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CTO 네이선 블레차르지크의 강연을 듣고 나서

| 2014. 4. 12. 16:01

좋은 기회가 있어 KBS에서 방영할 예정인 글로벌 CEO 특강 방송 녹화에 참여하게 되었다. 강연자는 Y 콤비네이터의 대표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한 에어비앤비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평소에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눈 여겨 보지도 않았고 기술적인 면에서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를 바라본 적도 없기 때문에 무슨 사전 조사를 했다거나 대단한 기대를 하고 갔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강연 시간만 따지면 ㅡ 중간에 강연자의 모니터링 모니터가 작동을 하지 않아서 한 20분 정도나 버벅거렸더랬다. 세계적인 기업의 CTO 앞에서 기술의 나라 대한민국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줘버린 것 같아 조금 머쓱하긴 했다. ㅡ 1시간 남짓 진행된 네이선의 강의는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다. 구성도 좋았고 내용의 깊이도 있었으며 어조나 목소리 등 형식적인 면까지 흠 잡을 곳이 없었다. 물론 사전에 조율된 것이 너무나도 명백히 보이는 질의응답 세션만 뺀다면 말이다.

왜 기관들의 연출은 이다지도 어설플까.

강연은 에어비앤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렇게 세 가지 주제로 크게 나뉘어 진행이 되었는데 각각의 주제에서 인상 깊었던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과거(솔직히 말하면 이 이야기가 과거 파트에 있었는지 현재 파트에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자세한 건 방송 나가는 걸 참고하시길.)

에어비앤비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에어비앤비의 초기 모델이 여행과 관련된 것이었다기보다 특정 이벤트와 관련한 지역 숙박 문제였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아이템이 갖춰야 하는 이상적인 조건으로 공동 창업자들이 가진 전문 분야와의 관련성을 중요하게 꼽는 내겐 '처음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세 사람 모두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현지의 문화를 즐기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있었겠지?'라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의문 대신 '그렇다면 저 세 사람 중 숙박과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단 말인가?'라는 중대한 질문이 머리를 채우게 되었다. 하지만 네이선은 자신은 개발자이며 나머지 두 공동 창업자는 디자이너라는 말을 서두로 꺼내지 않았는가.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네이선은 자신의 팀에 숙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음을 회사의 규모가 커나감에 따라 알게 되었고,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숙박업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 당시에는 이미 자신의 일에서 은퇴를 했던 전문가 할아버지를 팀으로 영입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꼭 팀에 아이템과 직결된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서비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서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2. 현재

네이선은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진 2차적인 이야기들을 청중들에게 많이 들려주었다. 물론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는 이렇게나 고차원적인 가치를 창출해나가는, 조금 더 속된 말로 이렇게나 멋드러지고 간지가 나는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방책이었겠지만, 결국 고객들로부터 배우라는 교훈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어떤 서비스가 컨텐츠 기반이든,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든,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양태나 거기서 발생하는 이벤트들, 영감이 되는 이야기들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당장 마케팅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개선하고 발전해나가는 방향을 정하는 것에 있어서도 아주 좋은 참고 자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미래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을 최전선에서 실현해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소유의 경제가 초래한 과도한 생산과 잉여 자원의 분배를 공유라는 개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공유경제라는 아이디어 자체도 처음 접하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흥미로웠지만, 그렇게 새롭게 제시되는 아이디어들을 때로는 더 큰 차원에서 묶어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그런 개념들을 어떻게 실생활에서 반영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습에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때 도움이 될 만한 습관이나 접근법이 궁금해졌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렸지만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트렌드를 얼마나 적절한 시기에 잘 반영했느냐는 것이기 때문.

에어비앤비의 미래에 대한 강연이 끝나고 자유 질문(은 딱 2개만 받았다.) 시간에 한 번 물어보고자 했지만 선택 받지 못하고 그렇게 네이선의 대답을 들을 기회는 영영 날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심정.

이 외의 이야기는 대충 Y 콤비네이터나 폴 그레이엄 라인의 이야기를 이리저리 접했던 사람들에겐 꽤나 익숙한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KBS 별관 화장실에선 이서진과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