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벨리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과 더불어 남자들의 미련한 사랑을 전하는 최고의 트랙이 아닐까.
지난 번에도 언급한 적이 있던 그의 투박한 음성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밖에 안 되는 가사 속 화자의 심정을 극대화한다.
그녀가 떠나간 것은 마치 태양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아서 빛도 없고 온기도 없다며 아무런 기약도 없이 떠나간 여자를 그리면서도 단 한 마디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뭐 '당신이 떠나서 나는 슬퍼.' 같은 1차적인 감정도, '이 나쁜 기집애가 감히 나를 떠나다니.'하는 2차적인 감정도 없다.
그냥 '그녀는 떠났고 나는 빛을 잃었다.'가 전부다.
'그래, 그래.'하고 계속해서 읊조리면서도 '이 여자를 떠나야했어.'라고 스스로에게 치밀어오르는 화를 버럭 내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이다.
리드 벨리가 불렀던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역시 가사에서 감정의 표현이 극도로 억제되어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커트 코베인은 이제는 전설이 된 그 언플러그드 공연에서 곡 이면에 감춰진 애잔한 감정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내어 유사 이래 가장 멋진 커버를 만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커트 코베인의 커버 정도가 된다면, 커버곡은 절대 원곡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명제를 거짓으로 만들어버리는 반례로 작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Ain't no sunshine'은 최소한 144명의 뮤지션에 의해 커버되었다.
내가 물론 이 144개의 커버를 모두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Ain't no sunshine'은 빌 위더스 자신이 직접 부른 버전이 가장 듣기 좋은 것 같다.
어설프게 감정을 표현하려던 시도는 모두 억지스러운 목 쥐어짜기처럼 들리고 빌 위더스처럼 담담하게 부르려던 시도는 이 마이너 블루스의 원형이 주는 조금의 그루브함을 다 밋밋하게 만들어버렸다.
황소 같은 눈알을 대록대록 굴리면서 그녀의 일방적인 이별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미련한 남자의 목소리로 빌 위더스의 그것만한 것이 있을 리 없다.
그래, 옷차림도 꼭 저런 주황색 목 폴라 같은 것이어야지. http://my.opera.com/edwardpiercy/blog/aint-no-sunshine
여태까지의 전개와는 사뭇 생뚱 맞지만 나의 미천한 음악적 재능을 이 곡에다 붓기 시작했다.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의 커버는 참조하지 않고 빌 위더스의 원곡에서만 모티프를 받으려고 한다.
곡이 짧은 편이니 언젠가 나의 커버가 완성될 일은 확실해 보이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공개될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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