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상당히 기념비적인 날이므로 이렇게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 2014. 3. 21. 00:15


축배를 들자

썰타임 소스의 첫 커밋이 올라갔던 것은 8월의 일이다. 때 이르게 나무에 올라온 매미가 맹렬하게 자신의 성욕을 드러내던 7월, 나는 완전히 생자의 PHP 코딩을 하고 있었더랬다. 그 시작은 당연히 학교에서 들었던 산업공학정보기술이라는, 그 이름만 가지고는 도대체 산업을 다루는 건지 공학인지 뭐 정본지 기술인지 정체를 알 수가 없는 이상한 과목에서 접했던 기초 중의 기초적인 PHP 코딩이었다. 인덱스 페이지에서 디비에 접속을 해서 세션을 열어두고 그 세션을 모든 페이지에 적용시키면서 코딩을 하던, 지금 생각해보면 생후 36개월이 된 아이들이라도 짤 수 있는 형태의 그런 구조였더랬다.

그러던 내게 지나가던 개발자가 프레임워크라는 신세계를 알려주었다. 그딴식으로 코딩을 해서는 절대로 당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경지에 이르를 수 없다며 코드이그나이터라는 프레임워크를 공부해보고 그 구조를 본따서 코딩을 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조언이었다. 그 말을 듣고 그대로 관련 서적을 주문해 ㅡ 지금은 냄비 받침대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ㅡ MVC 패턴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입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수도 없이 매뉴얼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렸지만 이전의 코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효율성을 가지고 코드를 짜내려갔다.

그렇게 한참 코딩에 열을 올리고 날씨도 점점 무더워져가던 8월, 내게 프레임워크 세계를 알려준 그 개발자가 이제는 버전 관리를 해야할 때라며 내게 깃이라는 친구를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버전 관리의 필요성조차 못 느끼던 나였지만 이전의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 굉장한 효과를 본 것을 떠올리고 주저없이 구글링에 들어갔다. 다소간의 시행착오 끝에 깃 설치에 성공했고 최초의 커밋을 빗버킷에 올린 것이 8월 12일의 일.

곧바로 디벨럽 브랜치를 만들어 열심히 개발에 들어갔고 직접적으로 협업을 하면서 왜 우리에게 깃이라는 친구가 필요한지, 그것이 없었으면 이 세상은 얼마나 암울했을지를 온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여름간 흘린 땀방울 ㅡ 이 중 대부분은 노력보다는 더위로 흘린 것이겠지만 ㅡ 이 하나 둘 쌓여 썰타임의 기본 골자가 만들어졌고 드디어 9월 말에 실서버에 서비스를 올리고 드디어 이 세계에 썰타임을 처음 공개하게 되었다.

개봉박두

그러나 당연하게도 썰타임 사이트는 버그 투성이었다. 이론대로라면 항상 마스터 브랜치를 바라봐야 하는 썰타임은 작전상 후퇴를 결정, 어느 정도 기능적인 버그가 수정될 때까지 디벨럽 브랜치를 바라보게 되었다. 언젠가 한숨을 돌릴 수 있을 때 꼭 마스터 브랜치를 보게끔 하자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꾸준히 사이트의 버그를 수정했다. 중간에 디자인을 바꿔야 할 때도 있었고 새로운 기획에 따라 새 기능을 만들거나 만들어져 있던 기능을 빼는 일도 다반사였다. 사람 섭외도 해야 했으며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야 했고 가끔은 과음에 따른 숙취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매미는 어느 새 울음을 그쳤고 소음과 매연 속에서도 가로수는 자신의 옷을 갈아입었다.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렸다. 볼과 배에는 살이 올랐고 머리는 점점 길어져갔다.

그리고 또 봄이 찾아왔다. 운동도 시작했다. 머리도 잘랐다. 썰타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어느 정도 뚜렷해졌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환골탈태를 해보자고 결정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아갈 길이 멀지만 드디어 썰타임의 실서버 소스가 2014년 3월 20일을 계기로 마스터 브랜치를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