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뿌리를 찾아서 1 : Radical Psycho Machine Racing (2)

| 2012. 3. 19. 21:48

지난 글 : 블리자드의 뿌리를 찾아서 1 : Radical Psycho Machine Racing (1)

거두하고 바로 게임 이야기로 들어간다.

차체를 고르고 나면 다른 장비, 타이어와 엔진, 차체와 스프링 등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데 당연히 돈이 없으므로 할 수가 없다.
Y버튼을 눌러 상점 화면에서 빠져나오면 이 게임의 메인 메뉴가 나온다.

메인 메뉴의 구성.

아주 직관적일 수밖에 없는 인터페이스다.
화면 위 편에 현재 플레이어가 몇 레벨에 있는지, 보유 액수는 얼마인지, 그리고 레이스는 총 몇 번 완주했는지가 표시된다.
그 좌측 아래에는 현재 선택한 트랙의 정보가 나온다.
각각 레벨에는 정해진 수의 트랙이 있고 플레이어는 그 트랙 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트랙을 골라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오른편에는 경주할 트랙의 미니 맵이 표시되어 있고, 그 아래에 차례로 상점으로 들어가는 버튼,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버튼, 다시 하위 레벨로 내려가는 버튼이 있다.

재미 있는 것은 단순히 레이스에서 승리했을 경우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참가료를 내고 상금을 더 받는 식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트랙을 돌려보니 두 번째 트랙은 참가비를 내야 하지만 훨씬 기본적인 코스를 가지고 있고 1등을 했을 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에 두 번째 트랙으로 첫 게임을 시작했다.
두근두근.

기본적인 플레이 화면. 스크린샷이 흐릿한 것은 프레임 탓인 것 같다. 원래는 아래 화면의 보라색 지프처럼 선명하게 나타난다.

두 번째 플레이어를 선택하면 아마 아래 화면이 2P의 것이 되었겠지만 나는 혼자고 부인도 없는 미혼남이기 때문에 혼자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게임을 할 경우, 아래 화면에서는 플레이어의 차 옆에서 레이스를 시작하는 차가 포커스된다.
게임 화면 역시 아주 간단한 디스플레이다.
좌측 상단에 미니 맵과 간소화된 커서가 표시되고 우측 상단에는 경과 시간이, 우측 하단에는 남은 바퀴 수와 차의 HP가 표시된다.
참고로 HP의 경우 업그레이드를 끝 단계까지 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만피가 저 정도 수준에서 시작한다.

몇 번 삽질을 하며 조작을 익혔다.
RPM의 핵심은 두 가지다.
CPU 차와 부딪치지 않으면서 트랙의 경계에 있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지 않는 것.
뭐 모든 레이싱 게임의 핵심인가?
CPU 차와 부딪치든 트랙의 경계와 부딪치든 차의 HP가 조금씩 깎이게 되는데 그 HP가 0이 되면 차가 폭발하고 리스폰의 딜레이 동안 레이스에서 상당히 뒤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물론 처음 동등한 조건에서 시작해 레이스를 리드하는 위치에까지 올라갈 실력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어느 정도 랩 수에 여유가 있다는 가정 하에 그 정도 딜레이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한 번 터진 차의 HP는 굉장히 적다는 것에 있다.
재폭발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잠재적인 딜레이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 제목의 사이코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지뢰를 뽁뽁 흘려 가면서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레이싱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플레이어가 지뢰를 피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고, 플레이어가 흘린 지뢰에 CPU의 차가 박살이 나더라도 조금 지나고 보면 어느 새 내 차의 뒤를 바싹 쫓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플레이어가 지뢰를 밟아 차가 터졌을 경우는 아주 X되는 거다.
진흙탕 싸움으로 트랙 위의 모든 차가 한 두 세 번씩 터지고 해서 다들 빨피 상태로 계속 레이스를 진행하는 경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HP가 상당히 많이 차 있는 상황에서 지뢰에 폭사를 당했다면 뭐 그냥 그 판은 망한 거나 다름이 없다.

내 지뢰를 먹어랏.

어쨌든 은근히 속도감도 나고 박진감도 있었다.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은 브레이크 버튼이 없고 스티어링이 빨리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코너에 들어서기 전에 미리 액셀 버튼에서 손을 떼고 좌우 버튼을 누르기 시작해야 완벽한 코너워크가 이루어진다는 빈티지한 멋에 취해 즐겁게 플레이했다.

장비도 다 갖춰졌고 돈도 모였기 때문에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로 했다.
RPM에서는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선 일정 액수가 필요하지만 하위 레벨로 내려가는 것엔 제한이 없다.
그러나 한 번 레벨을 낮췄다가 다시 올라갈 때는 또 일정 액수를 내고 올라가야 한다.
이런 걱정이 들 수도 있다.
'만약에 내가 돈을 열심히 내고 다음 레벨로 올라갔는데, 그 레벨에서 가장 싼 경기료를 내는 트랙이 내가 가진 잔금보다 많다면, 완전히 돈만 버리는 일이 아닌가?'
걱정하지 마라.
우리의 치밀한 블리자드, 또는 실리콘 앤 시냅스는 그런 유저들의 불만을 예상해, 상급 레벨로 올라가려는 플레이어의 승급 후 잔금이 그 상급 레벨의 최저 참가비보다 적을 경우 에러 메시지를 출력하며 승급을 막는다.
똑똑하다.
역시 블리자드다.

실력에 자신감이 붙은 나는 상위 레벨로 폴짝 폴짝 올라갔다.

한 레이싱을 1위로 마쳤을 때 나오는 화면. 2위로 마쳤을 때는 1위 우측 아스팔트를 배경으로 비슷한 화면이 연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