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딱 보고 나서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이 다 있어?'했는데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이었다.
영화가 1980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욱 놀랐다.
1960년에 제작된 스탠리 큐브릭의 '스파르타쿠스'에서 정확히 20년쯤 진화한 정도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카게무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원래 스튜디오인 토호 스튜디오가 제작비 감당을 하지 못해 영화 제작에 위기가 찾아오자, 조지 루카스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20세기 폭스사를 설득하여 돈을 대게 했다는 것이다.
저 쟁쟁한 두 감독이 제작을 지원한 영화라면 더 이상의 칭찬이 필요 없지 않겠는가.
이 엄청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3시간에 달하는 러닝 타임과 맞서 싸우려면 '카게무샤'를 보기에 앞서 러닝 타임이 긴 영화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몰입도가 강한 영화는 아니다.
장면 장면마다 이목을 끄는 것들 ㅡ 카게무샤가 꿈 속을 헤맬 때나 마지막 나가시노 전투의 장면 같은 것 ㅡ 이 있기는 하지만 가끔씩 장면의 전환이 너무 격하게 일어나고 3시간이라는 시간 전체를 집약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만연체 느낌의 스토리텔링을 구사하기 때문에 '솔직히' 지루하다.
그러나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이런 영화의 참된 맛을 느끼지 못한다면 꽤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므로 우선 러닝 타임이 긴 영화들에 익숙해져 보자.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이라면 적당하리라고 본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당장 '이끼'가 생각난다.
둘째로는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에 어느 정도 익숙해야 한다.
이 우주의 어느 땅 덩어리에서든 우리가 전국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의 역사는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띠게 마련이다.
역사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인데, 영화 '카게무샤'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미리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들과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다이코'를 읽은 경험으로부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영화의 플롯을 따라가는 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등장인물들이 이마에 이름을 써붙이고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최소한 굵직굵직한 이름들ㅡ 다케다 신겐,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ㅡ 이 역사적으로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정도는 간단하게 공부한 뒤에 영화를 감상하자.
나가시노 전투의 역사적 의의나 전국시대 무장들과 전투의 일반적인 문화, 다케다 신겐,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람 됨됨이, 오다 노부나가가 그토록 사랑했다던 가무 등을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본다면 고개를 갸웃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하리라고 본다.
심지어는 고개를 갸웃하지도 못하고 넘어가는 장면들도 있으리라.
우리가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회를 감상하기 전에 간단하게 공부하는, 그 정도의 마음 가짐이면 충분하다.
셋째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스타일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이라면 '라쇼몽'과 '7인의 사무라이' ㅡ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ㅡ 를 감상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 사람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는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라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전위성이 극대화된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일본 전통 문화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실적인 묘사, 전투 장면의 폭력성과 선명한 색채들, 기괴스럽게 보이는 유머들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나타내는 몇몇 지표인데 이런 디테일에 치중하게 되면 자칫 큰 그림을 놓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집중해서 보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 '카게무샤'에 대해서는 나무 하나 하나를 보기보다 숲을 바라본다는 관점으로 감상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이제는 '카게무샤'를 직접 보는 일만 남았다.
영화의 플롯 자체에는 그렇게 엄청난 것이 없다.
그냥 역사적인 사실을 따라가며 그림자 무사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 전부인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소 몰입도가 떨어지는 면이 없잖아 있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플롯을 집어삼키는 듯한 형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좀 볼 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준비를 모두 마친 후에, 이 정도의 영화는 볼 필요가 있다.
아마 180분의 그 치열함이 끝나고 나면 모두가 나의 의견에 공감하리라.
영화가 1980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욱 놀랐다.
1960년에 제작된 스탠리 큐브릭의 '스파르타쿠스'에서 정확히 20년쯤 진화한 정도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카게무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원래 스튜디오인 토호 스튜디오가 제작비 감당을 하지 못해 영화 제작에 위기가 찾아오자, 조지 루카스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20세기 폭스사를 설득하여 돈을 대게 했다는 것이다.
저 쟁쟁한 두 감독이 제작을 지원한 영화라면 더 이상의 칭찬이 필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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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청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3시간에 달하는 러닝 타임과 맞서 싸우려면 '카게무샤'를 보기에 앞서 러닝 타임이 긴 영화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몰입도가 강한 영화는 아니다.
장면 장면마다 이목을 끄는 것들 ㅡ 카게무샤가 꿈 속을 헤맬 때나 마지막 나가시노 전투의 장면 같은 것 ㅡ 이 있기는 하지만 가끔씩 장면의 전환이 너무 격하게 일어나고 3시간이라는 시간 전체를 집약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만연체 느낌의 스토리텔링을 구사하기 때문에 '솔직히' 지루하다.
그러나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이런 영화의 참된 맛을 느끼지 못한다면 꽤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므로 우선 러닝 타임이 긴 영화들에 익숙해져 보자.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이라면 적당하리라고 본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당장 '이끼'가 생각난다.
둘째로는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에 어느 정도 익숙해야 한다.
이 우주의 어느 땅 덩어리에서든 우리가 전국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의 역사는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띠게 마련이다.
역사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인데, 영화 '카게무샤'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미리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들과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다이코'를 읽은 경험으로부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영화의 플롯을 따라가는 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등장인물들이 이마에 이름을 써붙이고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최소한 굵직굵직한 이름들ㅡ 다케다 신겐,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ㅡ 이 역사적으로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정도는 간단하게 공부한 뒤에 영화를 감상하자.
나가시노 전투의 역사적 의의나 전국시대 무장들과 전투의 일반적인 문화, 다케다 신겐,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람 됨됨이, 오다 노부나가가 그토록 사랑했다던 가무 등을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본다면 고개를 갸웃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하리라고 본다.
심지어는 고개를 갸웃하지도 못하고 넘어가는 장면들도 있으리라.
우리가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회를 감상하기 전에 간단하게 공부하는, 그 정도의 마음 가짐이면 충분하다.
셋째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스타일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이라면 '라쇼몽'과 '7인의 사무라이' ㅡ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ㅡ 를 감상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 사람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는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라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전위성이 극대화된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일본 전통 문화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실적인 묘사, 전투 장면의 폭력성과 선명한 색채들, 기괴스럽게 보이는 유머들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나타내는 몇몇 지표인데 이런 디테일에 치중하게 되면 자칫 큰 그림을 놓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집중해서 보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 '카게무샤'에 대해서는 나무 하나 하나를 보기보다 숲을 바라본다는 관점으로 감상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이제는 '카게무샤'를 직접 보는 일만 남았다.
영화의 플롯 자체에는 그렇게 엄청난 것이 없다.
그냥 역사적인 사실을 따라가며 그림자 무사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 전부인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소 몰입도가 떨어지는 면이 없잖아 있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플롯을 집어삼키는 듯한 형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좀 볼 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준비를 모두 마친 후에, 이 정도의 영화는 볼 필요가 있다.
아마 180분의 그 치열함이 끝나고 나면 모두가 나의 의견에 공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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