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7년 1월부터 아이팟 셔플을 사용했다.
고3 시절 잠깐 같이 짝을 했던 여자애가 사용하던 1세대 셔플의 심플함에 매료되었고 대학생 준비를 하며 이런저런 부질없는 일을 하던 2007년 겨울, 당시에 사용하던 아이팟 미니를 포기하고 은색 셔플 2세대를 구매했다.
2년 반 정도 나의 유일한 플레이어로 잘 사용하다가 2009년 여름 우연한 기회에 소중했던 친구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가 주던 엄청난 기동성의 매력에 빠졌던 나는 중고로 같은 모양의 2GB짜리 셔플을 구매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비록 이어폰은 거의 닳아 없어질 수준에 이르렀지만.
언젠가 문득 든 생각이었다.
셔플을 통해 노래를 듣던 근 5년 동안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진정으로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과 큰 교감은 하지 못했다는 것.
나는 그 문제의 원인을 아이팟 셔플에게로 돌렸다.
아이팟 셔플을 오래 써온 나는 이 조그마한 전자 기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셔플을 본 사람의 반응은 그 사람이 셔플을 써봤는지 안 써봤는지에 따라 정확히 두 개로 갈린다.
셔플을 사용했던 사람은 그냥 별 반응이 없는 반면, 아이팟 셔플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이 엄지 손톱만한 플라스틱 덩어리를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거, 액정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아?"
이 의문에 대한 나의 답 역시 정해져있다.
그냥 무작위로 한 곡씩 노래를 넣어두면 상당히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나는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들어서 듣고 싶은 음악을 찾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며 누구나 조금 써보면 순차 재생과 무작위 재생 기능의 오묘한 조화로움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라고.
솔직한 평이다.
아이팟 셔플은 간단한 것을 즐기면서 음악을 앨범 단위로 듣는 불특정 다수에게 엄청나게 메리트가 있는 플레이어다.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대충 자기가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최소한 대충이라도 파악하고 있게 마련인데 그 점만 보장된다면 사실상 아이팟 셔플은 다른 액정이 있는 플레이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성능을 낼 수 있다.
그 비밀은 전원 외에 유일하게 달린 순차 재생 / 무작위 재생 전환 토글 스위치에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팟 셔플에 A, B, C, D, E라는 앨범의 음악이 들어있고, 내가 C라는 앨범의 특정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하자.
내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재생 모드를 무작위로 바꾸는 것이다. 1
그리고 C라는 앨범에 속해있는 아무 음악이 나올 때까지 몇 번 트랙을 넘긴다.
앨범을 찾아냈으면 그 다음 재생 모드를 순차 재생으로 바꾸고 트랙의 순서를 더듬어 앞이나 뒤로 몇 번 트랙을 넘긴다.
그러면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이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온다.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아이팟 셔플에 액정이 없는 것은 단점이 아니다.
그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없애버린 것 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팟 셔플의 단점은 액정이 없다는 것에 있다.
내가 5년 동안 음악과 더 친해지는 것에 실패한 이유는 아이팟 셔플에 액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정지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내가 그렇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대체 듣는 음악의 제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듣는 데에 제목을 아는 것이 무슨 그리 중요한 일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으나 이 짓을 5년 동안 해보면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을 모른 채 음악을 듣는 것은 TV에서 맘에 드는 이상형이 나타났는데 그냥 보고는 쓱 지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예쁜 여자를 보고 채널과 시간대, 또는 프로그램의 이름 같은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도 있다.
생각보다 그렇게 2차적인 검색까지 이루어지는 경우는 잘 없다.
왜냐하면 나중에 다시 찾아보게 될 때에는 처음의 그 강렬함이 사라진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인간 본연의 귀찮음 때문에 그렇게 찾아보는 일 자체가 많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음악 듣기를 좋아하고 나름 단순한 취미 이상의 수준으로 즐겨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가 5년 동안 듣는 음악과 제목을 제대로 관련짓지 못했다.
TV의 비유로 돌아가면, 쓰윤 성님 같은 분이 5년 간이나 TV에서 본 여자들을 이름도 모른 채 멋진 연예계 짤방을 올려온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아이팟 셔플에 LCD를 박아 넣는 것?
그럼으로써 곡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보는 것?
그런 거 없다.
최대한 빨리 셔플을 버리고 다른 플레이어로 갈아타야겠다.
이 기회에 무겁고 불편한 아이튠즈도 버릴 수 있다면 아예 애플을 떠나야겠다.
이상 아이팟 셔플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 끝.
고3 시절 잠깐 같이 짝을 했던 여자애가 사용하던 1세대 셔플의 심플함에 매료되었고 대학생 준비를 하며 이런저런 부질없는 일을 하던 2007년 겨울, 당시에 사용하던 아이팟 미니를 포기하고 은색 셔플 2세대를 구매했다.
2년 반 정도 나의 유일한 플레이어로 잘 사용하다가 2009년 여름 우연한 기회에 소중했던 친구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가 주던 엄청난 기동성의 매력에 빠졌던 나는 중고로 같은 모양의 2GB짜리 셔플을 구매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비록 이어폰은 거의 닳아 없어질 수준에 이르렀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내 친구. 영광의 흉터 뒤로 나의 온갖 사생활이 다 노출되었다.
언젠가 문득 든 생각이었다.
셔플을 통해 노래를 듣던 근 5년 동안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진정으로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과 큰 교감은 하지 못했다는 것.
나는 그 문제의 원인을 아이팟 셔플에게로 돌렸다.
아이팟 셔플을 오래 써온 나는 이 조그마한 전자 기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셔플을 본 사람의 반응은 그 사람이 셔플을 써봤는지 안 써봤는지에 따라 정확히 두 개로 갈린다.
셔플을 사용했던 사람은 그냥 별 반응이 없는 반면, 아이팟 셔플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이 엄지 손톱만한 플라스틱 덩어리를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거, 액정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아?"
이 의문에 대한 나의 답 역시 정해져있다.
그냥 무작위로 한 곡씩 노래를 넣어두면 상당히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나는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들어서 듣고 싶은 음악을 찾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며 누구나 조금 써보면 순차 재생과 무작위 재생 기능의 오묘한 조화로움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라고.
솔직한 평이다.
아이팟 셔플은 간단한 것을 즐기면서 음악을 앨범 단위로 듣는 불특정 다수에게 엄청나게 메리트가 있는 플레이어다.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대충 자기가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최소한 대충이라도 파악하고 있게 마련인데 그 점만 보장된다면 사실상 아이팟 셔플은 다른 액정이 있는 플레이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성능을 낼 수 있다.
그 비밀은 전원 외에 유일하게 달린 순차 재생 / 무작위 재생 전환 토글 스위치에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팟 셔플에 A, B, C, D, E라는 앨범의 음악이 들어있고, 내가 C라는 앨범의 특정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하자.
내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재생 모드를 무작위로 바꾸는 것이다. 1
그리고 C라는 앨범에 속해있는 아무 음악이 나올 때까지 몇 번 트랙을 넘긴다.
앨범을 찾아냈으면 그 다음 재생 모드를 순차 재생으로 바꾸고 트랙의 순서를 더듬어 앞이나 뒤로 몇 번 트랙을 넘긴다.
그러면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이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온다.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아이팟 셔플에 액정이 없는 것은 단점이 아니다.
그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없애버린 것 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팟 셔플의 단점은 액정이 없다는 것에 있다.
내가 5년 동안 음악과 더 친해지는 것에 실패한 이유는 아이팟 셔플에 액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정지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내가 그렇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대체 듣는 음악의 제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듣는 데에 제목을 아는 것이 무슨 그리 중요한 일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으나 이 짓을 5년 동안 해보면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을 모른 채 음악을 듣는 것은 TV에서 맘에 드는 이상형이 나타났는데 그냥 보고는 쓱 지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예쁜 여자를 보고 채널과 시간대, 또는 프로그램의 이름 같은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도 있다.
생각보다 그렇게 2차적인 검색까지 이루어지는 경우는 잘 없다.
왜냐하면 나중에 다시 찾아보게 될 때에는 처음의 그 강렬함이 사라진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인간 본연의 귀찮음 때문에 그렇게 찾아보는 일 자체가 많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음악 듣기를 좋아하고 나름 단순한 취미 이상의 수준으로 즐겨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가 5년 동안 듣는 음악과 제목을 제대로 관련짓지 못했다.
TV의 비유로 돌아가면, 쓰윤 성님 같은 분이 5년 간이나 TV에서 본 여자들을 이름도 모른 채 멋진 연예계 짤방을 올려온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아이팟 셔플에 LCD를 박아 넣는 것?
그럼으로써 곡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보는 것?
실제로 이런 짝퉁 제품이 판매되었던 것 같다. 글씨 크기는 정말 최악의 수준으로 작았을 듯. http://www.chipchick.com/2008/03/2g_ipod_shuffle_knock_off_sports_the_lcd_display_we_always_dreamed_of.html
그런 거 없다.
최대한 빨리 셔플을 버리고 다른 플레이어로 갈아타야겠다.
이 기회에 무겁고 불편한 아이튠즈도 버릴 수 있다면 아예 애플을 떠나야겠다.
이상 아이팟 셔플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 끝.
- 전원을 켜고 재생 버튼을 누른다는 선행한다고 가정하자. '라면 넣을 때 뭐부터 넣어요?'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물을 먼저 넣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질문하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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