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음원을 구하려면 이무 유료 음원 사이트에 가서 돈을 주고 음원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옛날,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7~8년 전만 해도 사정이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유료로라도 음원을 제공하는 사이트 자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했고, 기타 합·불법적인 공유 수단도 기똥찬 것이 없었다.
그나마 법의 단속을 그럭저럭 막아가며 비교적 음원에 목마른 일반인들의 숨통을 틔워주던 것이 소리바다였다.
당시 소리바다는 무료 사용자에게 다른 사용자가 자신의 음원 파일 두 개를 받아가면, 그 자신이 다른 사용자의 음원 파일 한 개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각종 법적 단속에 공유 정신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사용자들에게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 일단 트래픽이라도 좀 늘려보자는 계산의 결과였으리라.
사정이 이러하니 깨알 같이 받은 음원은 그 하나 하나가 매우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나름의 전략도 생겼다.
보통 개개 파일을 올려두는 것보다 앨범 공유 취지의 채팅방을 만들어두면, 꼭 온라인 게임의 시장처럼 여러 사람들이 둘러보고 가기에도 편하고 한 번 다운로드를 받으면 다수의 파일을 받아가기 때문에 MP머니를 모으기에 더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1
바로 이 때에 나는 음원을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일단 무슨 음악인지는 몰라도 앨범 단위의 음원을 모아야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받을 수 있는 디딤돌로 쓸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듣고 있는 음악 중엔 이 때 우연히 구하게 된 앨범이 꽤 있다.
각종 멜로딕 메탈류는 말할 것도 없고, 레니 크라비츠 ㅡ 당시 나는 그를 20대의 백인으로 상상했다 ㅡ 나 벤 폴즈 파이브도 그 때 알게 된 뮤지션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우연히 내 수중으로 들어온 앨범 중에 캐스커의 '철갑혹성'이 있었다.
내가 들은 일렉트로니카 음악 중 가장 최초의 것이었던 '철갑혹성'.
나는 이 앨범을 듣고는 그 봄비와도 같은 몽롱함이 매우 맘에 들어 CD로 구매하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그 어떤 곳에서도 이 음반을 구할 수 없었다.
정보를 찾아보니 '철갑혹성' 앨범은 얼추 한국 일렉계의 전설적 명반이 되어버려 다소 매니악한 사람들의 소장물이 되어버린지 오래라는 것.
아쉬웠지만 별 수 없었다.
나중에 어쩌다 이들의 2집을 듣게 되었고 3집에서 조금 실망한 뒤 캐스커라는 이름을 꽤 오래 잊고 있었다.
캐스커가 다시 내 인생에 나타난 것은 전설의 레전드가 되어버린 1집 '철갑혹성'이 "음악 팬들의 빗발치는 요청속에 재발매"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접했을 때였다.
네이버로부터 관대하게 제공되는 MP3 다운로드권도 있겠다, 주저없이 앨범을 다운로드했다.
그리고 1번 트랙부터 나지막히 재생시켜두고 나의 인생 뉴비 시절로의 회상에 빠졌다.
'철갑혹성'은 2003년에 발매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지금도 세련되게 느껴지는 시부야계 사운드를 자랑한다.
철갑과 혹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하고 메마르고 차가운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게 사람 냄새 풀풀 나고, 밤 거리의 불빛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트랙으로 가득하다.
음악을 들으면 '심장을 가진 일렉트로니카'라는 별명에 자연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다.
전자적으로 몇 개의 파동이 합성되어 만들어진 소리를 애초에 인조적인 것으로 느끼는 사람이라면 캐스커의 음악에서 진짜 철갑혹성을 느낄 수 있다.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의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캐스커는 이러한 장르적 한계에 대한 도전으로 이소은이 피쳐링한 '1103'이나 애시드 훵크 'Complex walkin'' 같은 트랙에서 애널로그한 기타 사운드를 채용했는데 전자의 경우처럼 그 소리가 전면에 나서든 후자처럼 배경을 장식하든 듣기에 썩 자연스러워 좋다.
비트에 지나친 비중을 두지 않은 것은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이다.
요새 각종 일렉트로니카의 트렌드인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멜로디로 노래 하나를 장악하는 방법론이 없다는 것도 좋다.
억지스럽게 전면으로 나서려는 욕심을 버린 각각의 요소들이 부드러운 조화를 이룬다.
꼭 잘 만들어진 밴드 넘버가 하나의 드럼 비트, 하나의 기타 솔로 등 특정 요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리믹스 버전에서 이런 특성이 바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리믹스란 말 그대로 리-믹스니까.
쓰윽 훑어보니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고 내 이야기만 가득하다.
여기는 까불로그다.
유료로라도 음원을 제공하는 사이트 자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했고, 기타 합·불법적인 공유 수단도 기똥찬 것이 없었다.
그나마 법의 단속을 그럭저럭 막아가며 비교적 음원에 목마른 일반인들의 숨통을 틔워주던 것이 소리바다였다.
당시 소리바다는 무료 사용자에게 다른 사용자가 자신의 음원 파일 두 개를 받아가면, 그 자신이 다른 사용자의 음원 파일 한 개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각종 법적 단속에 공유 정신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사용자들에게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 일단 트래픽이라도 좀 늘려보자는 계산의 결과였으리라.
사정이 이러하니 깨알 같이 받은 음원은 그 하나 하나가 매우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나름의 전략도 생겼다.
보통 개개 파일을 올려두는 것보다 앨범 공유 취지의 채팅방을 만들어두면, 꼭 온라인 게임의 시장처럼 여러 사람들이 둘러보고 가기에도 편하고 한 번 다운로드를 받으면 다수의 파일을 받아가기 때문에 MP머니를 모으기에 더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1
바로 이 때에 나는 음원을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일단 무슨 음악인지는 몰라도 앨범 단위의 음원을 모아야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받을 수 있는 디딤돌로 쓸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듣고 있는 음악 중엔 이 때 우연히 구하게 된 앨범이 꽤 있다.
각종 멜로딕 메탈류는 말할 것도 없고, 레니 크라비츠 ㅡ 당시 나는 그를 20대의 백인으로 상상했다 ㅡ 나 벤 폴즈 파이브도 그 때 알게 된 뮤지션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우연히 내 수중으로 들어온 앨범 중에 캐스커의 '철갑혹성'이 있었다.
내가 들은 일렉트로니카 음악 중 가장 최초의 것이었던 '철갑혹성'.
나는 이 앨범을 듣고는 그 봄비와도 같은 몽롱함이 매우 맘에 들어 CD로 구매하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그 어떤 곳에서도 이 음반을 구할 수 없었다.
정보를 찾아보니 '철갑혹성' 앨범은 얼추 한국 일렉계의 전설적 명반이 되어버려 다소 매니악한 사람들의 소장물이 되어버린지 오래라는 것.
아쉬웠지만 별 수 없었다.
나중에 어쩌다 이들의 2집을 듣게 되었고 3집에서 조금 실망한 뒤 캐스커라는 이름을 꽤 오래 잊고 있었다.
캐스커가 다시 내 인생에 나타난 것은 전설의 레전드가 되어버린 1집 '철갑혹성'이 "음악 팬들의 빗발치는 요청속에 재발매"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접했을 때였다.
네이버로부터 관대하게 제공되는 MP3 다운로드권도 있겠다, 주저없이 앨범을 다운로드했다.
그리고 1번 트랙부터 나지막히 재생시켜두고 나의 인생 뉴비 시절로의 회상에 빠졌다.
'철갑혹성'은 2003년에 발매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지금도 세련되게 느껴지는 시부야계 사운드를 자랑한다.
철갑과 혹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하고 메마르고 차가운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게 사람 냄새 풀풀 나고, 밤 거리의 불빛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트랙으로 가득하다.
음악을 들으면 '심장을 가진 일렉트로니카'라는 별명에 자연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다.
전자적으로 몇 개의 파동이 합성되어 만들어진 소리를 애초에 인조적인 것으로 느끼는 사람이라면 캐스커의 음악에서 진짜 철갑혹성을 느낄 수 있다.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의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캐스커는 이러한 장르적 한계에 대한 도전으로 이소은이 피쳐링한 '1103'이나 애시드 훵크 'Complex walkin'' 같은 트랙에서 애널로그한 기타 사운드를 채용했는데 전자의 경우처럼 그 소리가 전면에 나서든 후자처럼 배경을 장식하든 듣기에 썩 자연스러워 좋다.
비트에 지나친 비중을 두지 않은 것은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이다.
요새 각종 일렉트로니카의 트렌드인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멜로디로 노래 하나를 장악하는 방법론이 없다는 것도 좋다.
억지스럽게 전면으로 나서려는 욕심을 버린 각각의 요소들이 부드러운 조화를 이룬다.
꼭 잘 만들어진 밴드 넘버가 하나의 드럼 비트, 하나의 기타 솔로 등 특정 요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리믹스 버전에서 이런 특성이 바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리믹스란 말 그대로 리-믹스니까.
쓰윽 훑어보니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고 내 이야기만 가득하다.
여기는 까불로그다.
- 소리바다에서 쓰던 음원 다운로드의 단위였는데 MP포인트인지 Mp머니인지 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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