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ic! At The Disco <Pretty Odd>

| 2011. 9. 4. 10:57

어떤 대상에 대해 좋은 가치 평가를 하는 것과 그 대상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상당히 별개의 문제다.
가치 판단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내가 가장 사용하기 즐겨하는 방법인 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나는 김태희가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김태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나는 펜더가 매우 좋은 기타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펜더 기타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는 비빔밥에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혼자서는 절대 비빔밥을 만들어 먹거나 사 먹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패닉! 앳 더 디스코가 상당히 독창적이고 훌륭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음악이 썩 내 귀에 감기는 편은 아니다.


1집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의 느낌이었다.
대부분 혼자서 만드는 음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음악은 정말 신선하다.
다양한 장르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앨범 전체의 완성도를 고려해도 완급의 조절이 뚜렷하고 확실한 하나의 주제를 이끌어내는 능력 등은 상당히 돋보인다.
2집의 완성도는 1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초반부에 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훅 송을 배치하고 뒤로 갈 수록 자신들의 정체성을 서서히 드러내며 모든 사람이 이 앨범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음악을 즐겨듣지 않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히 클래식한 표지를 가진 이들의 2집 'Pretty Odd'는 표지와 비슷한 느낌의 클래식함을 앨범의 배경으로 깔아두고 있다.
원래부터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음악은 바로크 팝이라고도 불려왔을 만큼 클래식함에 큰 기반을 두고 있다.
보통 락 밴드의 음악에서 들어볼 수 없는 다채로운 악기들은 상당히 빵빵한 부피감을 자랑하며 이들의 고유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라스 베가스에서 생긴 밴드가 이런 음악을 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내가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는 'The piano knows something I don't know'를 들어보자.
이건 21세기형 비틀즈의 음악이다.


단지 이 트랙만이 이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Behind the sea'와 'She had the world' 같은 트랙을 들어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사람들이 만든 음악치고 굉장히 당돌하지 않은가.

글을 쓰다보니 칭찬 일색이다.
평단의 의견도 나와 그렇게 동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여기서 글 쓰는 것을 멈추고 왜 내가 별로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음악에 끌리지 않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내 마음 속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 톤밖에 없다.
꼭 폴 아웃 보이의 보컬이랑 비슷한, 비성이 극대화된 징징거리는 듯한 목소리는 정말 내 타입이 아니다.

2009년 멤버의 분리를 겪은 패닉! 앳 더 디스코의 3집이 올해 발매되었다.
곡을 대부분 쓰던 라이언 로스가 떨어져 나간 이후의 첫 앨범은, 아직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좋은 반응을 불러온 것 같지는 않다.
훌륭한 작곡 능력은 빠져나가고 자라 같은 목소리만 남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패닉! 앳 더 디스코의 3집은 가볍게 듣고, 라이언 로스의 행방을 팔로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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