"에 엄격한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인도적으로 좀 심한 일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임의 규칙에 대해 무지한 행동이라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이지 다큐멘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며, 영화라면 어느 정도의 뻥카는 제작자의 의도라는 까방권 아래 적당한 수준에서 넘어가질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의사(擬似) 공학도인 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정도 뻥이라면 너그러이 봐줄 만하다.
http://reuben-nanda.blogspot.kr/2011/11/gattaca-1997.html
6.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가장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던 부분은 세트장이었다. SF 영화의 세트는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갖춰야 한다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영화라고 본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상징하는 저 스크린샷의 계단은 그 기준의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단적인 예.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면, 더 구체적으로 SF 영화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디테일함에 저 정도의 신경을 쓸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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