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시간이 지나자 자리가 빽빽하게 들어차기 시작했다.
시즌 최고 승률을 기록했던 시카고 불스를 꺾고 8강에 오른 필라델피아 팬의 입장에서, 지면 떨어지고 마는 6차전의 의미는 상당한 것이었으리라.
딱 둘러봐도 만원이었다.
경기 진행은 정확히 저녁 8시에 시작되었다.
선후 관계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첫 순서는 더 스타-스프랭글드 배너였을 것이다. 1
처음 보는 여가수가 나와 그녀 모국의 국가를 열창했다.
촬영에는 나의 갤럭시 넥서스가 수고를 대신했다.
주전 선수 소개가 끝나고 잠시 어수선한 시간이 이어졌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기왕 한 번 올 거면 뽕을 뽑고 가자는 근성 하나로 무슨 볼거리가 있나 열심히 사방을 두리번거렸는데.
다들 전광판을 보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올려다 본 전광판엔 오 마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가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부터 경기장은 함성의 도가니탕으로 변했다.
그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 그 말도 못 하게 초롱초롱한 눈망울 하나 하나에 2만 관중이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나도 멍하니 화면만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아드레날린이 불끈 솟는 것을 만끽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콘에게 존경심을 가득 담은 환호를 보냈다.
세븐티식서스가 경기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종료 버저가 울리던 순간보다 더 환상적이었던 순간은 역시나 아이버슨을 스크린으로나마 볼 수 있었던 그 때가 아닐까 싶다.
바로 경기 시작 준비에 들어갔다.
경기장 분위기는 이미 필라델피아가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농구 경기라면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치어리더가 아닌가.
워낙에 자리가 가까웠기에 선수들의 플레이를 표정 하나 하나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맘 먹고 소리 지르면 충분히 그 진동이 선수의 고막에 가서 닿았을 것이다.
경기를 볼 때는 사진에 집중하지 않았다.
어차피 골 밑에 포진한 수많은 사진 기자들이 훨씬 더 좋은 퀄리티의 사진을 뽑아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치어리더의 공연 때는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게 되더라.
경기는 필라델피아 입장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스타플레이어의 부재라는 점에서 굉장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 필라델피아는, 보스턴의 빅3가 썩 좋은 컨디션이 아닌 상황을 틈타 야금야금 점수를 올렸다.
비록 전반전은 조금 뒤진 채로 마무리 지었지만 후반에는 어느 정도 승기를 잡은 듯이 보였다.
7차전 후반에 놀라운 활약을 펼쳤으나, 6차전에서는 그다지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론도.
타임 아웃과 쿼터 간 쉬는 시간에는 계속해서 팬 서비스가 이뤄졌다.
아래는 이벤트를 통해 다음 시즌 시즌 티켓에 당첨된 한 아저씨의 모습.
하지만 나는 우리의 눈이 온통 어디로 쏠려 있는지 알 수 있지.
감히 이 날의 베스트 샷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프 타임에는 경기 시작에 미국 국가를 불렀던 그 여자가 다시 나와 공연을 했으나 임팩트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중간에 고기와 버무려진 나초를 사와서 냠냠 먹었다.
경기는 계속 되었다.
폴 피어스의 숨막히는 뒤태.
상대방의 자유투에 쏟아지는 야유 역시 스케일이 달랐다.
웰스 파고 센터 중앙에 걸린 대형 스크린으로 야유 구호를 조장하는가 하면, 부정한 기운을 가장 많이 불러올 수 있는 팬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기도 했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약 3~4줄 위에 앉았던 일명 "빅 대디"도 그런 부정한 팬 중에 하나였다.
살면서 직접 본 사람 중 가장 뚱뚱한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는 그는 셀틱스의 자유투 때마다 티셔츠를 들어올려 웨이브를 추곤 했는데, 이미 사람의 살이라고 볼 수 없는 그의 뱃살이 형이상학적인 무늬를 이루며 출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차마 "그것"을 직접 찍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넷의 스타성은 여전히 죽지 않았더랬다. 고비 때마다 터지는 그의 외곽 슛에 계속해서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아래는 티셔츠를 팡팡 쏴주는 대포의 모습.
사거리 문제 때문인지 우리처럼 가까이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씨알도 없었다.
뿡이다 이 놈들아.
치어리더 누나들은 평균적으로 얼굴은 조금 노쇠하신 편이었지만 몸매만큼은 탄탄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필라델피아 벤치.
비록 보스턴이 경기에서는 졌지만, 폴 피어스만큼은 빛이 났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베테랑의 면모를 보이며 보스턴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도 뛰어다녔다.
이 정도면 셀틱스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겠지.
반면 레이 앨런은 세월의 풍파에 점점 스러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특유의 침착한 플레이는 몸에 배어 있었지만, 침착하기만 하면 뭘 하나, 골을 못 넣는데.
불세출의 3점 슈터라는 그 명성도 이제는 온데 간데 없었다.
오른쪽의 필라델피아 센터가 뭐 상당히 유망하다고 같이 경기를 보러 간 친구가 이야기했지만 글쎄.
경기는 슬슬 끝을 향해 달려 가고 있었고, 주도권은 아무래도 세븐티식서스에게 넘어온 것 같아 보였다.
- 괜히 오버해서 써놓은 것이 맞고, 사실은 그냥 미국 국가 제목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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