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순자와 춘희와 관련된 글을 여럿 읽어봤는데 그 리뷰 비스무리한 글들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내용이 순자와 춘희의 탄생 배경에 관한 것이다.
대학 가요제에 입상했던 누구와 누구가 여러 번의 콜래보레이션을 거쳐 순자와 춘희라는 팀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 골자인데, 나는 솔직히 이 사람들이 누군지 몰랐다.
그렇다고 굳이 과거의 디스코그래피까지 추적해가며 듣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동시상영' 앨범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음악에서 이 친구들의 음악을 랩/힙합으로 구분했을 때, 이 장르에 현기증을 느끼는 나는 어김없이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또 아는 척 해야겠구나, 하며 앨범을 재생했다.
한 3번 트랙까지 듣고 나서 이미 이들의 음악과 친해졌다.
5번 트랙까지 들으니 왜 이들의 음악이 랩/힙합으로 구분되어 있는지, 나름 장르 구분을 내린 사람이 고심 끝에 결정한 사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순자와 춘희가 가진 내공과 잠재성을 우러러 보게 되었고 맨 마지막 트랙에 깔끔한 마무리를 듣고는 앨범을 다시 재생시켰다.
음악 좀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무 정보 없이 들은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다시 처음부터 듣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자체만으로 새로운 시작"이라는 문구는 '동시상영'의 트랙 몇 개만 들어도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번 네이버 음악 측에 제출한 이 앨범 40자평의 핵심 구절은 "신개념 고품격 하이브리드"였다.
간단히 말해 순자와 춘희의 음악은 낯설지 않은 장르들을 한 데 모여 서로 마음에 드는 녀석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런 얌전한 파티장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두 가지 거대한 트렌드가 있다면 랩과 기타다.
순자와 춘희는 랩과 기타로 할 수 있는 음악은 거의 전부 다 만들었다.
'동시상영'이라는 앨범 제목에 집중하면 순자와 춘희가 의도했던 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
그리고 내가 알기로, 여태까지 이렇게 자연스러운 하이브리드를 이룬 포크 랩은 없었다.
순자와 춘희는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어제낀 것이다.
트랙을 면면히 살펴보면 '비가 와'는 데파페페 스타일의 포크 팝, '매운탕 먹은 날'은 보사 노바 기반의 팝 발라드, '루돌프의 여름'은 익스트림의 언플러그드 버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어쿠스틱 훵크다.
'전화통화'는 힙합 앨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스킷(skit), 타이틀 곡 '엄마의 노래'는 아방가르드풍의 성인 가요, '고백'은 평범한 포크 락, '신데렐라'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레게 기반의 랩이다.
뒤로 이어지는 '예전처럼'은 정통 보사 노바에 가까운 트랙이고, '수취인 불명'은 블루스 계열의 반주를 채택했으며, '꽃잎'은 드럼 비트가 전면에 나서는 일렉트로 팝, '서울 하늘'은 레니 크라비츠라도 떠오를 블루지한 발라드, 마지막 트랙 '택시 드라이버'는 슬라이드 기타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어쿠스틱 웨이브의 트렌드를 따르는 트랙이다.
정말 다양한 장르를 기타를 기반으로 무난하게 소화했다.
모든 노래에 의무적으로 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랩을 하고 싶으면 또는 랩이 어울린다 싶으면 랩을 하고, 노래가 더 낫다 싶으면 과감히 랩을 버리고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 순자와 춘희의 음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이 현상의 뒤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최소한 청중에게 전달되는 것은 이렇듯 쉬엄쉬엄한 분위기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 진행된다.
라임(rhyme) 강박증에서 벗어나 두운이라면 두운, 요운이라면 요운, 각운이라면 각운,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멋대로 비트를 넘나들며 일상의 이야기와 감상을 조곤조곤 전한다.
때론 유쾌하고 익살스럽지만 우리네 삶이 다 그렇듯 마냥 밝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괜히 밝은 이야기만 하면서 희망 고문하는 식이 아니라서 좋고 그렇다고 무슨 지옥의 끝이라도 갔다온 듯 오버하면서 울부짖는 것도 아니라서 좋다.
살면서 들어본 우리 말 랩 가사 중에 좋다고 느낀 것이 몇 안 되는데 '동시상영'의 랩은 가사 전달력이 월등히 좋아서 그런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구절이 많았다.
번뜩이는 재치로 빚은 라임은 보너스.
여러 요소를 종합했을 때, '매운탕 먹은 날', '루돌프의 여름', '수취인 불명', '서울 하늘', '택시 드라이버'를 추천 트랙으로 꼼을 수 있다.
정말 죽여주는 킬링 트랙의 부재가 다소 흠이긴 하나 이 정도면 정말 엄청난 앨범은 아니더라도 준수한 앨범, 내가 10점 만점에 9점은 넉넉히 줄 수 있는 앨범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유튜브에는 '엄마의 노래'뿐이 없어서 꿩 대신 닭으로 여기에 올려둔다.
방금 언급한 다른 트랙에 비해 임팩트가 상당히 떨어짐에도 이 트랙을 타이틀로 잡은 것은 처음부터 앨범의 컨셉을 이 쪽으로 잡았기 때문일 게다.
스킷이 곡의 인트로로 들어간 것도 그렇고, 순자와 춘희라는 이름도 두 팀원의 어머님 성함을 따온 거라니까 말이다.
아, 까먹을 뻔 했는데 순자와 춘희를 구성하는 이 둘의 이름은 이승환과 안태훈이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게 이승환, 랩을 주로 맡은 게 안태훈.
다음엔 또 어떤 다른 이름으로 데뷔할지 모르니 팀명보단 이름으로 기억해 트랙킹하는 편이 더 나을 듯.
대학 가요제에 입상했던 누구와 누구가 여러 번의 콜래보레이션을 거쳐 순자와 춘희라는 팀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 골자인데, 나는 솔직히 이 사람들이 누군지 몰랐다.
그렇다고 굳이 과거의 디스코그래피까지 추적해가며 듣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동시상영' 앨범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음악에서 이 친구들의 음악을 랩/힙합으로 구분했을 때, 이 장르에 현기증을 느끼는 나는 어김없이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또 아는 척 해야겠구나, 하며 앨범을 재생했다.
한 3번 트랙까지 듣고 나서 이미 이들의 음악과 친해졌다.
5번 트랙까지 들으니 왜 이들의 음악이 랩/힙합으로 구분되어 있는지, 나름 장르 구분을 내린 사람이 고심 끝에 결정한 사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순자와 춘희가 가진 내공과 잠재성을 우러러 보게 되었고 맨 마지막 트랙에 깔끔한 마무리를 듣고는 앨범을 다시 재생시켰다.
음악 좀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무 정보 없이 들은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다시 처음부터 듣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자체만으로 새로운 시작"이라는 문구는 '동시상영'의 트랙 몇 개만 들어도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번 네이버 음악 측에 제출한 이 앨범 40자평의 핵심 구절은 "신개념 고품격 하이브리드"였다.
간단히 말해 순자와 춘희의 음악은 낯설지 않은 장르들을 한 데 모여 서로 마음에 드는 녀석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런 얌전한 파티장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두 가지 거대한 트렌드가 있다면 랩과 기타다.
순자와 춘희는 랩과 기타로 할 수 있는 음악은 거의 전부 다 만들었다.
'동시상영'이라는 앨범 제목에 집중하면 순자와 춘희가 의도했던 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
그리고 내가 알기로, 여태까지 이렇게 자연스러운 하이브리드를 이룬 포크 랩은 없었다.
순자와 춘희는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어제낀 것이다.
트랙을 면면히 살펴보면 '비가 와'는 데파페페 스타일의 포크 팝, '매운탕 먹은 날'은 보사 노바 기반의 팝 발라드, '루돌프의 여름'은 익스트림의 언플러그드 버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어쿠스틱 훵크다.
'전화통화'는 힙합 앨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스킷(skit), 타이틀 곡 '엄마의 노래'는 아방가르드풍의 성인 가요, '고백'은 평범한 포크 락, '신데렐라'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레게 기반의 랩이다.
뒤로 이어지는 '예전처럼'은 정통 보사 노바에 가까운 트랙이고, '수취인 불명'은 블루스 계열의 반주를 채택했으며, '꽃잎'은 드럼 비트가 전면에 나서는 일렉트로 팝, '서울 하늘'은 레니 크라비츠라도 떠오를 블루지한 발라드, 마지막 트랙 '택시 드라이버'는 슬라이드 기타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어쿠스틱 웨이브의 트렌드를 따르는 트랙이다.
정말 다양한 장르를 기타를 기반으로 무난하게 소화했다.
모든 노래에 의무적으로 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랩을 하고 싶으면 또는 랩이 어울린다 싶으면 랩을 하고, 노래가 더 낫다 싶으면 과감히 랩을 버리고 노래를 부른다.
기타가 치고 싶을 땐 또는 기타 치기밖에 할 게 없을 땐 과감히 기타를 치자.
이렇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 순자와 춘희의 음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이 현상의 뒤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최소한 청중에게 전달되는 것은 이렇듯 쉬엄쉬엄한 분위기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 진행된다.
라임(rhyme) 강박증에서 벗어나 두운이라면 두운, 요운이라면 요운, 각운이라면 각운,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멋대로 비트를 넘나들며 일상의 이야기와 감상을 조곤조곤 전한다.
때론 유쾌하고 익살스럽지만 우리네 삶이 다 그렇듯 마냥 밝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괜히 밝은 이야기만 하면서 희망 고문하는 식이 아니라서 좋고 그렇다고 무슨 지옥의 끝이라도 갔다온 듯 오버하면서 울부짖는 것도 아니라서 좋다.
살면서 들어본 우리 말 랩 가사 중에 좋다고 느낀 것이 몇 안 되는데 '동시상영'의 랩은 가사 전달력이 월등히 좋아서 그런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구절이 많았다.
번뜩이는 재치로 빚은 라임은 보너스.
여러 요소를 종합했을 때, '매운탕 먹은 날', '루돌프의 여름', '수취인 불명', '서울 하늘', '택시 드라이버'를 추천 트랙으로 꼼을 수 있다.
정말 죽여주는 킬링 트랙의 부재가 다소 흠이긴 하나 이 정도면 정말 엄청난 앨범은 아니더라도 준수한 앨범, 내가 10점 만점에 9점은 넉넉히 줄 수 있는 앨범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유튜브에는 '엄마의 노래'뿐이 없어서 꿩 대신 닭으로 여기에 올려둔다.
방금 언급한 다른 트랙에 비해 임팩트가 상당히 떨어짐에도 이 트랙을 타이틀로 잡은 것은 처음부터 앨범의 컨셉을 이 쪽으로 잡았기 때문일 게다.
스킷이 곡의 인트로로 들어간 것도 그렇고, 순자와 춘희라는 이름도 두 팀원의 어머님 성함을 따온 거라니까 말이다.
아, 까먹을 뻔 했는데 순자와 춘희를 구성하는 이 둘의 이름은 이승환과 안태훈이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게 이승환, 랩을 주로 맡은 게 안태훈.
다음엔 또 어떤 다른 이름으로 데뷔할지 모르니 팀명보단 이름으로 기억해 트랙킹하는 편이 더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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