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 2013. 11. 24. 22:23

정말 솔직히 말해서 내가 또래의 평균 이상으로 AV를 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하나 둘쯤 읊을 수 있는 선호하는 AV 배우 이름도 마땅히 생각나는 것이 없고, 그 흔한 유명 품번 작품 역시 단 하나도 제대로 댈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아마도 AV 배우나 업계에 대한 관심은 단연 평균 이상일 것이다. 내가 실제로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것보다 음악 산업에, 영화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전반적인 구조에 관심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로 그 관심이 나를 이 영화로 이끌었다. 미히로라는 배우는 예전에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봤던 것 같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예상했던 것이지만 역시 실제 미히로가 배역보다 배는 더 아름다운 것 같다. http://www.diodeo.com/comuser/news/news_view.asp?news_code=40868

영화는 매우 담담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녀의 자서전을 어느 정도나 각색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있는 그대로의 서술에 충실한 영화화가 아닐까 싶다. AV 여배우의 삶이라는 특이하고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평범하고 진부한 캐릭터와 그들을 기반으로 한 장면들을 연출했다. 사실 디테일한 부분들만 놓고 보자면 이것이 과연 상업성을 조금이라도 고려하고 만든 영화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심심하다. 정말 단 하나도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이 없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만이라도 조금 더 리얼했더라면 영화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지지 않았을까 한다. 아무래도 이 영화 《누드》가 정황보다는 인물에 집중한 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일본의 AV는 산업이라는 태그를 붙이기에 모자란 부분이 전혀 없다. 아주 체계적인 배우 육성 시스템부터 촬영부터 배급까지 책임지는 소속사와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오프라인 매장, 거기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온라인 시장까지, 일본 사회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살아 숨쉬는 거대한 집단이다. 오히려 개인의 특정한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전반적인 AV 산업의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감상하면 다큐멘터리적인 느낌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인상이 한 두 단계 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어떻게 말하면 그만큼 "미히로"라는 인물에 초점을 둔 당초의 기획이 실패했다는 것일 수도 있고.

왓챠에서는 이 영화에 3점을 주었다. 예상 평점이 2.8점이었는데데 그 정도면 적당히 괜찮은 예상.

아래 영상에서 영어 자막과 함께 풀버전 감상이 가능한다. 다시 한 번 유튜브의 무시무시함에 경의를 표하며, 항상 뒤를 조심하시고 엄빠를 조심하셔서 잘 감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