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plove <Never Trust A Happy Song>

| 2012. 1. 17. 23:21

어느 장르의 예술이든지 신인에 대한 평을 쓰는 일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주어진 정보가 기성 아티스트들에 비해 굉장히 떨어지는 편이니 일단 할 말 자체가 별로 없는 것이다.
나 같은 아마추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기존에 존재하던 프레임과 그들의 작품을 비교하여 정해진 틀에 억지스럽게 그 작품을 끼워맞추고는 답습이라는 악평을 하거나, 도저히 맞아들어가지 않을 때는 신개념이라는 진부한 칭찬을 하는 것 정도다.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는 경우라면 거드름을 피우면서 세련되어 보이는 단어들로 이리 저리 살을 붙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트렌드와는 워낙에 거리가 먼 사람이라 이러지도 못하는 상황.

그렇다면 이런 신인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뻔하지 않고 꽤 그럴싸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방법은 하난데, 평의 대상이 되는 작품을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시켜 작품 자체만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워낙에 독립적인 요소가 주는 인상을 표현하는 것에 젬병인 사람이다.
톡톡 아이디어가 튀어오르는 것도 아니고 표현력이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이는 내가 음악을 들으면서 받는 인상이 어떤 형태의 것이냐 하는 형이상학적인 부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원인이 무엇이든 현실이 시궁창인 것은 마찬가지.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 개별적인 인상들을 서술하는 것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과거의 시도는 그다지 맘에 드는 편이 아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나는 도무지 'Never Trust A Happy Song' 앨범에 대해 멋드러진 평을 쓸 수가 없다는 말이다.


내가 이 글의 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집착한 이유는 이들의 앨범이 폼나지 않는 나의 글과는 달리 상당히 폼생폼사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리쉬함은 'Never Trust A Happy Song'을 소개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단어다.
아케이드 파이어의 3집에서 두드러진 종합성과 포스터 더 피플의 대두로 대변되는 장르간 결합성을 기반으로 생동감 넘치고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스타일리쉬 팝을 구사한다.
신선하고 멋지다는 인상이 앨범 내내 계속 이어진다.
그 신선한 자태를 위해 익숙함을 포기한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들도 있는데, 이런 환골탈태의 노력이 있었기에, 콜럼버스적 사고 전환을 했기에 이토록 가파른 인기 곡선을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진부하게 가장 많이 알려진 트랙을 제일 좋은 트랙으로 꼽고 싶지 않았는데 이 앨범에서 만큼은 이 진부함을 피해갈 길이 없다.
애플 같은 혁신의 아이콘이 CF에 쓸 곡으로 정했다면 그들의 잠재적인 미래 고객인 나 같은 사람은 그 선택을 불가피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거참 흥겹기 그지 없는 트랙이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면과 중추 신경을 자극하는 메타적인 측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정 역치를 뛰어넘는 수준의 자극은 받지 못하겠다는 것.
하나의 트랙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그리고 앨범을 구성하는 그 트랙들의 유기적 결합이 조금씩 떨어져 다소 난잡한 느낌을 준다.
잘은 모르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혼잡하게 뒤섞인 스타일 자체가 독창적인 시대는 빠르게 지나고 있다고 본다.
탈구조주의의 끝은 카오스 패턴이라는, 일종의 구조주의로의 회귀다.
진흙탕과 같은 요새 음악 시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좀 더 빠릿빠릿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http://tour2012.net/grouplove-tour-2012


하지만 이 정도의 빈틈은 신인의 패기 같은 단어로 포장하고 넘어가도 무난하다.
결국 하이브리드적인 음악이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기도 하고, 뭐 크게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아니다.
어쨌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노래들이 아닌가.

최신 미국 인디 락 트렌드에 한 발짝 더 접근한 기분이다.
여전히 몇 걸음 뒤에서 억지스럽게 끌려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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