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ster The People <Torches>

| 2012. 1. 6. 23:44

해외 앨범으로는 근래 들어 처음 듣는 2011년 신작 앨범이다.
따라서 당연히 '내가 들어 본 2011년 해외 앨범' 중에 1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지만, 2011년에 나온 다른 해외 앨범을 몇 개 더 들어본다 하더라도 그 1위라는 순위가 쉽게 바뀌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처음 듣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내 내 어안을 벙벙하게 만드는 포스터 더 피플의 쌈빡한 데뷔 앨범 'Torches'의 리뷰를 시작한다.


신예 밴드이니 만큼 앨범 리뷰에 포스터 더 피플이라는 밴드의 정체성을 많이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앞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포스터 더 피플의 위키피디어 페이지를 대폭 참조하여 ㅡ 거의 100% 번역에 가까움 ㅡ 썼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자, 우선 포스트 더 피플의 이름과 관련지어 밴드의 정체성을 파악해보자.
포스터 더 피플은 LA 출신의 3인조 밴드로 팀의 리더이자 대부분의 곡을 쓰는 마크 포스터, 베이스와 백킹 보컬을 맡고 있는 커비 핑크, 그리고 드럼과 그 외 퍼커션을 담당하는 마크 폰티우스로 이루어져 있다.
팀의 이름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은 애초에 마크 포스터의 이름을 살린 포스터 앤 더 피플(Foster & The People) ㅡ 장기하와 얼굴들, 신중현과 엽전들,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 스타일이 맞다 ㅡ 이라는 이름의 팀이었으나 사람들이 하도 앰퍼샌드의 발음을 빼먹는 바람에 그냥 팀 이름을 현재의 형태로 바꿨다고 한다.
"Foster the people", 사람들을 길러라 또는 양육하라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명령문의 의미가 맘에 들었다나.

좌측이 커비 핑크, 가운데가 마크 포스터, 우측이 마크 폰티우스. http://www.billboard.com/news/foster-the-people-attracts-hipsters-moms-1005187472#/news/foster-the-people-attracts-hipsters-moms-1005187472.story


이제 초점을 마크 포스터로 옮긴다.
클리블랜드에서 자란 마크 포스터는 음악적 커리어를 좇으라는 아버지의 지원에 힘입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LA로 본거지를 옮겼다.
가장 미국적인 도시 중의 하나인 LA에서 그는 자유를 만끽하며 하라는 음악은 하지 않고 마약 중독에 빠져 10대의 끝자락과 20대의 초기를 그냥 날려버리고 만다.
그 후 몇 년을 까페에서 알바를 뛰며 전전긍긍 지내던 그는 그 와중에 창작의 슬럼프까지 겪게 된다.
그러다가 모포닉스(Mophonics)라는 음악 회사에서 CM 송 제작 부문의 일을 따게 되고, 그는 그 일을 통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고 다시금 창작에 몰두하게 된다.
당시 포스터가 써내던 음악은 장르적으로 굉장히 넓은 분야에 걸쳐 있었는데 그는 그 각각의 장르들 ㅡ 예를 들어 힙합, 일렉트로니카, 스피리추얼, 클래식 피아노 소나타 ㅡ 을 융합하는 것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마크 포스터는 총 6년의 노력 끝에 가지각색의 요소를 한데 모으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포스터 더 피플의 음악을 좀 더 나은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는 바로 이 크로스오버의 미를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이 앨범의 리뷰를 여러 번 다른 방식으로 써보려다가 죄다 실패하고 결국 이렇게 재미없고 딱딱한 양식을 취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 문장력으로 이들의 음악을 묘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자적인 요소가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마크 포스터가 포스터 더 피플을 만들기 이전에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수단이 랩탑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첫 트랙 'Helena beat'부터 나를 엄습하는 작위적이지도 무작위적이지도 않은 이 오묘한 조합을 대체 무슨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을까!
싱글로 발매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Pumped up kicks'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저스티스의 냄새가 솔솔 나는 세 번째 트랙 'Call it what you want'는, 그럼 일렉트로니카라고 정해버리면 그만인가?
직접 트랙을 들어보면 내가 대체 무슨 심정에서 이렇게 흥분을 감추고 있지 못하는지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나는 이런 식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위키피디어는 이들의 장르를 인디 팝, 인디 락, 인디 댄스라는, 월드 뮤직만큼이나 아무 것도 의미하는 바가 없는 장르로 구분하는가 하면, 인디트로니카(indietronica)라는 말도 안 되는 합성어로, 또는 네오 사이키델리아(neo-psychedelia)라는 발음조차 어색한 신조어로 분류하기도 한다.
어지간해서는 몰랐어도 알았던 척, 이런 현란한 단어를 구사해가며 글을 썼겠지만 이번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괜히 까불거리다가 '미스터 초밥왕'식의 오글거리는 묘사를 하게 될 리스크를 처음부터 포기하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음악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음악이다.

자신의 사운드에 밴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 마크 포스터는 평소 알고 지내던 마크 폰티우스에게 자신의 창작물을 들려주고 밴드에 참여하라고 꼬시게 된다.
폰티우스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바로 새 밴드에 합류하게 되고, 포스터의 오랜 친구였던 커피 핑크가 조금 뒤 베이시스트로 참여하면서 드디어 포스터 더 피플 ㅡ 아, 그 당시에는 포스터 앤 더 피플 ㅡ 이라는 팀이 만들어지게 된다.
팀이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크 포스터는 모포닉스에서 'Pumped up kicks'를 녹음해 인터넷 사이트에 공짜로 공개하는데, 그 트랙이 갑자기 엄청난 반응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곧 콜럼비아 레코드 산하의 스타타임 인터내셔널과 앨범 계약을 맺고 소규모의 지역 투어 일정 속에 2011년 1월 EP 'Foster The People'을 발매한다.
포스터 더 피플 음악은 여러 광고와 드라마에 삽입되었고 그러한 성공은 그들을 TV 쇼에까지 출연시키게 한다.

포스터 더 피플의 음악을 특징 짓는 또 다른 큰 흐름은 바로 대중성이다.
그들의 음악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렇게 다양한 장르가 종잡을 수 없이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나 괴리감이 들기는 커녕 빠르게 그 리듬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쉬운 박자에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를 얹는 능력은 그가 CM 송라이터로 일하던 시절의 감각이 살아 있기 때문이리라.
'Don't stop'의 휘파람 인트로 ㅡ 비록 그는 라이브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그 소리를 대체하긴 하지만, 'Waste'의 편안한 코러스 라인, 'I would do anything for you'의 피아노 라인 등은 21세기 훅(hook)의 결정체다.

포스터 더 피플은 지난 해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최고 신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Pumped up kicks' 뮤직비디오는 락 비디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올해 2월에 열리게 될 54회 그래미에서는 총 두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있는 상황.
마지막으로 이들의 음악에 대해 짚고 넘어갈 점은 이와 같은 호의적인 평단의 반응이다.
7번 트랙 'Houdini'의 후반 후렴구를 들으면 음악에서의 미쟝센을 논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구조를 느낄 수 있으며, 9번 트랙 'Miss you'에서는 다른 트랙들에서 느낄 수 없는 서정성을, 약간의 비트와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Warrant'다.
다른 트랙들에 비해 소리의 조합이 적어 상당히 깔끔한 인상을 주는데다가 그 놈의 인트로가 너무나 중독적이다.
으악.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써놨는데 이 밴드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면 그것은 순전히 내 글이 음악 감상에 방해를 주었기 때문이리라.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지금 당장 이 블로그를 끄고 유튜브로 달려가 포스터 더 피플의 음악을 온전히 감상해보자.
되도록이면 화면은 HD로 전체 화면 모드, 가능하다면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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