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제목만으로 광역 어그로를 제대로 끌었다.
굳이 이렇게 경계를 짓는 것이 졸렬하긴 하지만, 락을 좋아하는 사람의 불가침 영역인 레드 제플린과 전 세계 팝의 영원한 레퍼런스 비틀즈를 겁도 없이 앨범 제목에 갖다 쓰다니.
게다가 두 밴드 사이에 있는 단어는 등위 접속사도 아니다.
비틀즈야 베스트 앨범 정도만 훑었고 레드 제플린은 전 앨범을 자세히 들은 나 같은 사람에겐 감정적으로 눈에 불똥이 튀는 제목이다.
자연히 '니가 뭔데?'하는 반발심에 앨범을 듣게 된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노이즈 마케팅.
'더 핀'의 1집 'Beatles Over Zeppelin'을 지배하는 컨셉은 건방짐이다.
겁 없는 신예들이니 만큼 무턱대고 거만한 건방은 아니다.
오히려 풋고추 가공 공장에서 3개월을 같은 옷만 입고 일했을 때 그 옷에서 날 만한 풋내가 풋풋 풍기는, '우쭈쭈' 소리가 나오는 애교스러운 건방이다.
제멋대로 기른 머리를 아무렇게나 빗어 넘기고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허공을 초점없이 바라보는 그런 표정으로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음악을 펼친다.
앨범에서 느껴지는 두 개의 큰 레퍼런스는 스트록스와 검정치마다.
8비트의 간결함 위에 적당히 흥이 나는 기타 리프를 깔고 건성건성 힘 빠진 목으로 노래하는 젊음은 스트록스의 1집을 꼭 닮았다.
우리 말로 가사를 번안한 세 종류 여섯 트랙, 'Dance with with an Indian' ㅡ '공개무시금지', 'Evelyn !' ㅡ '말이 없던 것처럼', 'The two ghosts' ㅡ '여우에게'는 전형적인 스트록스 스타일의 개러지풍의 포스트 펑크다.
재미 있는 것은 발음도 별로 안 좋으면서 영어 가사를 남발했다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 부분에서 이들의 귀여운 건방짐을 제대로 느꼈는데, 더욱 재미 있는 것은 가사를 요모조모 뜯어보면 이들의 영어 작사 실력이 발음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워낙 툭 튀어나온 밴드라 대체 멤버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난 건지 알 길은 없지만 이들의 유년기 경험에 영미권 문화의 영향이 강하게 깔려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어줍잖은 비유를 쓰자면, 검정치마 1집 속에는 빈둥대는 21살짜리 청년이 방황하고 있다면 더 핀의 1집에는 17살짜리 방황하는 영혼이 빈둥거리는 느낌이다.
검정치마와 스트록스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스트록스 2집 평에서 간략하게나마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 나의 가설이 그렇게 틀리지만은 않다는 증거가 되겠다.
아무래도 이런 브릿 팝 계열의 음악 스타일을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들고 온, 어떤 의미에서의 선배 가수 검정치마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록스의 영향력이 세 종류 여섯 트랙에만 한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앨범 전체에서 검정치마의 냄새가 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The two ghosts'와 '여우에게', 이 한 종류 두 트랙에서는 조휴일식 전개가 아주 판박이처럼 등장한다.
두 번째 버스 뒤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 피아노 라인, 두 대동소이한 보컬 라인의 중첩, 2절 시작에 등장하는 부담스럽지 않게 깝쭉이는 기타 리프 등으로 물 타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트랙 후반부의 다소 생뚱 맞은 후렴구는 영락없는 조휴일이다.
거의 검정치마의 트랙이라 해도 믿을 만한 수준.
더 핀만의 색은 8비트 드럼을 벗어나는 트랙들에서 나타난다.
원조 포스트 펑크의 교과서적 룰을 따른 'So regular'는 스노우 패트롤 냄새가 나지만 꼭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말을 못 하겠다.
교과서를 적당히 베끼되 그 경계를 벗어나는 부분에선 자신들만의 분위기를 가미했다.
장난스러운 기타 솔로가 귀를 즐겁게 하는. 기타 두 대로만 진행되는 'Basic blue'를 넘어가면 신나는 16비트의 락 'Freakin' me out'이 나온다.
검정치마를 워낙에 좋아하는 내가 가장 즐겨 듣는 트랙은 'The two ghosts'와 '여우에게' ㅡ 그 중에서도 굳이 따지면 후자를 더 좋아하는데 전자의 영어 발음이 아무래도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ㅡ 지만 그를 제외하면 'Freakin' me out'의 훵키함이 내 마음을 세게 잡아당기는 편이다.
8번 트랙 'Happy Christmas & Merry New Year'는 악틱 몽키즈 2집의 '505'만큼이나 앨범 전반적인 색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트랙이다.
콜드플레이 트랙의 리믹스 버전이나 카니예 웨스트의 멜로딕한 힙합 트랙 정도에 비길 수 있는 강렬한 일렉트로 사운드의 사용으로 여태까지 앨범을 편히 들어오던 청자의 뺨 따귀를 세차게 후려친다.
마치 나를 그렇게 만만하게 보지는 말라는 듯, 그 건방진 표정을 하고 말이다.
워낙에 마음을 풀고 있던 사람들은 멍해진 표정으로 그저 얼얼해진 뺨을 어루만지는 수밖에 없다.
뭐, 이 정도면 좋다.
준수한 시작이다.
남들에게 추천해줄 만하다.
굳이 이렇게 경계를 짓는 것이 졸렬하긴 하지만, 락을 좋아하는 사람의 불가침 영역인 레드 제플린과 전 세계 팝의 영원한 레퍼런스 비틀즈를 겁도 없이 앨범 제목에 갖다 쓰다니.
게다가 두 밴드 사이에 있는 단어는 등위 접속사도 아니다.
비틀즈야 베스트 앨범 정도만 훑었고 레드 제플린은 전 앨범을 자세히 들은 나 같은 사람에겐 감정적으로 눈에 불똥이 튀는 제목이다.
자연히 '니가 뭔데?'하는 반발심에 앨범을 듣게 된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노이즈 마케팅.
'더 핀'의 1집 'Beatles Over Zeppelin'을 지배하는 컨셉은 건방짐이다.
겁 없는 신예들이니 만큼 무턱대고 거만한 건방은 아니다.
오히려 풋고추 가공 공장에서 3개월을 같은 옷만 입고 일했을 때 그 옷에서 날 만한 풋내가 풋풋 풍기는, '우쭈쭈' 소리가 나오는 애교스러운 건방이다.
제멋대로 기른 머리를 아무렇게나 빗어 넘기고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허공을 초점없이 바라보는 그런 표정으로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음악을 펼친다.
앨범에서 느껴지는 두 개의 큰 레퍼런스는 스트록스와 검정치마다.
8비트의 간결함 위에 적당히 흥이 나는 기타 리프를 깔고 건성건성 힘 빠진 목으로 노래하는 젊음은 스트록스의 1집을 꼭 닮았다.
우리 말로 가사를 번안한 세 종류 여섯 트랙, 'Dance with with an Indian' ㅡ '공개무시금지', 'Evelyn !' ㅡ '말이 없던 것처럼', 'The two ghosts' ㅡ '여우에게'는 전형적인 스트록스 스타일의 개러지풍의 포스트 펑크다.
재미 있는 것은 발음도 별로 안 좋으면서 영어 가사를 남발했다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 부분에서 이들의 귀여운 건방짐을 제대로 느꼈는데, 더욱 재미 있는 것은 가사를 요모조모 뜯어보면 이들의 영어 작사 실력이 발음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워낙 툭 튀어나온 밴드라 대체 멤버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난 건지 알 길은 없지만 이들의 유년기 경험에 영미권 문화의 영향이 강하게 깔려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왠지 생긴 것도 그렇게 생겼다. http://poisontongue.sisain.co.kr/1734
어줍잖은 비유를 쓰자면, 검정치마 1집 속에는 빈둥대는 21살짜리 청년이 방황하고 있다면 더 핀의 1집에는 17살짜리 방황하는 영혼이 빈둥거리는 느낌이다.
검정치마와 스트록스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스트록스 2집 평에서 간략하게나마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 나의 가설이 그렇게 틀리지만은 않다는 증거가 되겠다.
아무래도 이런 브릿 팝 계열의 음악 스타일을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들고 온, 어떤 의미에서의 선배 가수 검정치마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록스의 영향력이 세 종류 여섯 트랙에만 한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앨범 전체에서 검정치마의 냄새가 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The two ghosts'와 '여우에게', 이 한 종류 두 트랙에서는 조휴일식 전개가 아주 판박이처럼 등장한다.
두 번째 버스 뒤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 피아노 라인, 두 대동소이한 보컬 라인의 중첩, 2절 시작에 등장하는 부담스럽지 않게 깝쭉이는 기타 리프 등으로 물 타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트랙 후반부의 다소 생뚱 맞은 후렴구는 영락없는 조휴일이다.
거의 검정치마의 트랙이라 해도 믿을 만한 수준.
더 핀만의 색은 8비트 드럼을 벗어나는 트랙들에서 나타난다.
원조 포스트 펑크의 교과서적 룰을 따른 'So regular'는 스노우 패트롤 냄새가 나지만 꼭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말을 못 하겠다.
교과서를 적당히 베끼되 그 경계를 벗어나는 부분에선 자신들만의 분위기를 가미했다.
장난스러운 기타 솔로가 귀를 즐겁게 하는. 기타 두 대로만 진행되는 'Basic blue'를 넘어가면 신나는 16비트의 락 'Freakin' me out'이 나온다.
검정치마를 워낙에 좋아하는 내가 가장 즐겨 듣는 트랙은 'The two ghosts'와 '여우에게' ㅡ 그 중에서도 굳이 따지면 후자를 더 좋아하는데 전자의 영어 발음이 아무래도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ㅡ 지만 그를 제외하면 'Freakin' me out'의 훵키함이 내 마음을 세게 잡아당기는 편이다.
8번 트랙 'Happy Christmas & Merry New Year'는 악틱 몽키즈 2집의 '505'만큼이나 앨범 전반적인 색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트랙이다.
콜드플레이 트랙의 리믹스 버전이나 카니예 웨스트의 멜로딕한 힙합 트랙 정도에 비길 수 있는 강렬한 일렉트로 사운드의 사용으로 여태까지 앨범을 편히 들어오던 청자의 뺨 따귀를 세차게 후려친다.
마치 나를 그렇게 만만하게 보지는 말라는 듯, 그 건방진 표정을 하고 말이다.
워낙에 마음을 풀고 있던 사람들은 멍해진 표정으로 그저 얼얼해진 뺨을 어루만지는 수밖에 없다.
뭐, 이 정도면 좋다.
준수한 시작이다.
남들에게 추천해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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