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뿌리를 찾아서 1 : Radical Psycho Machine Racing (4)

| 2012. 3. 25. 00:50

지난 글 : 블리자드의 뿌리를 찾아서 1 : Radical Psycho Machine Racing (3)

레벨 10에서도 적당히 빨리 끝낼 수 있는 맵을 찾아서 몇 번 상금 노가다를 했다.
더 높은 레벨에서 노가다를 할수록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빨리 레벨을 올려나가기로 했다.
이 푸석푸석한 게임에 나의 금 같은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것은 그 누가 봐도 낭비임이 분명했다.

오묘하게 생긴 맵이다. 역시나 꼼수가 가능하게 생겼다.

지루했다.
레벨 12로 점프했다.
맵이 다 영 신통한 것이 없었다.
이미 노가다의 재미를 잃은 지 오래였고, 맵에 따라 꼼수를 쓰는 것이 가능함을 알게 됨으로써 그 꼼수에 익숙해져버린 나에게 더 이상 도전 정신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돈을 긁어 모아 레벨 13으로 올라갔다.

레벨 13. 배경이 시뻘건 것이 뭔가 위기감이 느껴진다.

역시나 쉽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맵은 없었다.
모든 맵이 시종일관 치열한 레이스를 벌여야 했으며 랩 수도 높아 금방 금방 한 판이 끝나지도 않게 되었다.
근성이 죄다 떨어져버린 나는 이 쯤에서 RPM을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만다.
비록 키워드는 타인에게 받아서 쓰기 시작한 글이지만 그 내용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 맘대로 아무데서나 끝내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게임의 엔딩을 보지 않고 끝낸다는 것은 비겁한 겁쟁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나쁜 근성이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이런 옛 콘솔 게임이라면 치트가 존재할 것이 분명했다.
치트로라도 돈을 벌어 엔딩은 보고자 하는 의지로 불타올랐다.
구글에게 물어봤다.
"RPM racing cheats"라고.
위대한 구글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무려 4천5백만불의 잔고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치트를 내게 내놓았다.
여기에 치트를 공개한다.

아무 빈 세이브 파일로 게임을 시작하고 마음에 드는 차체를 선택한다.
그리고 상점 메뉴로 넘어가면 커서를 3행 3열 빈 곳에 두고 다음의 커맨드를 수행한다.
B 좌 B 좌 B 우 B 우 B B B 좌 B B B 우 B B 


치트는 기가 막히게 성공했다.
레벨 1의 상금 단위가 10불이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무려 4천5백만불이라는 돈은 아무리 다 쓰려고 노력해도 쓰기 힘든 돈처럼 느껴졌다.
일단 바로 최상위 레벨로 올라갔다.
별로 의미 없는 레벨 스크린샷은 그냥 분량용이다.

레벨 14.

레벨 15. 엄청난 꼼수가 가능할 것 같이 생겼다.

레벨 16. 아스트랄하다.

레벨 17. 무슨 소장과 융털의 이미지를 추구한 걸까.

레벨 18. 타이포그래피 아트?

레벨 19. 타이포그래피 아트가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UO.

레벨 20. 램프의 지니.

레벨 21. 상금 단위가 드디어 백만불이 넘었다.

레벨 22. 테마 색상의 갑작스런 변화.

레벨 23. 융털에 이어 이번에는 폐포인가.

갑자기 레벨 24에서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더라.
뜨는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대충 "3천만불을 내고 은퇴를 하시겠습니까?" 같은 것이었고 ㅡ 대체 은퇴를 위해 3천만불이나 필요한 스포츠가 어딨을까? ㅡ 계속된 프로모션으로 나의 잔고는 2천만불 정도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떤 노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걸까 이 레이서 녀석.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었다.
가장 만만해보이는 트랙을 골라 잡아서 몇 번만 레이스를 하자고 마음을 먹은 나.
일단 장비부터 풀 세트로 맞추기 위해 상점에 갔다.
아무래도 관건은 기본 장비보다 레이스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인 것 같았다.
최대 9개까지 소지할 수 있는 터보와 똥물, 지뢰를 빵빵하게 갖췄다. 


대체 저딴 타이어를 끼고 차가 어떻게 굴러갈 수 있는 걸까.

맵을 잘 골라잡는 것이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일.
여태까지의 꼼수 경력을 잘 살려 최적의 꼼수 맵을 골랐고 거기서 딱 세 번의 레이스를 직접 플레이한 끝에 3천만불이라는 거금을 모을 수 있었다.
 

딱 봐도 무척이나 쉬워보이는 맵이 아닌가?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무척이나 허무한 엔딩.

어울리지도 않는 석양을 배경으로 심심하게 올라가는 크레딧을 지켜보는 것이 엔딩의 전부였다.
오른편 하단에 원근법을 전혀 무시한 자동차의 파괴적인 그래픽에 기겁한 나는 그냥 B버튼을 눌렀고 엔딩은 그렇게 꺼졌다.
정말 재미없게도 게임은 맨 처음 메뉴 화면으로 다시 돌아갔다.
RPM의 끝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아직 RPM 리뷰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진짜 마지막 편이 될 다음 편에서 다룰 내용은 RPM 레이싱의 숨겨진 묘미, 커스텀 맵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