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 정말로 없었는지

| 2011. 7. 9. 17:37

지인의 성원에 힘입어 이 코너를 월 단위에서 일 단위로 바꿔 정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더 자주 올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사실 이렇게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더 귀에 잘 감기는 음악을 소개하는 것을 이 블로그의 초기 컨셉 중 하나로 구상했기도 했으니까.

2011/06/30 - [글씨/음악] - 2011년 6월의 트랙

오늘은 부모님을 따라 서울 인근으로 외출했다.
여름철을 맞아 더 많아진 밭일을 거들어 드리기 위해서였다.
지난 밤에 어쩌다보니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해서 서울을 벗어나는 차 안에서, 도착한 후 농막에서, 심지어 서울로 다시 들어오는 차 안에서도 내내 잠만 잤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 낫이라는 물건을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되었으며[각주:1], 음, 그러고보니까 그 외에는 한 일이 없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오전 이른 시각에 차 안에서 장기하와 얼굴들 1집을 듣다가 문득 이 노래가 귀에 감기는 것을 느꼈다.
지난 번에 소개한 국카스텐의 Vitriol과, 나 개인적으론 장기하와 얼굴들 1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다.


처음 장기하의 음악을 들었을 때 느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이렇게 특이한 정서를 일반화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등장했구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의 음악적 식견을 넓혀가면서, 결국 장기하의 음악도 이미 존재하고 있던 특정한 경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고유성에 대한 옹졸함은 그렇게 장기하라는 희대의 아티스트를 과소평가하여 규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말로 없었는지'는 앞의 맥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트랙이다.
장기하의 음악을 규정 짓는 가장 큰 특징인 일상적인 가사가 불러오는 거대한 공감이 그 어떤 다른 노래보다 잘 형성되어 있으며, 그 가사를 역시 장기하 고유의 서정적인 포크에 실어 관객들에게 날리고 있다.

봄바람 같이 잔잔하게만 들릴 수 있는 이 트랙을 서로 다른 상황에서 감상해보자.
담백하지만 절절한 심정을 담고 있는 반음의 조바뀜에서 마음이 울컥하는 때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다시 이 장기하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으리라.
  1. 비록 낫 날이 날카롭지 못해 풀을 베는 느낌이라기보다 툭툭 걸려서 뽑히는 느낌으로 작업을 했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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