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그것도 훌륭한 고전이라고 평가 받는 작품을 평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첫째로 이미 모두가 숱하게 짚어낸 점을 다시 번복하는 수준의 글밖에 쓰지 못하지 않겠느냐는 부담이 있겠고 둘째로 과연 자신이 그런 고전을 논하기에 적당한 사람인가에 대한 부담이 있겠으며 셋째로 자신이 써내려가는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이 이 고전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게 될 수 있냐는 부담이 있으리라.
유재하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훌륭한 고전이며 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내게 주어진 것은 저 세 부담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저 세 가지 부담을 모두 이겨내지 못할 예정이다.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유재하의 앨범에서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수준의 훌륭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1980년대 후반 즈음의 대한민국 대중 음악의 분위기가 어떤지 알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며 세 번째 이유는 지금 글을 쓰기 위한 넉넉한 시간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꼭 이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블로그에 내 글을 쓰든 말든 하는 건 내↘ 맘↗이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치고 유재하의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 역시 본격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이 비운의 인물의 이름을 숱하게 듣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그의 음악을 듣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참 한국 음악을 등한시하던 때엔 유재하라는 이름 석 자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막 한국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는 이제 막 쏟아져 나오는 여러 신인 밴드들의 음악에 푹 빠져 지냈기 때문이다.
유재하의 앨범을 듣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나는 가수다'가 최고의 인기를 끌 무렵, 박정현이 부른 '그대 내 품에'를 들었던 것이다.
박정현의 노래가 워낙 훌륭하기도 했지만 그 베이스가 된 음악이 훌륭하다고 느꼈고 유재하가 그 음악의 제페토 할아버지인 것을 알고 바로 그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의 앨범은 내가 여태까지 들어오던 그의 명성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혹자는 가사의 훌륭함을 칭송하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와닿지 않는 가사였고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한 대중 음악의 발상이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2011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음악이었다.
앨범의 첫 트랙은 90년대에 홍수를 이루었던 횡스크롤형 아케이드 게임의 배경음악을 방불케하는 산뜻함을 가진 '지난 날'이다.
무언가 번쩍이는 부분이 없어 넋 놓고 듣다 보면 어느 새,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 486 컴퓨터 앞에 앉아 무한히 오른쪽으로 나가다 보면 어느 새 엔딩을 보고 있던 것 같이 앨범은 두 번째 트랙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대 내 품에'는 꼭 박정현을 통해서 먼저 듣지 않았더라도 좋을 만한 트랙이다.
나긋나긋한 유재하의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는 느릿느릿한 발라드.
조금 아쉬운 것은 유재하의 나긋나긋함이 너무 지나쳐 너무 축축 쳐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는 것인데 그런 단점은 후렴구의 서정적인 멜로디에 모두 묻혀버리게 된다.
고전이라는 명성답게 모든 트랙이 명트랙으로 꼽히는 만큼 어떤 특정 트랙에 다른 트랙과는 구분되는 미사여구를 붙이기가 조금 민망하지만 세 번째 트랙 '가리워진 길'은 참 좋다.
이 트랙에서 거슬리는 점은 고작 '가리워지다'라는 말은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것뿐이 없다. 1
앨범의 다른 트랙이 비교적 긴 편인 것과 대조되는 유일한 3분대의 곡으로 청자의 집중이 떨어지기 전에 노래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정말 잘 만든 노래.
다음으로 이어지는 '사랑하기 때문에'는 뭐 워낙 유명한 노래니까 따로 언급하기보다 링크를 걸어두겠다.
'나는 이런 노래 몰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첫 소절이 딱 시작하는 부분에서 '아~'하는 그런 곡이기 때문이다.
영롱한 신디 소리로 시작하는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앞의 두 트랙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단지 그 두 트랙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꽤나 묻히는 편이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뭐 고만고만한 매력이 느껴진다.
이 앨범에서 가장 트렌디한 곡 '텅 빈 오늘 밤'이 그 뒤를 따른다.
통통 튀기는 소리가 참 구슬프게 들리는 훵키한 베이스 라인과 거의 비트박스 수준의 조악한 드럼 비트로 '텅 빔'과 '밤'이라는 두 가지 심상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텅 빈 오늘 밤이라는 진부한 제목과 어울리게 가사 역시 진부한 내용.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세를 탄 '우울한 편지'가 다음 트랙, 그 다음은 프로그레시브스러운 비트에 손발을 자르고 싶은 오글거림이 가득한 가사가 얹힌 '우리들의 사랑'이 이어진다.
마지막 트랙은 경음악 'Minuet'가 실려있는데 이는 원래 유재하가 클래식 음악에 정통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당시의 유행인지 ㅡ 내가 이런 트렌드가 당시의 유행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김현식의 1집에도 '운명'을 편곡한 경음악이 실려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인데 이 외에 다른 비슷한 예를 본 적은 없으므로 오류가 있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ㅡ 잘 모르겠다.
단 1집만으로 그의 이름을 딴 음악 경연대회가 생긴 사람이 만든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2위의 앨범에 이런 식의 평을 붙이는 것은 좋게 말하면 대담한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멋도 모르는 꼬맹이가 떠드는 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여러 달 앨범을 꾸준히 들으면서 느낀 점이 이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이 나한테 이렇게 와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내가 클래식 음악 방면의 소리에 별로 익숙하지 않다는 것인데 그 쪽까지 발을 뻗는 것은 아직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에게는 사치다.
나의 유재하는 이 정도로 마음 속에 접어두고 또 다른 음악을 들으러 떠나야 할 차례.
언젠가 다시 기억이 난다면 그 때 돌아와서 다시 들어보리라.
첫째로 이미 모두가 숱하게 짚어낸 점을 다시 번복하는 수준의 글밖에 쓰지 못하지 않겠느냐는 부담이 있겠고 둘째로 과연 자신이 그런 고전을 논하기에 적당한 사람인가에 대한 부담이 있겠으며 셋째로 자신이 써내려가는 글을 통해 다른 사람이 이 고전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게 될 수 있냐는 부담이 있으리라.
유재하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훌륭한 고전이며 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내게 주어진 것은 저 세 부담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저 세 가지 부담을 모두 이겨내지 못할 예정이다.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유재하의 앨범에서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수준의 훌륭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1980년대 후반 즈음의 대한민국 대중 음악의 분위기가 어떤지 알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며 세 번째 이유는 지금 글을 쓰기 위한 넉넉한 시간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꼭 이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블로그에 내 글을 쓰든 말든 하는 건 내↘ 맘↗이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치고 유재하의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 역시 본격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이 비운의 인물의 이름을 숱하게 듣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그의 음악을 듣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참 한국 음악을 등한시하던 때엔 유재하라는 이름 석 자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막 한국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는 이제 막 쏟아져 나오는 여러 신인 밴드들의 음악에 푹 빠져 지냈기 때문이다.
유재하의 앨범을 듣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나는 가수다'가 최고의 인기를 끌 무렵, 박정현이 부른 '그대 내 품에'를 들었던 것이다.
박정현의 노래가 워낙 훌륭하기도 했지만 그 베이스가 된 음악이 훌륭하다고 느꼈고 유재하가 그 음악의 제페토 할아버지인 것을 알고 바로 그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의 앨범은 내가 여태까지 들어오던 그의 명성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혹자는 가사의 훌륭함을 칭송하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와닿지 않는 가사였고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한 대중 음악의 발상이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2011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음악이었다.
앨범의 첫 트랙은 90년대에 홍수를 이루었던 횡스크롤형 아케이드 게임의 배경음악을 방불케하는 산뜻함을 가진 '지난 날'이다.
무언가 번쩍이는 부분이 없어 넋 놓고 듣다 보면 어느 새,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 486 컴퓨터 앞에 앉아 무한히 오른쪽으로 나가다 보면 어느 새 엔딩을 보고 있던 것 같이 앨범은 두 번째 트랙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대 내 품에'는 꼭 박정현을 통해서 먼저 듣지 않았더라도 좋을 만한 트랙이다.
나긋나긋한 유재하의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는 느릿느릿한 발라드.
조금 아쉬운 것은 유재하의 나긋나긋함이 너무 지나쳐 너무 축축 쳐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는 것인데 그런 단점은 후렴구의 서정적인 멜로디에 모두 묻혀버리게 된다.
고전이라는 명성답게 모든 트랙이 명트랙으로 꼽히는 만큼 어떤 특정 트랙에 다른 트랙과는 구분되는 미사여구를 붙이기가 조금 민망하지만 세 번째 트랙 '가리워진 길'은 참 좋다.
이 트랙에서 거슬리는 점은 고작 '가리워지다'라는 말은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것뿐이 없다. 1
앨범의 다른 트랙이 비교적 긴 편인 것과 대조되는 유일한 3분대의 곡으로 청자의 집중이 떨어지기 전에 노래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정말 잘 만든 노래.
다음으로 이어지는 '사랑하기 때문에'는 뭐 워낙 유명한 노래니까 따로 언급하기보다 링크를 걸어두겠다.
'나는 이런 노래 몰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첫 소절이 딱 시작하는 부분에서 '아~'하는 그런 곡이기 때문이다.
영롱한 신디 소리로 시작하는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앞의 두 트랙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단지 그 두 트랙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꽤나 묻히는 편이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뭐 고만고만한 매력이 느껴진다.
이 앨범에서 가장 트렌디한 곡 '텅 빈 오늘 밤'이 그 뒤를 따른다.
통통 튀기는 소리가 참 구슬프게 들리는 훵키한 베이스 라인과 거의 비트박스 수준의 조악한 드럼 비트로 '텅 빔'과 '밤'이라는 두 가지 심상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텅 빈 오늘 밤이라는 진부한 제목과 어울리게 가사 역시 진부한 내용.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세를 탄 '우울한 편지'가 다음 트랙, 그 다음은 프로그레시브스러운 비트에 손발을 자르고 싶은 오글거림이 가득한 가사가 얹힌 '우리들의 사랑'이 이어진다.
마지막 트랙은 경음악 'Minuet'가 실려있는데 이는 원래 유재하가 클래식 음악에 정통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당시의 유행인지 ㅡ 내가 이런 트렌드가 당시의 유행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김현식의 1집에도 '운명'을 편곡한 경음악이 실려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인데 이 외에 다른 비슷한 예를 본 적은 없으므로 오류가 있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ㅡ 잘 모르겠다.
단 1집만으로 그의 이름을 딴 음악 경연대회가 생긴 사람이 만든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2위의 앨범에 이런 식의 평을 붙이는 것은 좋게 말하면 대담한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멋도 모르는 꼬맹이가 떠드는 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여러 달 앨범을 꾸준히 들으면서 느낀 점이 이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이 나한테 이렇게 와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내가 클래식 음악 방면의 소리에 별로 익숙하지 않다는 것인데 그 쪽까지 발을 뻗는 것은 아직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에게는 사치다.
나의 유재하는 이 정도로 마음 속에 접어두고 또 다른 음악을 들으러 떠나야 할 차례.
언젠가 다시 기억이 난다면 그 때 돌아와서 다시 들어보리라.
- '가리어지다'가 맞는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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