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 Folds Five - Brick

| 2012. 2. 1. 12:03

내 블로그의 몇 안 되는 애독자라면, 제목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이 포스팅이 바로 '벽돌에 대한 궁금증'의 끝을 장식했었을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리라.
'Brick'.
우리 말로 옮기면 말 그대로 벽돌이다.


구글 검색창에서 ben folds five를 치면 세 개의 연관 검색어가 자동 완성된다.
ben folds five cigarette, ben folds five brick, ben folds five philosophy.
'Brick'은 최근 다시 재결합했다는 벤 폴즈의 전신 그룹 벤 폴즈 파이브의 2집 'Whatever And Ever Amen'에 수록된 트랙이다.
벤 폴즈 파이브의 2집은 그들의 앨범 중에서 가장 좋은 판매 실적을 올린 앨범인데 그 중에서도 첫 싱글로 나온 'Brick'은 영미권 국가에서 꽤나 높은 차트 순위를 차지했을 만큼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곡이다.
그러니까 구글 자동 완성에서도 상위 탑 3에 올라와 있는 것이렷다.

그런데 막상 노래를 들어보면 벤 폴즈 파이브 특유의 "락을 하는 피아노 밴드(the piano band that rocks)"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얼터너티브적인 발라드다.
여기에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잊지 못해서 사랑해 따위의 가사를 붙였더라면 사뭇 평범하게 끝나고 말았을 트랙.
그러나 'Brick'이 이토록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이유는 이 세상의 가사를 통틀어도 굉장히 유니크한 가사의 내용에 있다.
일단 가사 전체를 옮겨다 놓을테니 첨부한 클립을 재생시키고 들어보자.
아니, 뮤직 비디오의 장면을 보는 것이 스토리 이해에 더 도움을 줄테니 먼저 가사를 쓰윽 읽어보고 비디오 클립을 보도록 하자.

6AM, day after Christmas
I throw some clothes on in the dark.
The smell of cold
Car seat is freezing.
The world is sleeping.
I am numb.

Up the stairs to her apartment
She is balled up on the couch.
Her mom and dad went down to Charlotte.
They're not home to find us out.
And we drive.
Now that I have found someone.
I'm feeling more alone.
Than I ever have before.

She's a brick and I'm drowning slowly.
Off the coast and I'm headed nowhere.
She's a brick and I'm drowning slowly.

They call her name at 7:30.
I pace around the parking lot.
Then I walk down to buy her flowers.
And sell some gifts that I got.
Can't you see
It's not me you're dying for.
Now she's feeling more alone.
Than she ever has before.

She's a brick and I'm drowning slowly.
Off the coast and I'm headed nowhere.
She's a brick and I'm drowning slowly.

As weeks went by
It showed that she was not fine.
They told me, "Son, it's time to tell the truth."

She broke down, and I broke down.
Cause I was tired of lying.

Driving back to her apartment.
For the moment we're alone.
Yeah she's alone.
I'm alone.
Now I know it.

She's a brick and I'm drowning slowly.
Off the coast and I'm headed nowhere.
She's a brick and I'm drowning slowly.


그렇다.
가사의 주제는 낙태[각주:1]다.
하도 사람들 사이에서 가사의 의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자 벤 폴즈는 자신의 고교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사라고 직접 밝혔다.
낙태라는 소재를 놓고 이렇게 아름답고 가슴 시린 노래를 만들다니 정말 사기 캐릭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코러스는 베이시스트 대런 제시가 만들었고 나머지 부분은 벤 폴즈가 썼다고 하는데, 한 덩어리의 가사와 멜로디를 포함한 그 덩어리의 전체적인 분위기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버스(verse) 부분의 가사는 있는 그대로의 일을 고심 끝에 털어놓는 스토리적인 측면이 강한데 브러쉬 드럼의 담담함, 베이스의 무거움, 피아노의 고요함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코러스의 다소 이미지적인 가사는 고조된 분위기와 어우러져 한층 더 깊은 감동을 끌어낸다.
벽돌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해석하는 사람 맘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단어가 딱딱하고 건조해진 그녀의 몸과 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거기에 동화된 화자, 즉 벤 폴즈 자신은 물 속으로 천천히 침잠해가는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닐까.

여기서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떠들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전적으로 낙태 수술에 찬성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 수술이 남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낙태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낙태를 하게 될 일은 얼마든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이다.
모두에게 상처가 되고 흉터가 남는 그런 일을 하느니 ㅡ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이지만 ㅡ 처음부터 그런 일 자체를 만들지 않으면 되지 않겠나.

하지만 궁형은 안 돼!


결론만 놓고 보면 'Brick'에서 벽돌이라는 소재는 관념적 심상으로서 제공되는 것이지 진짜 우리가 보통 일컫는 그 내화 벽돌을 가리키진 않는다.
그래서 안 그래도 난잡하게 흘러가던 그 글에 이 음악 이야기까지 집어 넣는 것은 블로거의 도리를 배반하는 행위라는 생각에 이렇게 별개의 글을 쓰게 됐다.
뭐 그런데 꼭 이런 식, 그러니까 그 별 의미도 없었던 글의 일환으로 쓴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벤 폴즈 파이브의 재결합을 진심으로 반기는 팬덤에서 쓴 글 정도라고 생각해도 무난하겠다.
  1. 어느 정도 부드러운 번역을 원한다면 이 링크를 타고가보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