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Withers - Lovely day

| 2011. 10. 30. 12:04

그가 쌓아올린 위대한 음악적인 성취와 파급력에 비해 빌 위더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꽤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빌 위더스는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 3개의 그래미를 받았고 각종 명예의 전당들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히트곡은 후대 R&B와 힙합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수많은 리믹스를 재생산해냈다.
제목마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Just the two of us'나 'Lean on me', 'Ain't no sunshine' 따위의 노래를 들어 보면 '들어본 적 있어.'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친숙한 노래들 모두가 빌 위더스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

다른 명곡들은 또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 들고 나온 'Lovely day'부터 들어 보자.

 
빌 위더스의 노래를 처음 들으면 그의 목소리 톤과 창법에 상당히 신선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흑인 R&B 가수들은 기가 막힌 미성으로 고음을 맘대로 넘나드는 스타일로 원로의 스티비 원더나 루더 밴드로스부터 지금의 어셔나 니요까지 이어지는 계통이다.
블루스 뮤지션으로 넘어 오면 온 몸이 블루스로 뭉친 남자 하울링 울프나 전설의 레전드로 불리는 지미 헨드릭스 스타일의 걸걸한 중저음의 보이스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빌 위더스는 이 쪽에도 저 쪽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통나무 도막이나 뭐 그런 비슷한 물체가 떠오르는데 기교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함이 그의 목소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안한 중음대의 톤으로 정확히 불러야 할 노트만을 정확히 불러야 할 길이로 딱딱 끊어 노래를 부른다.
바이브레이션도 없다.
주절거림도 없다.
멜로디에 예외도 없다.
노래의 본질을 그대로 꺼내 날것(raw)의 그 상태를 온전히 보존하며 관객들에게 그 순수함을 직접 전달한다.
가창력을 그리도 중시하는 대한민국의 일반 음악 대중들로 하여금 진정한 가창력이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노래.

후렴구에서 아무런 변조 없이 사랑스러운 날을 예찬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빌 위더스 특유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리라.
가장 마지막 후렴에서 그는 18초 동안 한 번도 숨을 쉬지 않고 음을 지속하는데 이는 영국 차트에서는 2위의 기록이요, 미국 차트에서는 탑 40위권의 노래 사이에서는 1위의 기록이란다.
수십 개의 샘플링 곡이 있고 수십 개의 리메이크 곡이 있지만 다른 부분은 몰라도 보컬만 본다면 빌 위더스 원곡의 버전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본다.
부서지는 햇살을 떠올리게 하는 영롱한 신디와 발랄한 드럼 비트에 일상의 소소함을 노래하는 가사가 더해진 정말 사랑스러운 날을 연상시키는 빌 위더스의 'Lovely day'.

오늘 같이 상큼한 날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트랙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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