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ny Kravitz <Are You Gonna Go My Way>

| 2012. 2. 26. 11:01

레니 성님의 내한 소식 + 빈털털이가 된 내 지갑 기념으로 레니 크라비츠 전집 훑기 시리즈에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생각만 해놓고 그 동안 너무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아서 콧물 질질 나는 일요일 오전에 랩탑을 잡았다.
3집 'Are You Gonna Go My Way'는 기록을 돌이켜봤을 때 레니 크라비츠 최고의 히트작이다.
대개 히트를 쳤다고 평가되는 앨범은 대중들의 접근성에 있어 그 문턱이 낮은 편이므로 일단은 직접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노력하겠다.


다수의 사람들이 레니의 이 앨범을 가장 듣기 좋은, 최소한 가장 듣기 편한 앨범이라고 선택했지만 나는 이미 2집 'Mama Said'가 나의 베스트 앨범임을 밝힌 적이 있다.
사실 트랙을 하나 하나 떼어놓고 보면 뭐 3집의 트랙들이 그다지 전작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편도 아니다.
다만 내가 'Are You Gonna Go My Way' 앨범을 그다지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앨범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데, 그 문제란 바로 첫 트랙 'Are you gonna go my way'가 너무나 강한 인상을 주어서 그 뒤로 이어지는 트랙들의 빛이 상당히 흐려지는 뭐 일종의 가리움 효과 같은 것이다.

 
그야말로 레트로 락의 교과서다.
건조한 기타 리프와 자유 분방한 드럼 필인, 분명한 강단과 뚜렷한 기승전결.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단숨에 장악하는 이런 트랙이 첫 트랙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빈약한 사운드를 가진 다른 트랙들이 그림자에 가려지는 것이다.
물론 히트곡을 앨범 극초반에 배치함으로써 레니가 얻은 상업적인 성공은 차치하고서 하는 말이다.

이어지는 곡들을 간략히 살펴보자.
레니 특유의 발음에 따르면 "빌리브"보다 "블리브"에 가까운 2번 트랙 'Believe'는 7번 트랙 'Black girl'과 더불어 2집에서 3집으로의 지배적인 변화가 무엇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지배적인 변화는 현악, 관악을 동원한 클래시컬한 기악 편성과 한 층 두터워지고 복잡해진 코러스 화성인데 'Black girl'은 거의 비틀즈를 연상시킬 만큼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3번 트랙 'Come on and love me'는 적당한 사이키델릭 락 넘버고, 4번 'Heaven help'와 5번 'Just be a woman'은 슬로우 템포의 발라드로 큰 맥락에서 보면 역시나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6번 'Is there any love in your heart'는 또 다른 레트로 락 트랙인데 훵키한 느낌이 강하게 난다.
앨범의 맨 마지막 싱글로 발매되었다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8번 트랙 'My love'부터에서야 겨우 'Are you gonna go my way'의 쇼크에서 벗어나 트랙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미 시작부터가 빈티지함이 철철 흘러 넘치는 블루지한 올드 락.
이어지는 'Sugar'는 앨범의 첫 트랙만 없었더라면 이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으로 꼽았을 트랙이다.
지난 번 앨범에서 그토록 극찬을 했던 'It ain't over 'til it's over'의 후속편 격인 트랙인데 느린 16비트의 그루브함과 다양한 컴포지션이 정말 듣기 좋은 화음을 만든다.


아주 그냥 달콤한 설탕 냄새가 쩐다.
끈적끈적거려서 자꾸 어깨가 오싹오싹 할 지경이다.

10번 트랙 'Sister'는 아주 로-(Raw)한 어쿠스틱 발라드.
레니의 목소리가 가진 그 호소력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형태의 곡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 'Eleutheria'는 왜 여태까지 안 나오나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레게 트랙.
레게의 아버지 밥 말리를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지가 결연히 보이는데 심지어 발음까지 그를 따라가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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