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ny Kravitz Black And White Korea Audi Live 2012 전기

| 2012. 2. 23. 17:28

레니 크라비츠의 내한 소식은, 솔직히 말해서 벤 폴즈의 내한 소식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집을 들어본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이자 장르와 악기를 불문하고 끊임없는 창작에의 의지를 불태우는, 이제는 지천명의 나이에 카운트 다운이 들어간 중년대 최고의 간지남 레니 크라비츠가 한국에 온다니 눈 앞이 노래지는 느낌이었다.
그대로 있다간 숨 막힐 것 같아서 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벌써 네이버 연관 검색어에도 뜨는 것이 낚시성 루머는 아닌 것이 확실했다.
각종 인터넷 매체는 이미 레니 크라비츠의 첫 내한 공연이 확정되었다며 적지 않은 트래픽을 유도하고 있었다.
기사 하나를 클릭했다.


아우디 프로모션 공연이라는 문구의 광파가 내 안구를 강타한다.
순식간에 시신경을 타고 올라간 그 정보는 나의 뇌에 작은 충격파를 형성하고 그 연쇄 작용은 이젠 거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2008년의 자미로콰이 공연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진다.
올림픽 홀에서 있었던 2008년 11월의 그 공연은 내가 여태까지 가본 열 번 남짓의 내한 공연 중 가격 대비 질이 최악, 거짓말 안 보태고 최고 악이었다.
당연히 슈퍼 세션 밴드인 자미로콰이의 잘못은 아니었다.
이를 두고 아우디의 잘못으로 돌려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운드 업체가 사운드 세팅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으로 잡은 게 문제였다.
현장에 있던 수많은 한국 팬들에 대한 모욕이요, 한국까지 몸소 납신 제이 케이와 그의 슈퍼 밴드에 대한 조롱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나의 우상 레니 크라비츠가 그 아우디 프로모션차로 한국에 온다니 기대감에 앞서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레니는 현재 블랙 앤 화이트 월드 투어를 도는 중인데 일정을 살펴보면 2월까지 미국 공연을 마치고, 3월 중순부터 말까지 호주, 4월 초부터 중순까지 일본과 한국, 5월 말부터는 스페인으로 건너가 거진 한 달 반을 쉬지 않고 공연을 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올 때까지의 일정이 그렇게 빡빡하지 않기 때문에 컨디션에는 별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 나의 바람 섞인 예측.
뉴스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 레니가 월드 투어의 장비를 그대로 가져온다고 하니 사운드에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는 것이 모두의 예측.
한국에서의 첫 공연인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가면 참 좋겠다는 것은 나의 순전한 바람.

표가 다소 비싸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레니 크라비츠를 보러 가는데 지갑 사정을 봐줄 여유는 없었다.
원래부터 티켓팅 시각에 딱 맞춰 광클을 할 생각도 없었지만 어쨌든 늦은 티켓팅에 썩 좋은 좌석을 차지한 것도 아니지만 만족스럽다.
내한 공연이라는 게 정말 공연을 즐기러 간다기보다 '아아, 저 사람이 내 앞에서 노래를 하는구나.'하는 숭배에 가까운 팬덤에 비싼 돈 내고 자위하고 또 그걸 남들에게 자랑하는 수단인 것 아닌가.

후기는 공연날 당일, 또는 하루 지난 새벽에 올라올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