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중에 할 일이 없으면 나는 보통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읽다가 지치면 나는 해석할만한 야구 글이 없나 살펴보고 해석을 한다.
대개는 저 두 가지 행동을 번갈아가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가끔씩 끄적이는 것이 바로 네이버 지식인이다.
나의 프로필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보통 록, 메탈 음악 부분에 답변을 올리는 편이다.
올라오는 질문이라고는 무슨 노래 보내주세요 또는 괜히 꼬마 락팬들을 긁으려는 대결 글(무슨 뮤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밴드라느니, 씨앤블루 vs 퀸 같은 그런 부류다.) 같은 게 대부분이지만 가끔씩은 흥미로운 질문도 올라온다.
그런 경우엔 내가 잘 모르는 사실이더라도 구글 검색을 해서 정보를 찾아 답변을 올려준다.
뭐 대단한 것을 찾아내서 나의 의견을 섞어내는 '창조'의 과정이라기보다 대부분 영문 위키피디어에서 관련 사항을 찾아 번역하는 수준이다.
답변을 올려서 채택이 되면 경험치 개념으로 내공을 주는데, 초수, 중수, 고수 등의 계급을 따기 위해서는 내공 조건과 채택답변수 조건과 채택답변률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옛날에 지인의 아버지가 도무지 지식인에 답변을 올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발언을 듣고는 내심 뜨끔했던 적이 있다.
하기야 무슨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지식인 영웅이 되었다고 누가 인정해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지식인 답변이나 달아주려고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눈치 빠른 네이버가 나 같은 사람들의 이런 심정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서 있는 제도가 해피빈이다.
답변이 채택되면 콩이라는 것을 1개 적립해주는데 콩은 1개당 100원의 가치가 있는 사이버머니이다.
이 콩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다른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어서 이렇게 적는다.) 해피빈을 통한 기부다.
기록을 보면 나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총 콩 154개, 즉 15400원을 기부했는데 작년 말부터는 꾸준히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주세요'라는 곳에 기부하고 있다.
굉장히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 처음 접했던 지식 공유의 아이디어를 인터넷으로 실현시킨 것도 대단한 아이디어였지만 그 답변을 올리는 대가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게 한다는 발상은 기가 막히게 훌륭하다.
나 같이 현학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현학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1차적인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인데 거기에 다른 사람을 도와준다는 명분이 2차적인 동기 부여가 되니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지식인에 답변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 끄적이는 정도로 하는 지식인은 내겐 좋은 취미거리이다.
뭐 어쨌든 그저께부로 나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인터넷 세계에서 영웅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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