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고 요르크는 대표적인 '남성들의 공공의 적'이다.
떡 벌어진 어깨와 기럭지, 훈훈하게 생긴 얼굴에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갖춘 이 1985년생 브라질리안 싱어송라이터는 참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고루고루 갖추고 있다. 1
게다가 준수한 가슴 근육까지 있으니, 이 쯤 되면 11월 28일이라는 하등 의미 없는 생일의 날짜조차 무언가 세련되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남자가 음악을 한다는 것은 여성들이 음악을 하는 남자에 대해 가지게 되는 인상과 기대를 밝고 긍정적인 쪽으로 향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시궁창 같은 현실과의 괴리만을 느끼게 하는데, 티아고 요르크는 여자들의 헛된 기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남성들의 적이다.
단순히 그가 많은 여자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빼고서라도 말이다.
티아고 요르크가 언급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이 26세의 젊은이가 브라질 출신이라는 점이다.
브라질 출신이라는 이력은 티아고 요르크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사실상 그의 음악 세계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딱지다.
브라질 사람이 하는 음악을 떠올려보자.
강렬한 삼바의 리듬이나 리오 축제의 떠들썩한 분위기 같은 것이 떠오르는 것이 인지상정.
그렇지만 티아고 요르크의 음악은 우리가 브라질에 대해 갖는, 선입견적인 고유의 정서와는 거리감이 있다.
이 형(兄)이 주로 부르는 노래는 비트감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필요하지 않다.
'감미로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많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그러하듯, 그의 음악은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멜로디에 초점을 두는 어쿠스틱 음악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을 미국과 영국에서 보냈다는 그의 음악에 굳이 국적성을 부여하자면 영미권 음악이라는 평범함이 적당하겠다.
사실 그의 음악은 국적 부분에서만 평범한 것이 아니다.
장르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그의 음악은 수많은 기타를 기반으로 노래를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거대한 범주에서 '평범'한 쪽에 속한다.
어떻게 보면 다 그저그런, 고만고만한 음악들이다.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고 따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그런 평범함이 티아고 요르크 음악의 강점이다.
그의 데뷔 앨범 'Let Yourself In'을 찬찬히 듣고 있으면 음악을 만든다는 것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버스(verse)와 브릿지, 코러스의 배치, 완급 조절이라든가, 반주에 필요한 기초적인 소리와 박자 같은, 단순히 음악을 듣기만 하는 사람이든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그런 기본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동기 부여를 받고 뽐쁘를 먹고 나도 기본적인 노래를 만들자고 나서고 나면 단 5분 만에 티아고 요르크 형이 굉장한 음악적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는 '뮤지션'이고 나는 '공대생'에 불과한 것이다.
후후.
앨범에 실린 트랙은 무엇 하나 듣는 중간에 넘겨버릴 만큼 후진 것이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든 계속해서 듣게 되는, 그런 가벼운 중독성이 앨범 전반에 깔려있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귀만 열어두면 된다.
비교적 드럼 소리가 크게 들리는 첫 두 트랙 'No one there', 'Blame'을 지나가면 '개인의 취향' OST로 나왔다는 'Fine'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랙이라 한 번 언급해두고 넘어간다.
쿨한 척 했지만 사실 나도 좋아하는 트랙이다.
처음 듣고는 내가 모르는 존 메이어의 노래인가 싶었다.
그러고보니까 내가 처음에 티아고 요르크를 듣게 된 것도 존 메이어와 닮은 목소리 때문이었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분위기가 나는 'Nothing but a song', 드라이브 걸린 기타와 피아노 소리가 감미롭게 어우러지는 'Scared', 비틀즈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Ticket to ride'가 이어진다.
7번 트랙 'There's more to life'는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아끼는 트랙이다.
후렴구의 코드 진행이 너무 맘에 든다. 2
'St. Patrick's day'를 떠올리게 하는 'It's not time'도 듣기에 훈훈한 노래다.
더 템테이션스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My girl'은 통기타 키드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을 위해 불러주기 딱 좋을 노래다.
코드도 어렵지 않고 노래도 무난한 편이다.
나도 물론 연마했다.
남은 트랙도 다들 고만고만하게 듣기 좋다.
2011년 3월 11월에 그는 블로그에 녹음 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2집이 상당히 기다려지는 뮤지션이다.
그 2집에서 티아고 요르크의 상업적인 가치는 물론 그의 음악적 재능까지 판가름 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말랑말랑한 베네로 남을 것이냐 제이슨 므라즈나 브루노 마스의 뺨을 후려칠 제 페퀴노가 될 것이냐 하는 판단은 2집으로 미뤄두자.
일단은 베네의 감미로움에 빠져들고.
- 심지어 그 목소리로 임신을 시킬 수 있다는 설도 있다. [본문으로]
- 근데 대체 네 번째 코드가 뭔지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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