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K11

| 2012. 3. 1. 15:56

사상 최악의 야구 게임이었다.
차라리 10년 전으로 돌아가 트리플 플레이를 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http://www.videogamesblogger.com/2011/02/11/major-league-baseball-2k11-release-date-announced-xbox-360-ps3-wii-ps2-psp-ds-pc.htm


내가 찾은 이 게임의 장점은 딱 하나, 도루 시스템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조작법이 게이머에게 실제로 도루하는 기분을 주는 것이다.

반면 게임을 하면서 겪은 단점은 상당히 많다.
먼저 수비.

1. 수비시 다른 에러는 적당한 빈도로 발생하지만 절대 절대 투수가 견제구를 날릴 때는 에러가 없다.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알 길은 없다.

2. 긴급한 움직임이 필요한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는 적이 없다.
주자가 1루에 나가 있는 상황에서 2루 강습이 발생했다.
우리의 2루수가 멋진 움직임으로 공을 잡았는데 1루 주자가 거의 2루에 접근했다.
잽싸게 공을 던지면 병살을 잡을 수 있는 상황.
근데 송구 커맨드가 끝난 지가 언젠데 계속 우물쭈물한다.
뭔가 나사가 서너 개쯤 풀린 듯한 수비.

3. 1루 근처에서 가끔 발생하는 말도 안 되는 수비 상황이 나타난다.
수비를 컴퓨터에게 일임하고 나는 투수만을 조종할 경우 자주 발생하는 장면.
1루와 2루 사이로 빠지려는 타구를 2루수가 잡았을 때 1루수가 1루를 지키지 않고 그냥 어디 이상한 곳에 벙찌게 서 있는 경우가 있다.
2루수는 그 벙찌게 서 있는 1루수에게 공을 던지고, 1루수는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며, 당연히 아웃이 되었어야 할 타자는 무난하게 1루에서 세이프.
비슷한 타구를 1루수가 받았을 경우 가끔씩 1루에 직접 태그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넋 놓고 서 있는 상황도 있다.
노히트 노런, 퍼펙트 게임을 노릴 때 이런 개똥 같은 일이 벌어지면 뒷골이 당겨온다.

4. 이 외에도 아래 영상과 같은 어색한 장면을 한 두 번 마주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은 타격.

4. 홈런 치기가 X나 어렵다.
그런데 홈런 더비는 X나 쉽다.

5. 만약 상대 수비가 나의 홈런을 훔치기 위해 벽을 탔다 하면 100% 아웃.
가뜩이나 홈런 치기도 어려운데 이딴 일이 자꾸 발생하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6. 도대체가 내가 당겨치든 밀어치든 올려치든 어쩌든 타구가 날아가는 방향과는 무관한 궤도를 그린다.
이 역시 한 두번이면 몰라도 계속해서 이러면 매우 짜증이 나지.
내가 타격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고 나도 그런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긴 하지만 나는 상당히 오랜 시간 이 게임을 했다.
공의 구질, 위치에 따른 나의 스윙을 자세히 관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공이 저렇게 날아갈 수가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많았다.

이 문제는 다르게 말하면, 내가 투수를 할 때 상대방의 타구를 예측하는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으로부터 뜬 공을 유도하고 병살을 유도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7. 체크 스윙이 안 된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로 분명히 컴퓨터는 종종 체크 스윙을 하긴 한다.
솔직히 말해서, 체크 스윙에 대한 어떤 다른 키가 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신경계와 신체 구조에 대한 초등학생 정도의 상식만 있다면 체크 스윙과 그냥 스윙의 키가 다르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다음은 주루.

8. 가끔 도루 했을 때 상대방 수비 실수로 포수의 송구가 뒤로 빠질 때, 도루에 성공한 나의 주자가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하느라 추가 진루를 못할 때가 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9. 타자의 타구가 파울인지, 안타인지, 아웃인지 뭔가 미리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뭔가 콕 집어 설명하기 미묘한 부분이다.

다음은 게임 외적인 것.

10. 사용자 팀 성적을 아무리 좋게 하더라도 연봉이 올라가는 폭은 상당히 크고, 예산이 올라가는 폭은 상당히 작다.
반면, 컴퓨터 팀들은 자신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죄다 팀에 묶으면서도 연봉이 상당히 남아도는 경우가 빈번.

11. 성적 프로젝션 시스템이 너무 엄격하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상당히 많은 수의 경기를 사용자가 직접 플레이한다면 투수는 몰라도 타자의 경우 아주 괴물 같은 기록을 올리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괴물 같은 성적을 올리더라도 MLB 2K11이 취한 그 바보 같은 프로젝션 시스템 때문에 시즌 막바지까지 시뮬레션을 돌릴 경우,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아주 평범한 성적의 선수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실제 야구에서도 이런 일이야 일어나는 것이니까 어느 정도 참작을 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한 달 만에 24개의 홈런을 친 선수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고작 7개의 홈런만을 친다거나 하는 것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도루의 경우도 한 달 만에 20~30개씩 도루를 한 선수가 그 뒤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의 도루도 시도조차 안 했다는 것 역시 좀 말이 안 되는 부분이다.
프로젝션 시스템의 페일(fail).

12. 게임 난이도를 조절하는 슬라이더가 매우 조잡하다.
직접 이 게임을 해보지 않고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

13. 시즌 중 계약이 불가능.
탬파베이 레이스만을 플레이하는 나 같은 유저에게는 아주 쥐약 같은 소식이다.
선수의 가치가 상승하기 전에 비교적 싼 값에 붙잡는 것이 아예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메뉴 자체가 없다.

14. 상대적을 투수 능력치가 너무 박하다.
새 선수를 만들어서 그 선수의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메이저리그까지의 성장을 다루는 마이 플레이어 모드에서든 그냥 단순한 프랜차이즈 모드에서든 투수의 성장은 더디고 몰락은 빠르다.
무엇보다 오버롤 능력치에서 밸런스가 가장 크게 안 맞는데, 리그 최고의 타자의 오버롤은 거의 항상 99에 육박하는 반면 리그 최고의 투수는 90도 넘기 힘든 때가 많다.
계투는 더더욱 불리하다.

그래픽이 깨진다거나 가끔 트리거의 오류가 발생한다거나 하는 것은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따로 언급하는 것이 민망하다.
이미 그런 오류들은 MLB 2K11의 일부이기 때문. 


불평이란 불평은 다 하면서도 내가 이 방구 같은 게임을 계속 했던 이유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는 야구 게임이 이것뿐이 없기 때문이다.
독과점의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오늘 이후로 다시는 이 게임을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