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부르스

| 2011. 10. 21. 18:12


우리나라의 인디 영화는 이 정도 수준인가.
영화라면 보기만 보고 만드는 과정이라면 전혀 모르지만, 이 정도 영화라면 대학교 동아리 수준에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정도의 이야기로 2시간 가량의 분량을 채웠다는 것은 인정해 줄 만한 점인데 이 인정이라는 게 그냥 인정인지 아니면 인정(人情)에서 우러나오는 인정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정말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나와 매우 전형적인 장면들만 연출하다가 끝이 난다.
과도하게 사용된 욕설은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와 어우러져 관객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고, 가면 갈 수록 안드로메다로 뻗어나가는 이야기 흐름은 뭐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이건 시나리오를 쓴 사람조차 느꼈던 것임이 분명한데, 만약 이런 이야기를 써놓고도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면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그의 재능을 심각하게 의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영화 제목의 부르스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부르스 윌리스가 언급되는 것도 아니고 뭐 설마 블루스라고 우기려는 것은 절대 아니었으면 좋겠다.
짧게 짧게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블루스 임프로바이제이션 때문에 약수터 '부르스'라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이건 블루스에 대한 모욕이다.
대체 한국인의 머리에 든 '블루스'와 연관된 이미지는 무엇일까.
남자의 블루스를 이런 식으로 매도하지마 제발.

블랙키치무비라는 거창한 타이틀도 정말 다 발로 차버리고 싶은 느낌이다.
이런 영화에 저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블랙 무비에도 키치 무비에도 속상한 일이고 심지어 잭 블랙조차 항의의 노래를 쓸 만한 일이다.
도대체가 이 영화의 어디에 블랙하고 키치한 면이 있단 말인가.
초등학생 수준의 발상과 유치원생 수준의 구성이 있을 뿐인데 말이다.

아, 승질이 뻗쳐서 정말! http://zooty38.egloos.com/3972345


덕분에 한국의 독립 영화에 상당한 회의감이 생겼다.
무엇 하나 칭찬할 수 있는 구석이 없다.
이건 뭐 '처녀의 창자'보다도 더 졸작이다.
내 2시간을 돌려달라.

약수터 부르스
감독 손재명 (2009 / 한국)
출연 김태인,배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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