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어가 잠시 휴면에 들어간 것이 이렇게나 답답한 일일 줄은 몰랐다.
위키피디어를 참조하기 위해 내일까지 기다리면서 잃게 되는 영화에 대한 기억과, 일단 나의 감상은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지만 확연히 줄게 되는 영화에 대한 배경 지식 중 어떤 것이 좀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고민하다가 후자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내용은 정말 순전히 나의 머리 속에서만 나온 결과물임을 알리는 바.
'인썸니아'는 요 몇 년간 가장 수준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내가" 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이다.
'인썸니아'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는 이제는 "그거 완전 메멘토네." 또는 "메멘토 같다."와 같은 표현이 유효할 정도로 유명세를 끌었던 '메멘토'.
설정 자체도 기가 막혔지만 그런 설정을 매우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해냈고 이야기의 흐름이 뒤로 갈수록 흥미로워지다가 엔딩의 순간에서 화룡정점을 찍는 것이 정말 일품이었다.
'메멘토'는 감히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도 무리가 없을 영화다.
2000년대 후반에 출시된 크리스토퍼 놀란의 전지구적 히트작들을 감상하기 전에 대중들에게 그렇게까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작품을 보기로 생각했다.
나는 비록 그의 작품 중에 '메멘토'밖에는 보지 않았지만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요소들로 인해 망한 영화를 만들게 되었더라도 절대적 의미에서의 졸작이 되지는 않았으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시작부터 끝까지 '인썸니아'는 결과적으로 내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준 영화가 되었다.
워낙에 재미 있을 거라는 기대가 강했기 때문일까도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분명히 이 영화에는 몇 가지 도드라지는 단점들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치고는 비주류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렷다.
알 파치노, 로빈 윌리엄스, 힐러리 스웽크라는 기대 이상의 캐스팅?
분명히 이 영화의 캐스팅은 훌륭했다.
졸린 연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연기의 신기원을 완벽하게 열어젖힌 알 파치노, 약간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이 보이는 범죄자로의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친 로빈 윌리엄스는 정말 찰떡 궁합을 이루었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것은 알 파치노의 졸린 연기인데, 무슨 놈의 사람이 그냥 보기만 해도 다른 사람들을 졸립게 하는 표정과 행동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까?
조금 졸린 상태에서라면 '인썸니아'를 보면서 쏟아질 것 같은 잠에 고생 좀 할지도 모른다.
알 파치노 이마의 주름살만 보더라도 수면 가루가 펄펄 떨어지는 느낌일테니.
졸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니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생각났는데 바로 영화의 후반부, 극에 달한 알 파치노의 졸음을 표현한 카메라다.
사람 본능에 내재된 "졸림"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만인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신박한 기법으로 표현했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메멘토'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의 장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천부적 재능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로케이션도 좋다.
불면증이라는 설정과 관련되어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알래스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했다는 플롯 측면에서의 로케이션도 좋지만 단순히 그 신비감을 주는 자연을 화면에 담아낸 방법론적 측면에서의 로케이션도 좋다.
전자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면 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독특한 설정을 하는 것에 진짜 신이 내린 재능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사에 대한 고뇌와 그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내사가 빚는 이중적 갈등, 진행에 따라 여러 사람들이 얽히고 섥혀 들어가는 구조 또한 훌륭했다.
그런데 이 모든 긍정적인 면은 영화가 딱 끝나고 ㅡ 죽음만이 해결할 수 있는 불면증이라는 엔딩 테마는 다소 클리셰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ㅡ 영화에 원작이 있다는 사실이 화면에 벙 뜨면서 갑자기 그 의미가 퇴색된다.
물론 노르웨이 원작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이 포스팅을 참고하면 스토리에서의 장점은 죄다 원작 덕을 본 것이고, 표현에서의 장점은 어느 정도 원작의 덕을 본 셈이 되는데 이 사실을 고려하면 솔직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썸니아'는 박수가 짝짝 나올 수준의 영화는 아니다.
혹독하게 이야기하자면 단순한 재탕에 불과한 영화다.
영화의 훌륭한 포인트들이 사실은 원작의 크나큰 지배력하에 있는 것이었다면 아무래도 그 의미는 빛이 바래기 마련이고, 그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준으로 각색되었다면 단점으로 돌변한다.
캐스팅이야 원작의 존재 여부와는 독립적인 요소로 칠 수 있으니까 그냥 넘어간다고 쳐도, 원작의 스토리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 ㅡ 물론 엔딩을 조금 바꾸기야 했지만 사실 나는 알 파치노가 그런 식의 종말을 맞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왜냐하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봤을 때와 흡사한 "그래서 뭐?"식인 카타르시스의 부재가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ㅡ 은 분명히 단점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영화의 배경이 알래스카라는 것은 원작의 배경이 노르웨이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별로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없으며, 그 신기했던 화면 처리와 그것이 주는 긴장감과 압박감 또한 원작의 덕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썸니아'는 졸작은 아니더라도 범작의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아, 누군가의 따뜻한 품에 얌전히 안기는 듯한 이 OST는 빼고 말이다.
위키피디어를 참조하기 위해 내일까지 기다리면서 잃게 되는 영화에 대한 기억과, 일단 나의 감상은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지만 확연히 줄게 되는 영화에 대한 배경 지식 중 어떤 것이 좀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고민하다가 후자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내용은 정말 순전히 나의 머리 속에서만 나온 결과물임을 알리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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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썸니아'는 요 몇 년간 가장 수준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내가" 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이다.
'인썸니아'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는 이제는 "그거 완전 메멘토네." 또는 "메멘토 같다."와 같은 표현이 유효할 정도로 유명세를 끌었던 '메멘토'.
설정 자체도 기가 막혔지만 그런 설정을 매우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해냈고 이야기의 흐름이 뒤로 갈수록 흥미로워지다가 엔딩의 순간에서 화룡정점을 찍는 것이 정말 일품이었다.
'메멘토'는 감히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도 무리가 없을 영화다.
2000년대 후반에 출시된 크리스토퍼 놀란의 전지구적 히트작들을 감상하기 전에 대중들에게 그렇게까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작품을 보기로 생각했다.
나는 비록 그의 작품 중에 '메멘토'밖에는 보지 않았지만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요소들로 인해 망한 영화를 만들게 되었더라도 절대적 의미에서의 졸작이 되지는 않았으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시작부터 끝까지 '인썸니아'는 결과적으로 내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준 영화가 되었다.
워낙에 재미 있을 거라는 기대가 강했기 때문일까도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분명히 이 영화에는 몇 가지 도드라지는 단점들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치고는 비주류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렷다.
알 파치노, 로빈 윌리엄스, 힐러리 스웽크라는 기대 이상의 캐스팅?
분명히 이 영화의 캐스팅은 훌륭했다.
졸린 연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연기의 신기원을 완벽하게 열어젖힌 알 파치노, 약간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이 보이는 범죄자로의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친 로빈 윌리엄스는 정말 찰떡 궁합을 이루었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것은 알 파치노의 졸린 연기인데, 무슨 놈의 사람이 그냥 보기만 해도 다른 사람들을 졸립게 하는 표정과 행동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까?
조금 졸린 상태에서라면 '인썸니아'를 보면서 쏟아질 것 같은 잠에 고생 좀 할지도 모른다.
알 파치노 이마의 주름살만 보더라도 수면 가루가 펄펄 떨어지는 느낌일테니.
졸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니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생각났는데 바로 영화의 후반부, 극에 달한 알 파치노의 졸음을 표현한 카메라다.
사람 본능에 내재된 "졸림"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만인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신박한 기법으로 표현했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메멘토'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의 장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천부적 재능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로케이션도 좋다.
불면증이라는 설정과 관련되어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알래스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했다는 플롯 측면에서의 로케이션도 좋지만 단순히 그 신비감을 주는 자연을 화면에 담아낸 방법론적 측면에서의 로케이션도 좋다.
전자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면 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독특한 설정을 하는 것에 진짜 신이 내린 재능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사에 대한 고뇌와 그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내사가 빚는 이중적 갈등, 진행에 따라 여러 사람들이 얽히고 섥혀 들어가는 구조 또한 훌륭했다.
그런데 이 모든 긍정적인 면은 영화가 딱 끝나고 ㅡ 죽음만이 해결할 수 있는 불면증이라는 엔딩 테마는 다소 클리셰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ㅡ 영화에 원작이 있다는 사실이 화면에 벙 뜨면서 갑자기 그 의미가 퇴색된다.
물론 노르웨이 원작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이 포스팅을 참고하면 스토리에서의 장점은 죄다 원작 덕을 본 것이고, 표현에서의 장점은 어느 정도 원작의 덕을 본 셈이 되는데 이 사실을 고려하면 솔직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썸니아'는 박수가 짝짝 나올 수준의 영화는 아니다.
혹독하게 이야기하자면 단순한 재탕에 불과한 영화다.
영화의 훌륭한 포인트들이 사실은 원작의 크나큰 지배력하에 있는 것이었다면 아무래도 그 의미는 빛이 바래기 마련이고, 그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준으로 각색되었다면 단점으로 돌변한다.
캐스팅이야 원작의 존재 여부와는 독립적인 요소로 칠 수 있으니까 그냥 넘어간다고 쳐도, 원작의 스토리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 ㅡ 물론 엔딩을 조금 바꾸기야 했지만 사실 나는 알 파치노가 그런 식의 종말을 맞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왜냐하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봤을 때와 흡사한 "그래서 뭐?"식인 카타르시스의 부재가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ㅡ 은 분명히 단점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영화의 배경이 알래스카라는 것은 원작의 배경이 노르웨이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별로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없으며, 그 신기했던 화면 처리와 그것이 주는 긴장감과 압박감 또한 원작의 덕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썸니아'는 졸작은 아니더라도 범작의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아, 누군가의 따뜻한 품에 얌전히 안기는 듯한 이 OST는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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