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 선 나의 근황

| 2011. 10. 8. 13:40

이제 낮에도 반팔만 입고 돌아다니기엔 날씨가 꽤 쌀쌀해져 버렸다.
술을 먹을래도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같이 찬 속성의 안주는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최근에 이런 저런 일이 있었는데 그냥 넘어가 버리기엔 왠지 아쉬운 감이 있으니 짧게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1. 10월 1일 인천 공항을 다녀오다.

공항 철도야 지난 4월 을왕리에 놀러갈 때 타본 적이 있지만 그야말로 인천에 빨리 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던 것이라 '공항' 철도를 탄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들었다.
이번에는 정말 공항에 갈 목적으로 공항 철도를 탔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지난 번보다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외국인이나 캐리어가 많이 보였기 때문인지 공항 철도의 느낌이 솔솔 풍겼다.
왠지 있어 보이고 싶어서 랩탑을 켜고 차갑고 쉬크하게 문서 작업을 하려고 했으나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
공항 철도 열차 안에는 와이파이 존이 깔린 모양이던데 나는 이용할 수가 없었다.
몰랐는데 2011년 6월 1일부터 내가 비록 SKT 고객일지라도 SKT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기기가 아니면 와이파이 존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나 보더라.
기분이 상했다.
핸드폰을 빨리 바꾸든가 해야지.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는 약간 헤맸는데 그 이유는 공항 철도의 출구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인천 공항으로 바로 연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겨서 진짜 인천 공항을 찾았다.
도착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게이트 앞에서도 나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랩탑을 꺼내 들었으나 기다리던 사람이 너무 일찍 나오는 바람에 결국 랩탑을 가지고 제대로 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일본에서 도착한 그 사람은 내가 왠지 좋아하게 생겼다며 자그마한 선물을 주었다.
정말 내가 좋아하게 생겼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2. 10월 3일 개천절에 인왕산 정상을 찍다.

갑자기 무슨 산이냐며 반문한다면, 나는 혼자서도 산에 올라가기도 하는 ㅡ 비록 이벤트성이 강한 잉여짓에 불과하긴 하지만 ㅡ 사람이라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홍제에서 무악재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부터 산을 타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진 코스였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고 위험한 길도 없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기차 바위 부근에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꼬마에게 '기차 출발합니다. 칙칙 폭폭'하는 드립을 치는 것을 듣고 말았다.
결국 사람은 저렇게 늙어가는가 보다 싶었다. 

정상을 찍고 잠시 앉을 자리를 만들어 미리 사간 막걸리와 김밥, 얼음 커피와 포도 따위를 먹었다.
정상 근처에는 성벽을 복구한다면서 모노레일을 깔아놨는데 단순히 짐을 운반하는 용도로 쓰이는 것 같았다.
그 모노레일로 짐을 나르지 말고 사람을 나른다면 참 스릴 넘치고 재밌었을 것 같다.
경복궁 쪽으로 내려와서 통인 시장으로 향했다가, 좀 더 걸으면 맛있는 사케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 사케집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고, 우리는 다시 통인 시장으로 갔다.

가을이고 하니 전어 회를 시켜서 맛있게 먹고 ㅡ 여기 음식점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ㅡ 체부동 잔치집으로 자리를 옮겨 잔치 국수와 전으로 배를 더 채웠다.

체부동잔치집
주소 서울 종로구 체부동 190
설명
상세보기

꽤나 즐거웠던 하루.

3. 10월 7일 네이버에서 문화 상품권을 받다.

평소와 같이 오후에 집에 도착했는데 현관문에 낯선 딱지가 붙어 있었다.
내 이름으로 등기가 왔는데 사람이 없어서 그냥 떠났다는 내용.
어차피 다시 나갈 일도 있고 당장은 집에 가서 씻고 싶다는 생각에 일단 기억만 해두었다.

저녁이 되어 집을 나서다가 경비실에 들러 등기를 확인했다.
등기가 도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비 아저씨가 우편물을 뒤지는 동안 이런 저런 예측을 해봤다.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군대에 있는 누군가가 내게 보낸 편지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 편지를 굳이 등기로 보냈을까 하고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경비 아저씨가 건넨 것은 NHN 로고가 찍힌 편지 봉투.
그 로고를 보자마자 해탈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내 노력의 대가 치고는 너무 과분하다.


오늘 오후에 시간이 되면 음반점이나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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