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지인 덕에 공짜표를 얻었고 좋은 공간에서 훌륭한 공연을 봤다.
3월 3일 토요일 오후 2시 반 공연을 갔다.
표가 공짜라고 해서 공연의 질까지 공짜 수준인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가 내 돈을 직접 내고 보는 공연이 아니었어서 그런지 공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즉 대표곡 몇 곡 정도는 들어보고 가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언젠가 술을 먹다가 잠깐 궁금해져서 휴대폰으로 검색해 훌렁훌렁 몇 곡 들어본 것이 전부.
그냥 예상과는 다르게 훵키한 음악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진짜 무방비 상태로 ㅡ 얼마나 무방비였으면 같이 가는 지인에게 여행스케치가 몇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인지 확답을 줄 수도 없었다 ㅡ 따사로운 봄 햇살 맞으면서 슬렁슬렁 예술의 전당까지 갔다.
날씨가 참 좋은 날이었다.
작년 1월 류이치 사카모토 내한 공연 때 공연장까지 아주 조금 헤맸던 적이 있어 10분~15분 여유를 두고 남부 터미널에서 내렸는데 지난 번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니 금세 예술의 전당이 나타났다.
자유 소극장까지 가는 길 또한 일사천리여서 예정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화장실을 한 번 들렀다가 공짜 표를 득하고 공연장에 갔는데 이럴 수가.
자리가 정말 매우 좋았다.
소극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기자기한 공간에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 앉더라도 훌륭한 시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2층, 무대를 바라보고 오른쪽 편에 자리를 잡았다.
뭐 사실 내가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고 나의 티켓이 내 자리를 그 곳에 정해준 것이지만.
공연은 전반적으로 대만족.
공짜로 봤다는 점을 빼더라도 대만족, 고려하더라도 대만족.
내공이 느껴지는 매끄럽고 유쾌한 진행, 소극장답게 잘 잡힌 사운드, 들어보니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히트곡들, 관객들과의 자연스러운 교감.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의 포크 공연을 예상했던 나는 공연 내내 이 아저씨들의 개그에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러고보면 딱 이 정도 분위기의 곡을 좋아하는 이 정도 나이대의 아저씨들은 성격이 다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개그감과 입담은 다들 장착하고 있고 술이나 여자 중 최소 한 카테고리를 좋아한다.
흥겹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지만 적당한 젠틀함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언행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나도 크면 꼭 이런 재밌는 아저씨가 되어야지.
여행스케치 ㅡ 그들은 여치라고 줄여말하는 것이 일상적인 것 같았다. 근데 나는 왠지 여치라는 단어가 좀 오글거리는 것 같아 그냥 계속 여행스케치라고 부르련다. ㅡ 의 공연을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생뚱맞게도 지난 범범의 공연이었다.
일단 공연의 첫 곡 인트로로 스티비 원더의 'Sir Duke'가 나왔다.
공연 중반부에는 신중현의 '미인'을 자신들의 곡과 잘 섞어 곡 특유의 흥겨움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언젠가 어떤 곡의 인트로로 크림의 'Sunshine of your love'를 선택했는데 이 곡은 내가 범범에 있을 때 한 번 무대에 올렸던 곡이었다.
음, 그러니까 쓸모 없는 말이었구요.
사실 여행스케치의 음악에서 가장 생각이 많이 났던 밴드는 데이브레이크였다.
단순히 이번 공연에서 조용필의 '단발머리' 커버가 있었고 데이브레이크 1집에도 '단발머리' 커버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훵크와 재즈를 편곡에 가미해 건강하고 깔끔하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주는 방법론에서 두 밴드 사이에 많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행스케치의 경우 워킹 베이스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을 봤을 때 편곡의 방향이 조금 더 재즈 쪽으로 치우쳤을 뿐이지 두 밴드가 올라탄 노선은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분명히 이 두 밴드 사이에 유사성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자신만만하게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지만 별 거는 없었고 2011년에 같은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다는 사실만 밝혀냈다.
싱겁다.
그래도 나는 이것으로 여행스케치와 데이브레이크 사이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밝힌 사람이 되었다.
어차피 아무도 주목하지 않겠지만.
인터미션 비슷한 시간에는 마로니에의 속편격인 마로니에 프렌즈의 공연이 있었다.
'칵테일 사랑' 열심히 따라불렀다.
내 머리에 여행스케치라는 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겨준 공연이었다.
물론 그 인상이란 굉장히 긍정적인 것이다.
예전 앨범들까지 다 들어보는 것은 다소 벅찬 일이고, 올해에는 꼭 신보가 나온다고 했으니 그 신보를 듣는 것으로 내 팬심을 간접 전달하기로 했다.
멋드러진 앵콜까지 끝나고 예술의 전당을 잽싸게 빠져나왔다.
경복궁 근처에서 칵테일은 못 먹고 막걸리를 꿀꺽꿀꺽 먹다가 자리를 옮겨 맥주랑 바카디를 먹고 집에 들어갔다.
2012년 3월 3일은 즐거운 날이었다.
http://www.sac.or.kr/program/schedule/view.jsp?seq=13088&s_date=20120304
3월 3일 토요일 오후 2시 반 공연을 갔다.
표가 공짜라고 해서 공연의 질까지 공짜 수준인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가 내 돈을 직접 내고 보는 공연이 아니었어서 그런지 공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즉 대표곡 몇 곡 정도는 들어보고 가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언젠가 술을 먹다가 잠깐 궁금해져서 휴대폰으로 검색해 훌렁훌렁 몇 곡 들어본 것이 전부.
그냥 예상과는 다르게 훵키한 음악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진짜 무방비 상태로 ㅡ 얼마나 무방비였으면 같이 가는 지인에게 여행스케치가 몇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인지 확답을 줄 수도 없었다 ㅡ 따사로운 봄 햇살 맞으면서 슬렁슬렁 예술의 전당까지 갔다.
날씨가 참 좋은 날이었다.
작년 1월 류이치 사카모토 내한 공연 때 공연장까지 아주 조금 헤맸던 적이 있어 10분~15분 여유를 두고 남부 터미널에서 내렸는데 지난 번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니 금세 예술의 전당이 나타났다.
자유 소극장까지 가는 길 또한 일사천리여서 예정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화장실을 한 번 들렀다가 공짜 표를 득하고 공연장에 갔는데 이럴 수가.
자리가 정말 매우 좋았다.
소극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기자기한 공간에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 앉더라도 훌륭한 시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2층, 무대를 바라보고 오른쪽 편에 자리를 잡았다.
뭐 사실 내가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고 나의 티켓이 내 자리를 그 곳에 정해준 것이지만.
자리가 얼마나 좋은 것이었냐면 거의 이 정도 거리였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대만족.
공짜로 봤다는 점을 빼더라도 대만족, 고려하더라도 대만족.
내공이 느껴지는 매끄럽고 유쾌한 진행, 소극장답게 잘 잡힌 사운드, 들어보니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히트곡들, 관객들과의 자연스러운 교감.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의 포크 공연을 예상했던 나는 공연 내내 이 아저씨들의 개그에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러고보면 딱 이 정도 분위기의 곡을 좋아하는 이 정도 나이대의 아저씨들은 성격이 다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개그감과 입담은 다들 장착하고 있고 술이나 여자 중 최소 한 카테고리를 좋아한다.
흥겹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지만 적당한 젠틀함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언행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나도 크면 꼭 이런 재밌는 아저씨가 되어야지.
여행스케치 ㅡ 그들은 여치라고 줄여말하는 것이 일상적인 것 같았다. 근데 나는 왠지 여치라는 단어가 좀 오글거리는 것 같아 그냥 계속 여행스케치라고 부르련다. ㅡ 의 공연을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생뚱맞게도 지난 범범의 공연이었다.
일단 공연의 첫 곡 인트로로 스티비 원더의 'Sir Duke'가 나왔다.
공연 중반부에는 신중현의 '미인'을 자신들의 곡과 잘 섞어 곡 특유의 흥겨움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언젠가 어떤 곡의 인트로로 크림의 'Sunshine of your love'를 선택했는데 이 곡은 내가 범범에 있을 때 한 번 무대에 올렸던 곡이었다.
음, 그러니까 쓸모 없는 말이었구요.
사실 여행스케치의 음악에서 가장 생각이 많이 났던 밴드는 데이브레이크였다.
단순히 이번 공연에서 조용필의 '단발머리' 커버가 있었고 데이브레이크 1집에도 '단발머리' 커버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훵크와 재즈를 편곡에 가미해 건강하고 깔끔하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주는 방법론에서 두 밴드 사이에 많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행스케치의 경우 워킹 베이스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을 봤을 때 편곡의 방향이 조금 더 재즈 쪽으로 치우쳤을 뿐이지 두 밴드가 올라탄 노선은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분명히 이 두 밴드 사이에 유사성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자신만만하게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지만 별 거는 없었고 2011년에 같은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다는 사실만 밝혀냈다.
싱겁다.
그래도 나는 이것으로 여행스케치와 데이브레이크 사이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밝힌 사람이 되었다.
어차피 아무도 주목하지 않겠지만.
인터미션 비슷한 시간에는 마로니에의 속편격인 마로니에 프렌즈의 공연이 있었다.
'칵테일 사랑' 열심히 따라불렀다.
내 머리에 여행스케치라는 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겨준 공연이었다.
물론 그 인상이란 굉장히 긍정적인 것이다.
예전 앨범들까지 다 들어보는 것은 다소 벅찬 일이고, 올해에는 꼭 신보가 나온다고 했으니 그 신보를 듣는 것으로 내 팬심을 간접 전달하기로 했다.
멋드러진 앵콜까지 끝나고 예술의 전당을 잽싸게 빠져나왔다.
경복궁 근처에서 칵테일은 못 먹고 막걸리를 꿀꺽꿀꺽 먹다가 자리를 옮겨 맥주랑 바카디를 먹고 집에 들어갔다.
2012년 3월 3일은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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