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했으니 끝을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괜히 쓰는 MVP 2003 이야기

| 2014. 7. 5. 19:48

선수들의 개인 성적이 그따구로 좋았으니 팀 성적 또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데빌 레이스의 성적과 오리올스 성적이 이루는 대조가 묘한 느낌을 준다. 한 시즌 동안 데빌 레이스의 선수들은 총 512개의 홈런을 쳤고 208개의 도루를 했으며 팀 평균 방어율은 2.98이라는 극상의 수치를 기록했다.

60-60이라는 기록이라니.

시즌 MVP는 당연히 알폰소 소리아노에게로 돌아갔다. 한 눈에 봐도 가상 현실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성적이다.

기본 프로필 사진도 들어 있지 않은 올리버 페레즈.

사이영을 받은 올리버 페레즈는 현대 야구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 역사 전체를 돌아보면 조금은 수긍이 될 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비현실적인 경기력으로 비현실적인 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플레이오프만큼은 귀찮기도 하고 너무 CPU 팀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전혀 개입을 하지 않고 시뮬레이션을 보내버렸다. 아쉽게도 결과는.

우승.

리그 챔피언십과 월드시리즈 모두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데빌 레이스가 가까스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18번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는 동안 타율 .347에 홈런 10개, 타점 19개를 올린 어브리 허프가 팀의 중심 타자답게 월드시리즈 MVP를 받았다.

저 어마어마한 버짓과 페이롤의 차이를 보라.

플레이오프까지 해서 05년도 시즌을 마치고 나니 월드시리즈 상대였던 자이언츠에서 팀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다. 그러나 뼈 속 깊은 곳까지 탬파베이 맨인 내가 저런 오퍼에 눈이 돌아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넘치고 넘치는 저 버짓을 보니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이미 최강의 팀을 만들었으니 그 팀에 대항하는 안티 테제 성격의 팀을 꾸려볼까 생각했지만 아직 탬파베이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이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안고 제안을 거절했다.

제프 켄트와 버니 윌리엄스, 케빈 브라운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은퇴를 했다. 젊은 선수들만 기용하는 탬파베이는 마이너리거를 포함한 전 로스터에서 단 한 명도 은퇴하지 않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드래프트 순위는 당연히 꼴찌였다. 재밌는 것은 볼티모어의 승률이 .290, 한 시즌 동안 총 115번이나 패배를 당했는데도 드래프트 순위가 무려 4번이었다는 점. 엑스포스, 타이거스, 레즈가 차례대로 1번, 2번, 3번 순서를 가져갔다.

탬파베이의 1라운드 픽.

당연히 좋은 유망주를 뽑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름 1라운드 픽이라고 뽑아봤는데 능력치는 거의 써먹을 수가 없는 수준. 이 때부터 MVP 2003의 시스템이 몇 시즌이고 지속 가능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능력치의 증감이 절대로 눈에 띌 정도가 아닌 시스템에서 계속 저 정도 수준의 선수들이 들어오고 처음부터 존재하던 실제 선수들이 계속해서 은퇴해나간다고 하면, 물론 시뮬레이션 시스템이야 어떻게든 돌아가겠지만 실제 플레이의 수준이 아주 똥이 될 것이 뻔했다.

MVP 2003의 조악한 오프시즌 시스템은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도, 윈터 미팅을 비롯한 FA 계약, 트레이드 기간 따위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 시뮬레이션상 날짜로는 3월 말에 모든 FA 계약과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결과는 꽤나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