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접질리다

| 2011. 6. 16. 00:54

벤 폴즈의 2008년 앨범 'Way To Normal'의 1번 트랙 'Hiroshima(B B B Benny hit his head)'는 재미있는 가사를 담고 있다.
이 노래에서 벤 폴즈는 실제로 히로시마에서의 한 콘서트에서 있었던 상황을 묘사한다.
그 상황이란 바로 무대에서 떨어져 머리에서 피가 줄줄나던 것.
다음과 같은 가사가 노래가 끝날 무렵에 나온다.


It's true, I fell and hit my head, you know.
I mean my head and my ankle was black and my head got a concussion.

나는 어제 밤에 발목을 접질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 순간이었는데 어쨌든 넘어지고 나서 심한 고통을 받긴 했다.
그래도 어떻게 집은 잘 들어왔고 밤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 했다.
취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모두 취하고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확실히 지난 밤보다 붓기가 더 들어 거동하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멍은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발목에 멍이 들었다는 벤 폴즈 이야기는 왜 꺼냈을까?
그렇다.
도입부는 순전히 개소리에 불과하다.
그냥 벤 폴즈 노래나 듣자.

각설하고 내 발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현재 왼쪽 발 복숭아뼈가 실종될 정도로 발목이 퉁퉁 부어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오후에 정형외과를 찾았는데 다행히 뼈에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가도 되는지 알았더니 천만에.
예상 외로 나로서는 '깁스' 이외에 표현할 길이 없는 딱딱한 보호대를 선물로 주었다.

정말 선물일리는 없겠다. 어찌됐건 치료비에 깁스비를 청구했을 것이기 때문에.


태어나서 뼈는 다쳐본 적이 없는 나는 이렇게 제대로 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깁스 체험[각주:1]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불편하다.
이게 차라리 분리가 불가능한 제품이라면 처음부터 마음을 편히 먹고 있겠는데, 손쉽게 탈착이 가능하다보니 조금만 찝찝해도 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그러면 저 긴긴 붕대를 도로 감았다가 다시 풀었다가 해야 하는데 아직 요령이 없어서 그런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의사는 약 3주 정도는 저 보호대를 하고 다녀야 할 것이라고 말하던데 3주 동안 과연 저 맑은 블루가 얼마나 더러워질지는 예상할 수 없다.
당분간 불편하게 지내는 것은 불가피할 예정.
먹는 약을 제외하고 최대한 회복을 빠르게 만드는 방법[각주:2]을 동원하여 빨리 이 준장애 상태에서 벗어나야겠다.

  1. 이런 걸 두고 깁스 체험이라고 하다니 나도 언젠가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나보다. [본문으로]
  2. 발 삐기 전문가의 원문을 인용한다. '내가 다리는 진짜 징하게 삐어봤는데 얼음찜질 존나하고 파스붙일때 '뜨거운파스' 바르면 좆되니까 꼭 '차가운파스' 바르고 심장보다 위에 다리를 두는것도 좋고 물리치료는 존나 열심히 받으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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