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ya Con Dios

| 2013. 5. 5.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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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가라'라는 뜻의 제목만 보면 굉장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주제를 담은 무거운 영화라고 착각하기 십상이지만 《신과 함께 가라》는 사실 누구나 재밌게 볼 만한 ㅡ 앗, 근데 19금 장면이 있으니까 청소년들은 안 되겠다! ㅡ 로드 무비 형식의 코미디 드라마다. 물론 코미디라고 하여 아주 가벼운, 전혀 억지스럽지도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수준의 메시지마저 결핍되어 있는 영화는 아니다. 로드 무비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영화는 서로 다른 세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인류의 저 위대한 갈등 중 하나인, 좋은 것과 옳은 것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영화는 애초에 수도 없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그 수도 없이 많은 영화들은 장르의 특성 때문인지 대개 "평범함"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신과 함께 가라》는 이 장르적 한계를 수도사들의 노래를 빌어 깔끔하게 해결했다.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 아름다운 가스펠의 화성은 영화의 몰입력을 한층 극대화한다. 클라이막스의 카타르시스를 이루는 아래의 합창은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 머리에 남아 있을 나만의 명장면이 될 것이다.

사실 진지하게 바라보자면 이 영화의 플롯은 헛점투성이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텔링 자체가 관객들이 실눈을 뜨고 영화를 바라보게끔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정당한 비판조차 시작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뭇 기가 막힌 상황을 연출하는 것 같다. 5점 만점으로 평가를 하자면 3점이 아닌 4점을 주고 싶은 느낌 또한 바로 그런 점에서 연유한다.

트리비아 : 영화의 서브 주인공인 키아라 역을 맡은 여배우의 이름은 실제로도 키아라다. 평범한 독일 여자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 외에 특이사항은 없지만 왠지 이름을 기억해두고 싶은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