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음악 이 주의 발견 - 국내 앨범 8월 넷째 주 40자평

| 2011. 8. 20. 10:09

이번 주는 전반적으로 내 평점이 너무 후했나 싶을 정도로 평균에 비해 내가 준 평점이 훨씬 높다.
하지만 나는 진짜 그렇게 좋은 음악이라고 느꼈으니까 후회는 없다.

9점


40자평 : 21세기 탈도시형 김삿갓의 단순한면서도 심오한 메세지. 신선하고 훌륭하다!

이런 듣보 아티스트가 당당하게 자기 얼굴을 앨범 표지로 내세우는 것은 95%는 참담한 실패를, 5%는 신선한 성공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 앨범은 분명히 후자다.
훌륭한 마케팅만 뒷받침된다면, 사이의 '유기농 펑크포크'는 장기하의 '별일없이 산다'에 비견되는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앨범이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음악인의 기본적인 능력은 당연히 갖췄다.
게다가 그는 느낌 있는 가사를 쓰는 데에 큰 재능이 있다.
단순하기 그지 없는 문장과 단어 사이 사이에 숨어있는 의미를 음미하다 보면 사이의 음악에 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첫 트랙을 듣고 6점을 줬다.
앨범을 다 듣고 나니 평점이 9점으로 올라있었다.

5점

 
40자평 : 다른 그룹과 대비되는, 좀 더 확실한 컨셉을 잡는 건 어떨까?

단 한 명의 멤버도 몰랐던 걸그룹의 노래를 듣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걸그룹의 노래를 듣는 것은 정말 그 노래 자체로부터 청각적인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걸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부터 시각적, 촉각적 미학을 즐기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사진을 감상하면서 노래를 들었다.

요새 아이돌의 전형적인 앨범 발매 유형, 즉 몇 개의 미니 앨범을 내다가 히트곡을 모아 정규 1집 앨범이라고 내는 방식에 따라 나온, 1집 앨범을 가장한 베스트 앨범이다.
베스트 앨범이란 그 뮤지션의 현재를 보여주기보다 과거를 말해주는 앨범이라 거기서 그 뮤지션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나의 좁은 견해로 보자면 씨스타라는 걸그룹이 가진 잠재력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것 같다.

6점

 
40자평 : 어두운 다운템포 힙합으로의 무난한 입문서.

'하드코어 힙합'이라는 장르가 붙은 음악은 처음 들어봤는데 하드코어라는 단어와는 썩 어울리지 않게 나긋나긋한 랩을 들을 수 있었다.
이그니토의 이번 앨범이 원래 그가 하던 음악에 비하면 번외편 같은 성격의 앨범이라는 리뷰를 보고 그의 이전 앨범도 살짝 들어봤는데 대체 뭐가 번외라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솔직히 말해서 가사는 좀 후진 것 같았다.
가사를 만든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의 사고는 그런 가사를 써내기에 별로 깊지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싸한 이야기를 나불거리고는 있지만 그 저변에서 아무런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

그럼에도 '무난한 입문서'라는 찬사를 붙인 것은 훌륭한 MR 때문이다.
포티쉐드 이후로 듣지 않았던 뭔가 합(hop)한 비트를 들으니 꽤나 신이 났다.

8점

 
40자평 : 음악성과 대중성의 양극단 사이에서 중용을 잘 지킨 이지 리스닝 어쿠스틱 재즈 앨범.

어쿠스틱 라운지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최우준은 윈터플레이의 기타리스트더라.
그러고보니 왠지 모르게 내 주변에 윈터플레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별 이유 없이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어쿠스틱 라운지의 기타를 들으니 윈터플레이의 음악도 언젠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실험적인 사운드부터 대중성을 고려한 '가시나무', '그대 내게 다시' 같은 트랙까지 다양한 어쿠스틱 재즈를 들을 수 있는 앨범.
재즈에 대해 다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나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다.

10점

 
40자평 : 이렇게 아름다운 패배가 있을 수 있을까? 이승열이 쓴 한 편의 서정적인 철학 시집.

이번 주 네티즌 평가단 활동의 가장 큰 수확은 내가 이승열이라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는 것이리라.

이승열은 정말 위대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절대 청자에게 자신의 음악을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과 청자 사이 어딘가에 음악을 툭 던져두고 청자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그 음악을 감상하게끔 만든다.
이승열의 음악은 너무 매력적이라 그가 관심 없는 척 던진 음악을 듣는 청자는 마치 미끼를 문 물고기처럼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파닥파닥거리는 수밖에 없다.

아아, 나는 그 누구보다 그의 음악을 물고 심하게 파닥거렸던 것 같다.

8점


40자평 : 일관되지 않다는 것은 때론 질 좋은 다양함을 의미할 수 있다.

평점 결과가 나왔을 때 가장 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이 앨범의 평점이었다.
완성도만 비교하면 사이의 앨범과 별 차이가 없어서 9점을 주려다가 앨범의 후반부 트랙이 상당히 식상하다는 점 때문에 1점을 깎아 8점을 준 나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은 6점 정도의 평점을 주었다.
상당히 비판적인 40자평도 함께 말이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낸다는 것은 그 각각의 장르를 얼마나 잘 소화하냐의 문제를 떠나 그 다양성 자체만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음악적 능력이다.
내가 제이슨 므라즈를 굉장히 뛰어난 뮤지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카스테라의 'Foot Work'는 대한민국의 음악 앨범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다양한 사운드를 구사한 앨범이다.
분명히 이 앨범은 몇 년이 지나고 기리기리 수작이라는 평을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