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왼쪽 손,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왼손 약지와 소지 근처로 터널 증후군 증상이 있어서 사무실 근처의 병원에 다니고 있다. 평일 낮에는 웬만해선 바깥을 돌아다닐 일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고 치료고 나발이고 그냥 햇빛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치료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느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것을. 감기가 유행인가 싶었는데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인 미세먼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뉴스에서 그렇게 떠들어대고 무슨 주의보다 경보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실시간 농도 검색 기능까지 지원하고 있는 마당이니 대개 귀가 얇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닐 수가 없겠지 싶었다.
무슨 19세기 런던을 방불케하는 하늘 빛이다.
왜 나는 미세먼지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코를 가지고 태어났는가 불만 아닌 불만을 가지면서 마스크 인간들을 바라보는데 그 누군가는, 정말 아주 소수의 누군가는 미세먼지로 인해 자유롭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을 은근히 즐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의 기원은 당연히 싸이월드 시절 유행하던 몇 가지 인기 셀카 자세. 원래는 정말 흔하디 흔한 얼굴을 가진 처자일지라도 입과 코를 손으로 가리고 카메라를 살짝 올려다보는 순간 이 정도면 귀염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그 전설의 포즈.
싸이월드의 시대는 지났지만 그 시대를 황금기로 삼았던 처자들의 매력은 이렇게 미세먼지가 잔뜩 끼는 대한민국에서 아직 유효하다.
나란 몽키, 못난 몽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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