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ft Punk - Something about us

| 2012. 1. 9. 12:43


'그게 아니고'를 "세상에서 가장 좋은 노래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면, 다프트 펑크의 'Something about us'는 우주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훌륭한 트랙 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붙일 수 있다.
목적적인 면에서의 낭만주의와 수단적인 면에서의 계몽주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 타기를 하는 이 트랙은 미니멀한 서정성의 극치요, 포스트모더니즘 음악의 결정체요, 동시에 모더니즘의 산물이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끔찍하리 만큼 깊은 감정을 무궁무진한 길을 통해 청자에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탈구조주의적이며 반이성주의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 짙게 깔려 있는 것 같으면서도 디지털 악기가 주는 냉정함, 8비트 정박의 안정감 등이 청자의 감정을 잡아 매어 구속하는 것을 보면 차갑고 간결한 모더니즘으로의 회귀가 이루어진다.

가사의 미학도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렇게 쉬운 단어와 간단한 문법만으로 풍부한 감정을 자아내기란 여간해서 쉬운 일이 아니리라.
단연 내가 읽은 영시 중에 최고가 아닐까.

It might not be the right time
I might not be the right one
But there's something about us I want to say
Cause there's something between us anyway

I might not be the right one
It might not be the right time
But there's something about us I've got to do
Some kind of secret I will share with you

I need you more than anything in my life
I want you more than anything in my life
I'll miss you more than anyone in my life
I love you more than anyone in my life


이 트랙에 한창 꽂혔을 때인 2009년 가을, 나는 밤 늦게 술을 먹고 들어와 이어폰을 귀에 꼽고 저 아름다운 가사를 따라 부르며 낮에 미처 다 하지 못한 설거지를 하곤 했다.
'Something about us'가 주는 신비로운 매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형적인 세속적 신파의 예지만 술 기운에 취해 다프트 펑크의 마약을 귀로 흡입하던 그 당시의 나에겐 자취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 하이(high)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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