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의미 없는 순위 매기기

| 2012. 1. 17. 13:26

숙취도 달랠 겸 시작했다.
그런데 은근히 이 한국 음악사에 길이 남을 곡을 다시 부른 사람들이 많아서 양이 상당하다.
유튜브 클립을 다 펼쳐놓으면 브라우저에 과부하가 걸릴 것 같아 전부 다 숨겨놓기로 했다.
듣고 싶은 것이 있다면 클릭하여 클립을 펼친 후에 들어보시길.

아무래도 팀보다는 보컬 위주로, 반주보다는 노래 위주의 평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상당한 가창력을 요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노래 좀 한다 하는 사람들만이 커버를 했고 따라서 여기의 순위는 크게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니다.
하긴, 사람들이 매기는 순위 중에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61319


일단 시작점은 전인권의 원곡이다.
소울이 살아 숨쉬는 게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다른 거 다 떠나서 날 것(raw)의 목청만 보자면 우리나라에 이 사람보다 더 양질의 목청을 가진 보컬은 없는 것 같다.




http://imageshack.us/photo/my-images/37/nisi200809210000067379w.jpg/


역시 순위는 꼴찌부터 소개하는 것이 제 맛.
꼴찌의 영예를 안게 된 사람은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으로 이 영상 속의 그는 마케팅 전략의 전형적인 희생양이 아닐 수가 없다.
애초에 이 노래를 부르기에 적절한 가창력이 받쳐주지 못한 느낌이고, 설사 그런 실력이 원래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교육 받은 SM식 창법으로는 원래부터가 소화할 수 없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억지로 꾸역꾸역 꿋꿋하게 불러내고 있는 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 한 켠이 아리다.


http://ask.nate.com/qna/view.html?n=6245262


이 다음은 김경호.
일단 목 상태가 안 좋은지 음역대가 상당히 좁고 음 이탈도 잦다.
김경호가 좋아하는 골 깊은 바이브레이션과 '그것만이 내 세상'이 별로 좋은 궁합이 아니라는 것도 이런 낮은 순위에 한 몫 했다.
그래도 이 모든 단점을 노련미 하나로 커버하는 모습이 참 대단한 듯.


http://www.nemopan.com/4835048


아쉽게도 박정현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 꼴찌에서 3위다.
순전히 실패한 편곡 탓.
5분쯤을 보면 목 상태가 썩 안 좋은 날인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2분 가량에서 시작하는 모던 락 편곡 정말 맘에 안 든다.

이제부터는 상당히 괜찮은 커버들이다.
정말 순위의 의미가 없어지는 곳.


http://www.nemopan.com/5715515


고민 끝에 요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완규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9위에 랭크한다.
절박함이 떨어진달까, 노래는 정말 잘 하지만 전체적으로 감정 이입이 떨어지는 느낌.


http://blog.naver.com/mtikkk/20133812731


비슷한 느낌이지만 노래하면서 기타도 치고 맨 마지막에 깔끔한 샤우팅까지 곁들어진 몽니의 커버를 박완규 위에 놓을 수 있겠다.
정제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살아 있는 게 맘에 든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사실 보컬 김신의가 이렇게까지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http://cruel3.blog.me/50118266060


이 단계의 최고 자리는 국카스텐의 하현우에게 주기로 했다.
너무 이 노래를 쉽게 소화하는 것 같아서 노래를 듣는 재미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인데, 들국화의 원년 멤버 조덕환의 반주 편곡이 엄청나게 좋아서 하현우의 노래가 가진 빈 칸을 쏙쏙 채운다.
하현우의 목소리로 소화하지 못할 노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의 발라드는 은근히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부터는 거의 완성형에 다다른 커버들이다.


http://iblood.blog.me/100123126666


평소에 김종서의 보컬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인데, 열린음악회에서 그가 부른 '그것만이 내 세상'은 정말 심금을 울린다.
박완규의 커버와 둘만 놓고 비교해보면 감정 이입의 차이가 어떤 건지 확연히 느낄 수 있을 터.
김종서의 목소리가 가진 태생적 어드밴티지라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영웅재중이 락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서 한 단계 진보한 노래를 부른다면 아마 이것과 흡사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추측된다.


http://www.maniadb.com/artist.asp?p=238732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퍼펙트게임'의 OST로 삽입된 김길중의 '그것만이 내 세상'도 상당하다.
낯선 이름이겠지만 보컬 트레이너로 상당히 명망이 높은 사람인데 트레이너답게 모험을 시도하지 않고 정석적인 접근을 들려준다.
유튜브 클립에 뜨는 김태성이라는 이름은 영화의 음악 감독 이름이다.


http://cha476476.blog.me/40129288289


또 다른 앨범 버전인 윤도현의 커버가 이 다음.
말도 안 되는 가창력으로 이 곡에서 전인권의 냄새를 싹 다 날려버린 다시 부르기다.
아무래도 전인권 리메이크는 윤도현을 따라갈 자가 없다.
도저히 노래에 빈 틈이 보이질 않는다.
트랙만 놓고 보자면 훨씬 상위에 랭크될 수도 있겠지만 라이브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여 이 정도 순위에 두기로 했다.


http://fmpenter.com/688


다시 라이브로 돌아오면, 박정현과는 전혀 딴 판의 여자 보컬 요아리의 커버를 꼽을 수 있다.
락 보컬,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락 발라드 보컬로는 한국 여자 중에 이 쪼끄만 소녀를 이길 사람이 없다고 본다.
호소력과 흡입력이 굉장히 강하고 노래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나는 가수다에 이런 보컬이 나간다면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순위를 언급하는 걸 잊고 있었는데, 이게 3위다.


http://ask.nate.com/qna/view.html?n=6106186


이렇게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2등을 차지했다면 정말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이다.
참 안타까운 길을 걷고 있는 이수가 부른 커버를 2등에 올린 것은 그에 대한 동정표가 작용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재능이 있는 사내가 어찌하여 그런 불명예를 쓰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영영 빛을 못 본다면 자기 관리에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될 것이요, 포기하지 않고 그 화려했던 커리어를 부활시킬 수 있다면 다시 무대에 돌아올 그를 환영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

http://pann.news.nate.com/info/250162507


대망의 1위.
주인공은 권인하다.
왜 박효신은 포함시키지 않았냐고?
어그로를 끌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닌데, 정말 이 듀엣의 의미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박효신의 가창력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 어떻게 이 둘을 같은 무대에 세워놓고 같은 노래를 부르게 할 수가 있나?
백그라운드만도 못한 박효신의 존재가 처량할 따름이다.
그나저나 권인하는 이 무대에서 정말 엄청난 노래를 들려준다.
뭐 말로 설명할 길이 없으니 직접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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