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의 제목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올라온 김세웅이라는 UC 어바인 교수의 글 제목을 그대로 따왔다. 종교와 과학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이야기에 아무래도 관심이 가게 되었고 글을 읽어본 결과 무슨 말이든 내 공간에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 내 이야기 또한 대체 어떤 문장으로 정리를 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원문의 제목을 따왔다는 구차한 이야기다. 구차함은 여기까지로 정리하고 진짜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웃자고 올리는 짤방에 죽자고 덤벼들진 말자.
아주 기본적으로 김세웅 교수의 글은 주제 의식이 상당히 약하다. 글은 크게 세 문단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사실상 제일 마지막 문단이 아니고는 주제에 그렇게 적합한 내용을 적은 것도 아니거니와, 앞선 두 문단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무슨 조목조목 글을 분석해서 논리의 전개에서 오류를 찾는다든지, 인용한 자료의 부정확함을 짚어낸다든지, 자료의 해석의 편협함을 밝히다든지 하는 노력조차 필요가 없다. 첫 문단의 주요 주제인 제자와의 이야기 마지막 구절을 인용해본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솔직히 저도 기독교인이라고 밝히고 기본적인 과학적인 발견들-진화, 우주의 나이, 심지어는 인간에 의한 전지구적인 환경변화-을 무시하는 일부 동료 기독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 학생은 서슴없이 우리가 몸에 안 좋은 음식이나 마약, 술, 담배로 건강을 해치는 것과 같이 우리가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잊으면 언제든 지구환경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동문서답이 또 없다. 대체 이 질답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도 알 수 없고,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지면을 털어서 이렇게 무의미하게 끝나버리는 이야기를 전달하려던 이유도 알 수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눈살을 찌푸리고 글을 바라보면 이상한 점이 단지 몇 가지로 정리가 될 가능성이 없다. 그러므로 그나마 가장 유의미한 논지가 펼쳐지고 있는 맨 마지막 문단을 보자. 앞선 두 문단의 논지가 흔들린다는 것을 그저 글 솜씨의 부족으로 차치하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글쓴이의 궁극적 스탠스가 편향적임이 드러나는 마지막 문단의 한 구절이다.
현상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자연의 법칙들(예를 들면 열역학의 법칙들)을 정의하고 이를 이용하여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자연법칙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설명을 할 수 있는 메커니즘도 과학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글쓴이는 저 한 문장으로 마치 과학은 정말로 "자연법칙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어떤 방향으로는 무언가 결여된 학문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이른바 인위적이고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기엔 악의적이기까지한 프레이밍이다.
과학은 자연법칙의 존재의 이유를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그에는 무심한 채 법칙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 학문이 아니다. 과학이라는 학문의 근간이 되는(동시에 종교의 근간이 되기도 하지만) 철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결국 과학이란 자연법칙 그 자체의 탐구를 넘어 우주만물의 논리를 과학적 방법론으로서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내가 현재 상황에서 과학 만능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이 나아갈 길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어떻게 보면 인류의 대다수가 동의할 만한 과학적 성과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여태까지 과학이 걸어온 길의 수십 배는 더 나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설령 그런 결론에 빠르게 도달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일반 대중도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로 치환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그들만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이 자연법칙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단지 그들의 주요 노선은 그 이유가 신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당신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신의 이야기가 없다고 해서 궁극적인 이유를 밝히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여전히 과학은 인과적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의 존재와 무관할 수 있는 무오성의 인과 논리로 우주만물의 이치를 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기까지 와서 그래서 과학에 자연법칙의 존재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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